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단그리
작품명: 남궁지사
출판사: 영상노트
발행일: 2008년 7월 3일 // 현재 1, 2권 출간
(미리니름은 없고 기본적 설정만..)
‘주인공이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로 새로운 삶을 맞게 된다.’
많은 소설들이 위와 같은 착상을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어떤 이는 그러한 소재는 이미 식상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입니다.
처음에 등장했을 때에는 특이한 소재로 각광받았으나 수많은 소설에서 이를 통한 재미가 검증되면서 어느덧 단순한 소재를 넘어 배경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배경의 그 뜻 그대로, 소설에서 주제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환경이자 설정적 가정의 하나로 당돌하게 기틀을 잡았다고 느껴집니다.
소재로선 더 이상 특수하지 않은 대신 주인공이 놓이는 그러한 배경적 상황은 매우 독자에게 친숙해졌으며 독자는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작가가 들려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을 손쉬운 장치라 여겨선 안 됩니다. 독자는 익숙한 만큼 더욱 명확해진 판단기준을 가지게 되며 소설의 시작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채로 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사고(思考)할 수 있다는 이점을 어떻게 살리는가? 그래서 주인공이 무엇을 하게 되는가?’
이 질문에 소설이 어떻게 대답하는가를 냉혹하게 주시합니다.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와, 식상하냐 식상하지 않느냐를 가르는 독자의 가치판단은 사실상 위와 같은 독자의 질문에 작가의 상상력이 어떠한 답을 내놓느냐에 달려있다 하겠습니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독자 개개인에게는 이미 이전의 작품들로 인해 기준점이 생겨있기에, 배경을 인지함과 동시에 기대하한선도 덩달아 높아진 상태입니다.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이전과 동등한, 혹은 더 나은 재미입니다.
게다가 독자가 머릿속에 품은 지뢰밭도 피해 가야만 합니다. 이전에 유사한 배경의 소설들을 읽다가 특정한 요소로 인해 실망을 느꼈거나 식상함을 느낀 독자들은 새로운 소설이 그러한 잘못을 답습하는 것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첫 번은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된 계기로 어찌 넘어갈 수 있으나 타 소설에서 또다시 그러한 요소를 보게 된다면 감히 기휘를 범한다는 심정으로 가혹한 평가를 내릴 것입니다.
이러한 장애물을 성공적으로 넘을 수 있는 소설이야말로 그 재미는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고로 남궁지사는 검증되었습니다. 기준점을 가뿐히 넘겼을 뿐만 아니라 대여점에서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만큼 무척 재미있습니다. 가벼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1권만 빌릴 경우 피토하는 심정으로 다시 대여점으로 달려갈 정도의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이는 주인공의 특이성과 이점을 적절히 살려냈다는 이야기이며 그러한 주인공만의 장점을 한 순간에 소비하지 않고 요소요소에 잘 녹여내어 호기심과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증폭시켰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남궁지사와 달리 간혹 어떠한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가진 특이한 이점을 지나치게 빨리 드러내거나 등장인물들에게 별 생각 없이 발설해버려서 일부 독자의 빈축을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이점을 지나치게 빨리 드러낸다는 것은 주인공의 힘과 재능이 완전히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말하며 이는 마치 선물상자에 뭐가 들어있는지 아는 상대에게 선물을 주는 마냥 매우 김빠지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드러나 있는 것보다 감춰진 것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연애가 재미있는 것도 상대방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며,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매력적인 것도 스푸마토기법 특유의 모호함이 수많은 감정을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남궁지사는 독자의 기대감을 충족 시켜주기 위해 태어난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남궁가에서 환생한 주인공 남궁상현은 편안히 게으름을 부리며 살기 위해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감춥니다. 조용히 묻어 살면서 적당한 시기마다 능력을 조금씩 드러내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가진 인물입니다.
작가 단그리는 이러한 주인공의 능력을 적절한 때에 드러내어 주인공의 재능을 부각시켜가며 독자를 만족시키면서도 다른 대다수의 인물에게는 감추는 방식으로 소재의 특이점을 지속적으로 살려 나가는 원숙한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흥미는 점점 더 고조되었고 기대감 또한 함께 커졌습니다. 주인공이 겪는 위기도 시련이란 범주에 걸맞게 그의 장점을 열쇠삼아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남궁지사의 경우엔 주인공의 능력이 세간에 자자히 드러나고 알려져서 기대감을 낳는 패가 하나 사라진다 하더라도 독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 무기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한국에서 입시에 치이는 교육현장에 살았던 인물이었다는 것. 이는 그의 지식과 재능이 ‘남궁가의 사부’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남궁가의 제자육성에 어떠한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상 이 소설이 들려주고자 하는 독특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남궁상현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얼마나 즐거운 착상들이 독자를 반겨올지 궁금함을 느끼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과연 남궁세가에는 남궁상현으로 인하여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무림인들의 치맛바람이 남궁세가로 이어질 그 날을 꿈꾸며 남궁상현의 활약을 지켜봅시다.
Commen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