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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 귀혼

작성자
Lv.1 인위
작성
07.07.22 08:37
조회
4,372

작가명 : 송하

작품명 : 귀혼

출판사 : 청어람

척살 대상 1순위의 무림공적이자 천하제일인 불사귀.

한때 병약했던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에게 습격을 받아 가문이 풍지박산나자 복수를 위해 마공을 연성합니다. 누가 흉수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은 그를 좌절케 했고 배신으로 죽기 직전 강렬한 염원을 발합니다.

그가 눈을 떴을 땐 병약한 어린 시절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제 그는 뛰어야 합니다. 비극을 막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흉수를 밝혀내기 위한 그의 필사적인 노력을 지켜보게 됩니다.

과거로 회귀하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한다는 것. 한번쯤 꿈꿔본 일이 있을 겁니다.

크나큰 실패를 만회해보고 싶을 것이며 불행한 사고를 막아 소중한 사람을 보호할 수도 있고 놓친 사랑을 이루고자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쥘 수도 있습니다.

과거를 알고 있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합니다. 이러한 소재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은 독자의 상상을 자극하여 흥미와 호기심을 부풀립니다.

'시간'이라는 룰을 거스르며 얻은 불공정한 이점은 주인공을 남들과 다른 출발점에 서게 하고 주인공만이 가진 특수성으로 자리잡습니다. 이 특수성은 독자를 자극하여 가슴을 뛰게 만들고 이것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주인공과 독자가 공유할 수 있는 비밀이 되어 친밀감과 유대감을 증진시킵니다. 이로인해 주인공의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귀혼이 중심설정으로 삼고있는 과거로 돌아간다는 소재는 소설의 재미를 신속히 부상시킬 수 있는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이 장점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인공이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상 미래는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느순간부터는 미래에 대한 예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입니다. 바로 이 시기에 주인공의 특수성은 크게 퇴색되기 십상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과거로 왜 돌아가야 했는지 그 원인이나 목적마저 희미해져 버렸다면 그순간 체크메이트입니다. 시간을 되돌린단 설정이 단지 무공을 강하게 만드는 방편으로 사용되었다는 느낌이 든다면 주인공 퍼주기이자 의미없는 장난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귀혼 또한 참사를 막기 위한 두번째 삶은 예전과 다른 미래를 향해 흘러갑니다. 그리고 가문이 괴집단에 의해 공격당하는 그 날이 슬금슬금 다가오지요. 커다란 변화의 기점이 되는 이 날의 이전과 이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가 더이상 예측불가능한 곳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주인공의 특수성은 이 순간 한차례 위기를 맞아야 합니다.

그러나 재밌게도 귀혼에선 이러한 과도기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귀혼의 재미는 단순히 미래를 알고있기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흉수의 단서를 찾기 위한 노력과 추리에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변하든 변하지 않든 이 장대한 추리극의 배우는 변하지 않는다는데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미래는 변할지언정 사람마저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신상이나 성격, 무심코 대화를 통해 흘렸던 정보를 바탕으로 주인공은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서 관계를 정립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특수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귀혼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를 능숙히 활용하여 재미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먼저 전생의 만남과 인연을 서술합니다. 이것은 파편처럼 두서없이 내어주는 조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현생에서 이 조각들은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전생에서 의미없이 지나쳤던 조각정보들이 사실은 주인공과 기막힌 인연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단서를 찾아내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는 전생과 상반된 관계를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인물을 바라보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 눈이 아닌 두 눈이 사물을 입체적으로 꿰뚫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와같은 방법으로 소설속 인물들이 품은 갈등구조나 내부상황을 알고있다는 것은 주인공에게 부여된 특권이 되었습니다.

미래는 변했을지라도 주인공이 가진 특수성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있기에 귀혼은 처음의 재미를 계속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귀혼의 개연성은 어떨까요? 이러한 소재에선 과거로 돌아가게 되었다면 그렇게 만든 원인과 그로인한 목적이 있게 마련입니다. 어째서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게 되었는가?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가란 의문을 작가는 풀어주어야 합니다.

과학적, 혹은 주술적 방법을 통해 우연히(목적성 없이) 이루어진 일이라면 상관없습니다. 절벽기연처럼 주인공 퍼주기의 한 방편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니 새로운 목적을 주인공에게 부여하면 됩니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강렬한 염원으로 기인한 것이었다면 그 염원을 중심축으로 삼아 명확한 목적성을 갖고 소설을 집필해야 합니다.

재밌게도 이 때엔 그 현상을 과학적이나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들이 주인공이 품은 염원이 무엇이며 그것이 주인공에게 어느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인가를 알게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독자의 꿈과 바람을 충족시켜 주는 환상문학에서, '염원'이란 곧 마법과 같은 일을 부르는 요술램프의 역할을 맡기 때문입니다.

피터팬에선 어른이 되기 싫다는 염원이 네버랜드로 피터를 불러들였습니다. 네버엔딩스토리에선 괴롭힘당하는데 지친 주인공이 책 속으로 빨려들었지요.

이처럼 염원은 그것의 해답을 찾기 위한 공간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우린 피터팬에서 애틋한 동심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네버엔딩스토리에선 수많은 모험을 함께하며 용기를 배웠습니다.

그 해답은 강렬한 염원이 만들어낸 성과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강렬한 바람wish은 논리와 확률과 법칙을 넘어 독자의 감수성을 깨워 그것이 가능할 거란 믿음을 주어왔으며 우리는 그 해답과 함께 감동을 얻어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해야 합니다.

독자의 믿음은 강렬한 염원을 씨앗으로 탄생된 만큼 만약 소설이 이러한 염원을 잊게 되고 목적성이 흐릿해진다면 마찬가지로 소설의 시작에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부터 소설은 왜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야만 했느냐는 의문에 답할 길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개연성에 대한 의문은 바로 그 순간 시작됩니다. 그 결과와 함께 독자는 감동이 아닌 분노를 얻게 되겠지요.

귀혼은 이러한 점에서 당위성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진행방식을 택했기에 위험을 피했을 뿐더러 작품의 완성도또한 더불어 높아졌습니다.

흉수가 누군지 알고 싶다는 강렬한 염원을 목적삼아 흐트러짐없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단순히 비극을 막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흉수가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중대한 목적이 되었습니다. 이 목적성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모든 선택과 행동이 결정되기에 주제의식이 확연해 졌습니다.

여기에 양파껍질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진실은 그 껍질의 두께만큼 속에 든 것이 뭔지 알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을 불러왔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준비는 소설의 맛을 더 풍부하게 했을 뿐더러 독자는 진실을 알고싶다는 일념으로 주인공과 같은 염원을 공유하며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와같이 귀혼은 과거로 돌아간다는 소재가 가진 맛을 충실히 뽑아내어 많은 만족감을 안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보였습니다.

지나치게 길게 전생의 사건을 서술하여 몰입도를 크게 흐트러트린 것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몰입은 마치 비행기를 띄우는 과정과 같아서 한번 맥이 끊기면 다시 긴 활주로를 달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참 현생의 이야기를 즐기고 있는데 전생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몰입의 박탈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전생의 이야기에 빠져들 즈음에는 다시 현생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런 악순환은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전생을 서술할 때 군더더기살을 빼고 핵심적 단서들 위주로 경량화하여 적었다면 소설의 관절을 잇는 좋은 윤활유로 작용했을 텐대, '전생'이 '현생'과 똑같은 대접을 받길 원한 듯 하나의 방을 떡 하니 차지해 버렸으니 버겁게 느껴질 밖에요.

아마 독자들 중엔 귀혼을 재밌게 읽으며 남은 분량에 행복해 하다가 그 많은 분량이 외전이라는 것을 깨닫고 배신감을 느낀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1권 말부터 전개가 성큼 성큼 이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은 마공 사용에 제약이 있었으나 어느 순간 비약적이라 느껴질정도로 강한 마공을 구사하였고 이로인해 쌓은 공보다 과하게 넘치는 불로소득처럼 여겨졌습니다.

또한 별다른 조심성 없이 다른 이에게 거리낌없이 드러내는데, 분명 설명할 만한 정황을 갖추긴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래도 되나? 공적으로 몰릴 수도 있을텐대 위험하지 않나? 조심성이 없는 것 아닌가?'라는 군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권에서의 인연들도 다소 성급하고 빠르게 맺어지는 느낌입니다.

거물급이라 평할 수 있는 무민, 한유민과 너무나 쉽게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주인공이 찾은게 아니라 그들이 달라붙었습니다. 조건없는 친절과 호의로 다가드는데다 정보또한 이들에게서 물흐르듯 흘러나옵니다.

무민이 처음 등장했을 때 주인공이 깨어있을 가능성을 생각지 않은 듯 비밀스런 이야기를 방 바로 앞에서 거리낌없이 나누는 모습은 중요한 정보를 매우 부주의하게 다루는 것이었으며 주인공이 너무나 쉽게 비밀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든 정보퍼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가, 왜 일방적인 호의를 보내는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가, 주인공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것인가, 아니면 그 형에게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기 때문인가 등 근저의 원인에 물음이 생겼습니다. 왜 별것도 아닌 서신전달자에게 그렇게 신속하게 도움과 호의를 베풀었는가는 작가가 아직 풀어놓지 않은 미스테리 보따리 안에 그 답변이 있던 만큼 미진한 채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에서 느껴졌던 기호 차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재미는 그 이상의 값어치를 지녔기에 매우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재생, 리셋라이프, 백도 등의 같은 가정을 전제로 한 전작들로 인해 소재에 대한 흥미저하와 높아진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재미를 낼 수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 만족스러웠습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16 o마영o
    작성일
    07.07.25 21:17
    No. 1

    감상글 잘 봤습니다.
    귀혼.. 저도 문피아 연재당시부터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즐겨봤던
    작품이지요. '흉수의 단서를 찾기 위한 노력과 추리' 에서 재미를
    창출해내고 있다는 점은 정말 공감이구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반금자
    작성일
    07.07.27 14:11
    No. 2

    정리가 안된 느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amoogana
    작성일
    07.07.28 02:03
    No. 3

    논단에 올라온 이글을 읽고 귀혼을 읽었습니다만....읽을만은 했지만 확 끌어당기지는 않더군요... 흡입력이 약해요...뭔가 산만한 느낌이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담진현
    작성일
    07.07.29 03:18
    No. 4

    감상&추천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Ling
    작성일
    08.04.07 00:49
    No. 5

    저도 상당히 재밌게 읽었어요. 조금 복잡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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