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되는 광고카피 중에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
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하지만 이 방수윤의 허부대공은 바로 방수윤이 쓰면 다르다. 라는 것을 보여준 느낌의 글이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
소개를 위해서 앞부분을 조금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소개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고 싶어서, 재미가 있어서 참지 못하고 소개글을 작성한 다음 연재된 부분을 끝까지 보고 말았었다.
그만큼 이 글은 흡입력이 있다.
그러면서 그 글을 보고 곤혹스러웠던 것은 그 글의 컨셉이 정말 요즘 요구하는 글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힘없는 주인공이라니....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하여 보이는 모든 것을 쳐내는 강력함.
통쾌함과 시원함의 전개.
그것이 지금의 트랜드이다.
그런데 이 글은 처음부터 그 반대로 간다.
힘없는 주인공.
겨우 숯이나 굽는 주인공은 죽음을 기다리며 하룻밤도 아닌 한 순간의 존재로 남기 위해서, 허울좋은 허수아비 대공이 된다.
그게 바로 허부이고 대공이다.
말 그대로 딱 망하는 컨셉이다.
만약 글쓰기 전에 이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결사적...까지는 몰라도 강력히 말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나온 결과물은 달랐다.
용검전기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방수윤은 이 허부대공을 잘 정리하여 우리들 앞에 맛깔스러운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낸 것이다.
근래에 감상란에 허부대공에 대한 감상이 여럿 올라왔다.
그중에 보면 내가 생각하는 가족관과 달라서... 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런 글을 보면서 매우 의문스러운 점은 과연 독자는 내가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는 그런 주인공만을 원하는 것인가?
라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이 있다.
노숙자의 삶은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없다.
여고생의 사랑을 사십대의 어른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걸 부정한다면 모두가 다 내가 아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서 내가 생각하는대로 세상이 돌아가야 하고 모든 잣대는 내 판단의 기준에서만 조율되어야 한다.
글은 또 하나의 세상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작가에 따라 다양한 세상이 만들어진다.
허부대공이란 컨셉은...
방수윤이 썼을 때 그렇게 만들어지지만
금강이란 작가가 쓴다면 또 다르게 만들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가족관이란 것만으로 평가를 하는 것을 굳이 예를 들어 이야기함은, 좀 더 글을 편히 보고 다양함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다.
그건 방수윤의 세계이니까.
(사족; 아무리 봐도 이 글은 가족애를 강조한 글로 보이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요즘 감상란의 글들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또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로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해하기 쉽고 누구나 공감할 그런 잣대가 아닌, 나만을 위한 잣대가 너무 날이 서 있는 느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논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이 허부대공은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도록 잘 씌여진 글이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두고 탓을 해보자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그러나 장르소설이란 범주에서,
무협이란 부분을 놓고 푸근하고 편하게 글을 본다면...
이 허부대공은 충분히 독자에게 만족을 주는 글이다.
기존 독자에게는 정말 푸짐한 페이지와 빡빡한 글들로.
새로운 독자에게는 그 푸짐한 글덩이로 만들어진 책도 읽을 수가 있구나. 라는... 재미있구나. 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실제로 허부대공을 펼쳐보곤 난감했었다.
가슴이 답답하도록, 페이지당 글씨가 너무 많았다.)
죽음에서 삶으로.
삶에서 새로운 삶에의 이행으로.
부운의 삶은 하나씩 자리잡아가고 독자는 그의 성장을 보면서 즐겁다.
과연 이 허부가 언제쯤 실부가 될까?
그리고 강력한 철의여인이 의지할 수 있는 그가 될 것인가를.
여름을 보면서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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