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요즘은 제목을 쓸 때, 뭔가 눈길을 끌 내용을 쓸까 고민한다.
성진의 크래쉬, 가능성을 보다. 라는 제목을 쓸까 했지만 사실 성진의 가능성은 더원에서 이미 입증된 바가 있다는 생각인지라 다른 말을 붙이기 애매했다.
굳이 말한다면 이야기꾼의 자질을 보았다고 할까.
크래쉬는 성진의 세번째 글이다.
소위 말하는 삼재수에 걸리는 시기의 글이다.
장르작가로서 이 세번째는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시기다.
그간 그처럼 쓰고 싶었던 수많은 글들을 어느 정도 써내면서 이제 쓰고 싶었던 분출이 줄어들고 고갈을 느끼게 되는 시기.
그래서 이 3번째 글은 마의 벽이라고 불린다.
그 벽을 넘지 못하면 작가생명이 끝나고 실제로 그런 작가는 부지기수라고 할 정도로 많다.
그런면에서 성진의 이 크래쉬는 상당히 실팍하다.
재미를 여전히 주고 있고 1권을 보고 2권을 바로 집어들게 하는 힘을 가졌다.
3권이 파본이라 좀 난감했지만, 중간중간의 오타나 탈자는 여전히 출판사의 숙제로 남지만, 그래도 성진의 글이 재미라는 부분을 꿰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긴장감과 재미를 같이 어울어 놓고 강력하게 잡아채지 못하고 아직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것.
하지만 현대의 로봇을 판타지로 끌고가서,
자이언트, 소위 골렘과 싸우게 만드는 것은 성진 답다고 해야할까.
권경목의 나이트골렘이후, 이 크래쉬는 좀 더 능숙한 확장판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재미라는 면에서 누구라도 한 번쯤 봐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글이 성진의 글이다.
그런면에서 아쉽다면 바로 그러한 재미다.
강력한 힘을 배경으로 깔아 독자의 시선을 끌어 당길 수 있었다면 더 힘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너무 모든 것이 쉽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더원이 시작에서 눈길을 잡아당겼던 것처럼 좀 강한 흡입력이 1권 2권을 넘어가면서 더해졌더라면 이런 부분에서 수작이 되었으리라 생각이 들었지만 미세한 부분에서 아직은 제 힘을 모두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판타지판 로봇 태권브이를 구사한다.
라는 느낌은 아마 주인공이 택견을 사용하기 때문일까.
3권까지를 본 느낌은 1권에서 보여주었던 부분을 정돈하여 최선의 선택으로 최고를 보여준 것은 아닌 것 같지만, 3권까지 가는데 있어 읽는데 문제가 없었고 계속해서 뒤를 보고 싶게 했다는 점에서 성진의 이번글은 자신의 자리를 바로하는, 그런 글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이야기꾼의 감각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았기에...
위에서 몇가지 딴죽을 걸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글이 바로 이 크래쉬다.
성진의 다섯번째 글을 볼 때, 예상했던 이야기꾼의 완숙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12월 겨울밤 연화정사에서 금강.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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