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가볍지 않은 문제를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길게 쓰기 보다는 요즘 감상이나 비평란 혹은 개인적으로 듣는 독자들의 이야기, 거기서 드러나는 생각들을 되짚어보고자 함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시장이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요즘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걸 하나하나 다 짚자면 정말 하루 종일 써야 할테니,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제가 판단하기로 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딱 두가지에서 기인합니다.
그 하나는 매월 나오는 책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월 200종이상이 덜 나와야만 합니다.
이건 작가나 기타 다른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출판사에서 서로 공조를 해야 할 부분이지만, 실제로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뭐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불펌파일입니다.
불펌파일을 올리는 분들의 이야기는 누구 글을 좋아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그래서 홍보를 위해서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합니다.
과연 비슷하기라도 할까요?
누구 글을 좋아한다면서, 그 사람의 삶의 터전을 짓밟으면서, 책을 사보게도, 빌려보게도 못하게 만들면서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하나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취미로...
혹은 공짜로 보기 위해서.
불펌파일에 맛이 들린 사람들은 책을 사기는 커녕, 대여점에도 안가고 문피아 같은 연재사이트에도 안 옵니다.
거기서 골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저희는 이 부분 사력을 다해서 바로잡을 예정입니다.
도서는 영화와 달라서 대단히 취약한 구조를 가집니다.
영화는 그렇게 엄청나게 다운을 받아봐도... 영화관에서 보는 인구로 인해서, 시장이 크기 때문에 잘 견디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서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다변화된 시장도 아니고, 규모도 크지 않으니까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책 안 읽는 사람들 중 하나이잖습니까?
그나마 있는 독자들마저 저렇게 빠져나가면 방법이 없습니다.
대여점이 속속 문닫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독자가 오고 장사가 되는데 문닫을 대여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와중에 감상란 비평란을 보면 불만을 표출하는 독자분들이 적지 않고, 공감이 가는 글 또한 적지 않습니다.
이걸 글이라고 썼냐?
출판사는 책을 대체 뭘 보고 출판하는 거냐?
누구누구 책은 다시 안 보겠다.
일단 이걸 글이라고 썼냐?
라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런 글 있다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글이 왜 출판되었을까요?
이런 글이 나가면 출판시장에서 망가진다.
손해본다!
라고 확정되어진다면?
그럼에도 손해보자. 라고 일부러 그 책을 출판할 출판사가 과연 존재할까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나름 잘된 글.
무협/판타지/SF 다소 매니악하지만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글.
감상란에서도 잘썼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올라왔던 글들.
그 글과 여러분이 쓰레기라고 하는, 소위 개념도 없고 개연성도 없고 문장도 안되는 그런 글의 판매부수를 비교하면 거의 같거나, 혹은 더 팔린 게 아니라 그 쓰레기라는 글이 더 팔린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책을 만드는 출판은 문화산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든든한 재단이 있어서 공익사업을 하기 위한 출판사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돈을 벌지 못하면 문 닫아야 합니다.
그런 출판사에서 난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저건 못내겠다.
라고 여러분이 지뢰라고 하는 글을 보고 포기를 한다면...
그 글이 안나올까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출판사에서 정성을 다해서 모신 실력있는 작가의 글보다 더 반응이 좋고 더 팔리는 걸 보면 그 출판사는 맥이 빠집니다.
그리고는... 에이씨, 좋다! 내두 내보자!!
라고 전의를 불태우게 되는 경우도 제가 직접 봤습니다.
누구누구 글은 안 보겠다.
실망이다. 라고 하는 독자의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누구 글을 추천하면 난 그거 1권에서 덮었어.
먼저 글은 좋더니 이번 글보니 더 이상 희망이 없어.
그 작가는 돈독이 올랐어.
파기야.
그런 댓글도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황당한 일도 있습니다.
누가 달려들어서... 이거 양산 쓰레기로 가누만!
이라고 매도하면 같이 달려들어서... 그래 이젠 그거도 쓰레기야!
얼마전까지 칭송하던 독자가 난 실망했어. 라고 하면서 같이 비난대열에 참가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작가, 책임 져야겠지요?
(이런 글들은 대개 인기작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걸 보면서 정말 난감했던 것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독자 중 몇분(제가 다 확인 못했으니까 몇%라고 단정은 할 수 없고)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난감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확인해보니, 자신은 그 글을 안 봤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남들이 그러니까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달려들어서 그래 그거 쓰레기야. 라고 잘난 척 하기위해서 글을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에 보니 그 사람 글이 마음에 안 들었었다.
그게 안 보고도 매도한 이유입니다.
무책임합니다.
안 본 거면, 모르면 그 글에 대해서 글을 쓰지 말아야지요.
그게 제가 아는 상식입니다.
그냥 아는 척 하기 위해서, 내 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 정말 옳지 못하고 위험합니다.
독자를 이끌어가는 것은 작가의 능력입니다.
그러나 그런 작가들을 이끌어가는 것은,
지금은 바로 여러분, 독자입니다.
서점에서 팔리는 책이라면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먹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것이 대다수인 현재, 작가가 독자를 이끄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세상도 변했지요...)
제대로 평가를 받을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글을 잘 써도 내일, 또 내일 쏟아지는 책에 묻혀버리기 때문입니다.
대여점에서 읽고는 마믐에 들어서 이건 살만하다.
라고 생각했더라도, 눈앞에 불펌파일이 돌아다니면 사는 걸 망설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결국 마니아적 성향의 특색있는 글은 무너지고
양산형이 팔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왜냐면 지금 시장의 주류가 10대에서 20대초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어 시장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음이 현재의 시장입니다.
양산형은 독자가 있어 팔리지만, 잘쓴 글 독자지향의 다소 마니아적인(완전히 마니아적인 것도 아닌..) 그런 글은 참혹한 패배를 맛보는 그런 현실 속에서...
독자들의 반응 중에는 황당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잘 썼는지 모르겠지만 나와는 안 맞다.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표현이 마음에 안 맞는다. 주인공 생각이 나랑 안 맞는다. 행동이 거슬린다.
저는 글의 전체를 봅니다.
그 글이 제대로 흘러가는가를 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첫 시작을 보면 그 글의 향방과 작가의 글 쓸 때의 마음까지도 보입니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한 분야에서 수십 년을 몰두하면 누구나 그렇게 됩니다.
그런 제가 보기에 이 글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다.
라고 보이는데, 어떤 독자들은 문제를 짚어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문제를 짚어내는 시각이 왜곡되고 과장되고 혹은 터무니 없기도 하다는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독자는 본인의 시각만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독자에게도 수준이 존재합니다.
문피아의 캠페인에서 남의 의견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
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초등학생에게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원본 그대로 번역된걸 읽혀보면 뭐라고 할까요?
백경을 그대로 번역한걸 읽혀보면?
백이면 백, 거의 가 다 재미없다고 할 겁니다.
지루해서 읽을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아직 읽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 거지요.
장르의 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100권을 읽은 사람과 1000권을 본 사람 5000권을 본 사람과 10만권을 본 사람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같이 1만권을 읽었더라도 갖가지 글을 섭렵한 사람과 한 분야만 읽은 사람과는 같을 수가 없는 게 너무 당연합니다.
어떤 글을 보고 특이하게 느낌을 이야기 하는 분들의 경우는 제가 유심히 그 분의 글을 살펴 봅니다.
글의 성향이나 나이 기타 등등을 제법 시간을 두고 살펴 보는 거지요.
그러면 거의 대부분이 실제 수준이 다름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거의 나이에 비례하기도 하고 또 직업에 비례하기도 하고 또는 아주 드물게 그 나이, 그 직업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게 특별한, 정말 우리 캠페인처럼 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인정이 되어야 될 걸로 생각합니다.
독자의 수준은 정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초등학생이 대학생의 수학을 이해할 수가 있겠습니까?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 수준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이라서... 양보해서 보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가 맞게 됩니다.
그렇지만 냉정히 평가하면 아직 수준이 안되어서 틀리게 본다는 것이 맞게 됩니다.
그간 제가 나름 통계를 낸 결론으로 보면, 왜곡과 자기확신이 가장 심한 나이대가 20대 중반입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남의 말은 무조건 틀리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가장 높은 연령대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의미는 이렇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모두에게 옳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의견을 "강요"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보지도 않고 참여하는 분들은 물론이지만, 자신의 의견이 무조건 맞을 수는 없음에도 이건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 라고 남이 틀린다는 강변으로 상황을 그렇게 몰고 가려는 분들이 정말 요즘 적지 않음을 봅니다.
심하게 까다롭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맞추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100인 100색이 현대이니까요.
일단 현 시장의 주류인 10대-20대초반까지의 독자들은 입맛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본인들의 수준이 높아졌을 때, 볼 책이 있게 됩니다.
그래야 본 글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논술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리고 좀 더 수준 높은 마니아층에서는 가능하면 많이 홍보해주고 여유가 되시면 사주기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시장이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주류 독자들은 빠른 호흡과 재미만 보장되면 개연성이 무너지고 말이 안되는 스토리라인이 보여도 무시합니다.
냉정히 보자면 그걸 읽어낼 능력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나이 특유의 순발력으로 머리속에서 그 모자라는 자기도 모르게 대충 스토리라인을 구성해서 넘어가버립니다. 그러니 문제 될 게 별로 없지요.
그러나 30대에 가까워지면 그게 불가능해집니다.
개연성이, 말이 안되면...
읽을 수가 없어집니다.
그러니 현재의 주류가 재미있다는 글은 욕 나온다. 라고 불만을 토해내게 되는 거지요.
그런 모든 독자를 포괄하는 책들이 드물게 나오는... 히트작들입니다.
통상 모든 독자의 70%선을 만족시키면 빅히트가 나옵니다.
히트라는 건, 문장과 스토리 수준 등이 모두 준비되지 않으면 안 나옵니다.
수많은 독자의 평가는 의외로 냉정하고 잘 맞게 되거든요.
지금처럼 기형적인 형태가 아니라면...
제가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글을 보실 때 조금 느긋하게 넓게 봐달라는 것입니다.
작가에게도 수준이 있고 단계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대단한 수준이라고 높이는 작가가 실제로는 난감한 수준일 때도 있고 여러분이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작가가 실제로는 상당한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수준이 단계에 따라 변합니다.
1. 아무거나 뭔지도 모르고 그저 부시기만 하면 신기하고 재미있기만한 시절.
(초보독자, 현 시장의 주류)
2. 문장이 눈에 들어오고 스토리가 밟히는 시절.
(글을 볼 줄 알게 되기 시작합니다.)
3. 글의 흐름을 읽을 줄 알게되는 시절.
(이 상태에 오면 어지간한 건 거의 다 재미없습니다. 고수는 아닌데 스스로 고수로 착각하는 상태.)
4. 글의 흐름을 볼 뿐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볼 수 있어서 3단계서와 달리 글을 다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되는 단계. 시야가 확장됩니다.
물론 제가 쓴 이 말이 100% 다 맞다. 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100%에 가까운 건 있어도 100%라고 단정할 수있는 사실은 정말 드무니까요.
애정어린 눈으로 작가를 질책해주시기를 바라며 마칩니다.
성하지절, 연화정사에서 금강.
Comment '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