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성상영
작품명: 라이프 크라이
출판사: 마루&마야
발행일: 2008년 7월 10일 // 현재 1, 2권 출간
(미리니름은 없고 기본적 설정만..)
주인공 라임은 게임으로 돈을 버는 인물이며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하지만 게임에는 대단히 능숙합니다. 그런 그가 오감이 모두 구현된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 '라이프 크라이'를 통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접근해 가는 것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라임은 그저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는 점차 커지는 모호함에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 모호함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아라한 컴퍼니에 대한 것이기도 하며, 가상현실인 '라이프 크라이'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인공지능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조용히 미끼를 던져 독자가 의문을 품도록 만듭니다. 작은 인터넷 회사였던 아라한 컴퍼니가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되었다는 것과 소설 중간에 짧게 삽입한 뉴스보도. 그저 작은 단서에 불과하지만 독자는 아라한 컴퍼니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어도 그에 대한 의문에 집중할 틈이 없습니다. 소설 라이프 크라이에서, 현실세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극소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가상현실세계에 치중하여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이 의문은 의식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내려가 가상현실세계의 이야기를 즐기는 독자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가상현실세계도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입니다.
주인공의 다소 메마른 시선과 대조적으로 NPC들은 그보다 더 인간적입니다. 읽다보면 그저 판타지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정말 가상공간이 맞느냐는 의문이 독자의 머리에 생겨나는 순간 작가는 게임일 수밖에 없는 설정으로 그러한 생각을 비틀어 놓습니다.
결국 뭔가 비밀이 있는데 그것이 명확히 보이지 않습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정작 어떻게 그러한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모르기에 해답을 갈구하게 됩니다.
이는 독자가 소설에 대해 품는 기대를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단순히 주인공이 강해지는 과정만이 아니라 그 상위의 전개에 대한 궁금함을 가지게 됩니다. 즉 소설의 스토리를 탐닉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바로 작가 성상영이 보여주는 게임소설, 라이프 크라이의 힘입니다.
이처럼 그는 기대 이상의 재미있는 게임소설로 다시 독자를 찾아 왔습니다. 게임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것, 즉 게임소설에서 독자가 바라는 기대를 주인공이 네크로맨서로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성실히 충족시켜 줄뿐더러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지도를 올린 작가가 게임 소설을 쓴다는 것은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줄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가정이 점차 참에 근접해 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 비소, 아진 등으로 감상적인 무협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 권태용도 초기작 몬스터로드 이후 게임판타지 '레이센'을 통해 코믹한 상상력을 뽐내었습니다.
나이트 골렘과 세븐메이지 등으로 숱한 화제를 불러 모았던 권경목 작가도 게임판타지 '기갑전기 메서커'를 통해 전문화된 기갑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며 나섰습니다.
태양왕으로 이름을 알린 남희성 작가도 게임판타지 '달빛조각사'를 통해, 돈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쓰는 게임소설은 뭔가가 달라야만 했으며, 다르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뭔가가 다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게임소설을 쓸 때 게임적 요소보다 스토리로 승부하려 합니다.
게임소설의 기본적 룰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들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의 맛이 더욱 살아날 수 있는 공간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작품에 차별화된 재미를 넣기 위해 노력하며 게임소설의 정형성을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맥락으로 라이프 크라이의 재미는 어쩌면 그 시작부터 보증되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살아 있음을 외치다!
Life Cry라는 제목의 뜻과 같이, 소설 속에서 살아 숨쉬는 NPC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지 않습니까?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NPC들이 귀엽고 깜찍해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면 다크게이머인 주인공이 완전히 베일에 쌓여있는 게임을 빠르게 이해하고 해석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 어느 쪽으로든 이 소설이 마음에 쏙 드실 겁니다.
소설 속에 살아가는 인물의 외침이 독자의 공감을 살 그 날까지, 라이프 크라이를 즐기는 주인공 라임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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