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글을 보지만
답답한 것이 이야기가 있는 글을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이야기다.
살아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그러한 이야기.
나는 그런 형태를 일러서 서사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무협이나 판타지나 로맨스가 SF나 무엇이건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중에서도 장르라는 특징적인 형태의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재미다.
그것은 장르적인 재미라고 특별히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재미가 없다면, 독자들은 굳이 장르의 글을 찾아서 보지 않으리라.
이렇게 할 일도 많고 놀 일도 많은 세상에 무엇하러 고리타분하게 책을 끌어안고 씨름을 할 것인가.
다른 곳에서 없는 재미.
그게 바로 장르의 무기다.
현재 장르소설들의 문제는 스토리는 있지만 이야기가 없다는 부분에 있다.
이야기란 위에서 잠시 말했듯이 살아가는 그 모습이다.
너도, 나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잡힌다는 의미다.
하지만 요즘 인기를 끄는 글도, 잘쓴다고 하는 글들 중에도 뜻밖에 이야기는 없고 스토리만 있는 글이 적지 않다.
스토리는 흘러가고 재미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없다면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수긍하고 몰입되고 하나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가진 글은 사실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부분은 근일 중 다시 한 번 다루어 볼 예정이지만...
책을 받고 바로 다 읽고, 바로 이 글을 쓴다.
재미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가면서 볼 독자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어렵지 않음에도 딱딱하지 않음에도 재미있음에도...
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볼 사람은...?
이라는 의문이 들어 조금 답답해졌다.
별도는 질풍권에서 자신의 이야기꾼 기질을 보여준다.
전문적인 이야기꾼은 막힘이 없다.
정말 망설이지 않고 줄줄줄... 틀어놓은 수도꼭지처럼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태백을 시선(詩仙)이라 하는 이야기는 그가 술 한 잔을 걸치고는 망설임없이, 그저 생활처럼 칠보시를 짓듯이 그렇게 시를 쏟아내면서도 보통 사람이 평생을 두고 다듬어내야 할 문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시에 서린 기운으로 따지자면 비파행을 제일 좋아하지만 이백의 시는 거의 대부분 시원스럽다.
별도의 글은 아직 그렇게 타고난 천의무봉의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글을 풀 줄 알고 있고, 이 질풍권은 그가 처음 썼던 그런 글들에 비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누가 봐도 재미있을 글이다.
그런데 왜 야, 재미있다!
다들 얼른 봐! 하지 않고 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느냐?라고 한다면... 이 글을 보고 답답하다고 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논리가 들어간다.
난 화끈하고 시원한게 좋아.
수준 이야기 하지마. 취향이 다를 뿐이야.
맞다.
취향이 다르긴 하고 그럴 수도 있다.
통칭 목표가 되는 독자의 70% 정도를 만족시키면 히트가 된다.
80%가 되면 말 그대로 빅히트가 된다.
그런 글을 여러번 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운만 좋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실력이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내가 그간 본 바에 따르면 이 취향 탓이라는 것은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맞지 않았다.
자신이 아직 이해하지 못해서 그걸 즐길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취향탓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취향 탓 열 명 중 아홉은 그렇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어릴 때 만화를 보는데 6학년 형들이 명견베쓰인가? 명확하지 않지만 만화방에서 아주 쟁탈전을 벌이면서까지 그 만화를 보려고 싸우는 걸 보았다.
1학년인가? 2학년 때였다.
그래서 그 형들이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을 때 미리 가서 그 만화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보았다.
재미?
정말 없었다.
왜냐하면 아직 그 만화가 다루는 부분을 이해하고, 내 이야기로써 받아들여서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수준이 미달이라는 의미다.
장르의 최고 아이템은 먼치킨이다.
이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
그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해서 처음 글을 보면서, 아니면 글을 좀 보았더라도 일단 가장 선호하는 것은 역시 시원스러운 주인공이고, 강력한 주인공이다. 게다가 잘 생겨야 하고 운도 좋아야 하고 기타....
그게 바로 독자의 첫단계다.
지금 현재 독자의 대부분은 이 단계에 머물러 있다.
10대가 대여 장르시장의 90%이상을 점하고 있다고 보는 상태에서의 통계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아주 잘 쓴, 강승환의 열왕대전기의 경우도 취향...이라고 하면서 재미없다는 독자들이 생기는 것이고 분명히 잘 쓴 운곡의 검단하의 경우도 별로라고 하는 경우가 있게 된다.
물론....
1%정도는 글을 제대로 보는 독자들 중에도 정말 취향탓으로 그런 글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이 그 1%인지 아닌지는 몇 년 후에 돌이켜보면 알 수 있으니 지금 확인하려 해도 소용이 없다^^;;
서론이 길었다라는 느낌이...
별도의 이 질풍권은 역시 별도의 본령은 무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글의 흐름이 매주 좋다.
하나하나 짚어 놓은 부분들이 재미있다.
위에서 길게 말했듯이 별도는 이제 이야기를 할 줄 안다.
스토리 나열의 수준을 벗어났으니 그것만으로도 그의 글은 이제 읽을 가치가 있다. 라고 한다면... 좀 그렇지만 실제로 이 글은 재미있다.
이야기냐? 스토리냐? 를 따지지 않아도 그렇다는 말이다.
최강의 집안에서 모든 힘을 다해서 만들어낸 영재.
하지만 그 영재가 난감하게 태어나면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들.
조금만 부담감을 덜 가지고 그냥 자신이 쓰고 싶었던 대로 썼으면 싶은 부분들도 보이지만, 쉽지 않으면 그냥 던져버리는 독자들의 막강권력 앞에서야 사실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들은 아마도 일반 독자들은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다.
강력한 무당에서 곁다리 항산파 제자로의 반전도 재미있다.
하지만 호연과의 사랑은 좀 애매해서 보면서 답답함이 옥의 티다.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가 흘렀어야 이야기의 흐름이 단단하고 이야기답게 몰입이 될 수가 있었을 것 같다.
마지막 트집잡기.
1권에서 內功이 內攻이라고 잘못 표기된걸 보았다.
내공은 안으로 수련한 공력이지만 뒤의 내공은 안으로 공격하다는 의미라서 전혀 다른 의미.
전체적으로 두 번정도 너무 쉬운 부분에서 한자가 틀린 걸 보았는데 몰라서가 아니었을테니 조금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별도는 이제 개화하고 있다.
이번 글이 아마 8번째의 글일 듯 한데...
통상 10년, 10개이상의 완결을 본다면 작가 개인의 나름 완성이 보인다는 점에서 그도 이제 완성을 눈앞에 보는 작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꾼으로의 별도다운 글이 더욱 빛을 발하길.
일독을 권하면서...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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