작가명: 기천검
작품명: 아트 메이지
출판사: 드림 북스
출간일: 2008년 6월 11일 출간 // 현재 1,2권 발매
*미리니름(스포일러) 없습니다.
때로 저는 놀랍니다. 저와 상성이 맞지 않는 작가가 매력적인 작품으로 저를 옭아맬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문체는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취향의 차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줍니다. 이러한 작품들의 경우 제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여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거두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포용력을 보입니다.
아트메이지가 바로 그러한 작품입니다.
아트메이지를 짧게 표현하자면, 대여시장에서 “백전백승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기발한 중심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주인공 세온은 연극계에서 연기의 기초를 닦은 후 영화배우로서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귀선문의 비의를 얻은 이로써 요괴와 싸우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상태로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그가 떨어지게 된 새로운 세계는 정령과 마법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상처를 입은 상태로 한 귀족가에 발견된 그는 그는 어찌할 새도 없이 노예가 되어 부려집니다.
그런 그가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세계에 연극과 영화를 전파해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예술이라는 중심 소재입니다. 이것은 커다란 특이성을 지닙니다.
이것은 마치 절대쌍교에서의 소어나, 조진행 작가의 천사지인의 장염이 소설 내에서 자신의 무공적 재능을 살려 요리사로 일을 할 때 우리가 느꼈었던 것과 같은 기발한 재미를 줍니다.
그 두 소설이 요리라는 아이템을 에피소드를 위한 보조소재로 차용되었다면, 반대로 그러한 류의 기발한 착상을 핵심 소재로 사용한 것이 아트메이지와 같은 소설입니다. 연극에 대한 지식과 재능이 곧 소설의 핵으로서 특수성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최근으로 따지면 문우영 작가의 악공전기와 같이 소리를 다루는 악사를 주인공으로 한다거나 최현우 작가의 학사검전처럼 학사로서의 특이성을 무공에 접목시키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이처럼 좋은 소재를 선택하는 감각을 따지자면 작가 전혁이 대표적인데, 그는 다이어트란 소재를 접목시킨 “절대비만”, ‘하루의 반복’이란 소재를 이용한 “월풍”, 최근에는 ‘사기꾼’을 소재로 한 “만인지상”이란 작품으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인공의 특수한 재능은 주인공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됩니다. 이러한 소설을 읽을 때는 해당 소재를 어떻게 살려냈을 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흥분이 수반되기 마련이며 소재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기대를 부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재를 잘 살려내었을 때에는 마치 어디인지 정확히 몰랐던 독자의 가려운 부분을 확 긁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커다란 충족감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발한 소재를 사용한다고 하여 누구나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어떠한 에피소드를 짜 내는가, 능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가, 재능이 너무 쉽게 드러나진 않는가, 사리에 맞는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이 되는가, 능력을 드러내는데 완급 조절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얼마나 소재를 잘 우려내어 깊숙한 속맛까지 끄집어 낼 수 있는지가 갈립니다.
바로 그 부분에서 작가의 역량이 중요해집니다.아무리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할지라도 요리사의 솜씨가 요리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이치입니다.
아트메이지는 그러한 면에서 성공적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새로운 차원에서 얻게되는 정령사로서의 재능과, 마법적 도움을 바탕으로 공연을 버라이어티하게 만듭니다. 다양한 효과와 시각적 변화를 통해 해당 시대의 기술수준을 뛰어넘어 호화로운 연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그의 재능은 이계에서 활짝 피어 빛을 발하기에, 그의 사회적 성공과 성취가 높아질 수록 독자의 만족도 또한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소설 초반부의 주인공의 고난 설정에도 점수를 줍니다.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노예가 될 위기에 처하는 주인공의 고난은 작중 긴장감을 적절히 유발시켰으며 무난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습니다.
단지 템포가 약간 빠르다는 점이 개인적 취향에 의거 약간의 아쉬움을 불렀습니다. 마치 허물 벗어던지듯 이야기의 스케일을 빠르게 키우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소재가 정말 많은 가능성을 가진 만큼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좀 더 깊은 맛을 우려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약간 급하게 진행되기에 배를 다 채우지 못해 약간의 허기를 느꼈습니다.
그러한 개인적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아트메이지는 독자에게 사랑을 받을만한 소설입니다.
첫 권을 읽은 이가 두 번째 권을 탐닉하게 되며, 두 번째 권을 읽은 이가 세 번째 권에 목말라 할 만한 재미를 갖추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아트메이지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독자에게 사랑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신선한 소재와 재미,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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