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논단

대중문학 전반에 대한 것을 논하는 곳입니다.



임영기, 독보군림

작성자
Lv.1 인위
작성
07.07.30 11:29
조회
10,157

작가명 : 임영기

작품명 : 독보군림

출판사 : 청어람

강호무림 삼천 중 중천의 절대자 설무검은 최측근들에게 배신을 당해 손의 힘줄이 끊기고 두 방법으로 단전이 파훼당합니다.

그리고 그의 동생 또한 그 여파에 휘말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합니다.

이 둘은 서로가 죽은 줄 알지만 각자의 길을 가며 복수를 꿈꿉니다.

강호무림의 절대자의 위치에서 순식간에 무공을 전폐당한 범부로 전락한 스물 아홉 설무검.

서책에만 빠져 한평생 고생을 모르고 살아오다 순식간에 처지가 뒤바뀌어 쫓겨다니게 된 열두살 설영.

너무도 완벽히 성공한 반란에 의해 지독히도 암울한 처지에 빠진 이 두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소름끼치도록 재미있습니다.

이건 사실 어떤 면에서 경악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한 소설에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쪽 방향 모두로 재미를 주어야 하며 균형이 조금만 어긋나도 한 주인공이 다른 주인공의 재미까지 먹어치우게 됩니다.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은데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가 튀어나온다면 몰입도가 떨어지고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처음의 시선이 곧 뒤집어지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면에서 반전에 가까웠고 그만큼 충격적인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두명이라는 것이 오히려 소설의 재미에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가고 있고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독자로선 혼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애증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어렵게 되고 부딪치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마련이니 한 주인공이 누려야 할 것을 다른 주인공이 뺏는 듯한 박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고로 산 하나에 호랑이가 둘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선 두 주인공이 같은 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형제지만 서로 많은 것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재능도 다르며 용모도 다르고 나이대도 다르고 서로가 힘을 쌓는 위치마저 다릅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지만 공통의 목적을 지니고 있기에 이들은 둘이자 결국 하나입니다.

어린 동생은 도망치다 기루로 스며들어 여자 행세를 하며 성장하고, 형은 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파훼당한 단전을 복구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합니다.

이 둘의 이야기는 양쪽모두 하나의 소설을 보는 듯 하며 서로 다른 매력으로 독자를 휘어잡습니다.

만약 단 하나의 주인공만 등장했다면 과거의 숱한 소설과 다를바 없는 편향된 재미를 주었겠지만 서로다른 매력의 두 주인공에게서 달리 충족되는 기대감과 만족감이 혼합하며 더욱 진화한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놀라운 점은 이젠 더이상 주인공의 무력상승 과정에 재미를 느끼는 시기가 지났는데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 과정에 흥미진진함이 항상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천하제일기재성향의 발전과정을 밟고 있는 동생 설영. 그의 능력은 거침없이 상승세지만 독자는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여자만이 발탁되고 여자만이 교육받는 그 곳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남자임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록 작가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독자는 주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로인해 그가 겪는 모든 상황에는 흥미진진함이 함께합니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긴장감을 독자가 스스로 만들어 느끼게 됩니다.

이번엔 천하제일노력파의 발전과정을 밟고 있는 설무검. 그의 앞길은 너무 거칠게 많아서 탈입니다. 복잡한 관계와 안정치 못한 공간을 이리저리 헤매며 서둘러 무공을 회복해야 하는 그의 처지는 마찬가지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하나입니다. 때문에 하나의 목표를 두고 두마리의 용이 서로를 꼬아 지탱하며 저 위로 솟아오르는 듯한 묘한 일체감으로 어떠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든 곧바로 이 소설에 집중케 합니다.

이 둘은 비주류의 세계에서 모습을 감추고 숨을 죽이고 있으며 아직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지만 이들은 각자의 길로 세상에 군림하여 그들의 복수를 이뤄낼 것이 분명합니다. 아픈 기억을 가졌지만 이들은 전혀 좌절하지 않고 파릇파릇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펄떡이고 있습니다. 이 소설 분위기 시원하고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재미는 매우 격동적이지만 소설의 내적 분위기는 너무도 안정적입니다. 역량있는 작가는 현실적인 사고방식과 인물의 진실된 감정을 존중하기에 비약적 상황이 없습니다.

이것에서 얻어지는 충족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무협적인 요소를 빼고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는 소설'

작가가 무협의 소설화를 지향하여 추구하는 것이지만 이로인해 오히려 무협이 더 무협답게 완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독보군림과 같은 작품에서 얻어지는 중후하고 실체감있는 분위기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 소설을 희노애락의 이야기로서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커다란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다소 비현실적인 대화나 상황 전개를 통해 감각적인 재미를 이끌어내는 소설들을 폄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독창성과 자유성, 특유의 센스, 그리고 감각적인 사고력은 창조적인 세계관에 꼭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니까요.

전 해산물과 고기의 맛 중 어느게 뛰어나다고 비교하지 않습니다. 그 둘은 분야가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보군림에서 얻어지는 것과 비견할만한 즐거움이 근래 드물었기에 전 오랫만에 구무협의 향취와 더불어 이룩되는 재미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산물이고 고기고 간에 이건 그것을 넘어서 홀로 설만한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히 폭풍처럼 감정의 파도를 일으켜, 해일과도 같이 메말라버린 감각의 대지를 다시 젖어들게 만든 이 소설.

'내가 잠시 잊고 있었고 그리고 다시 읽고 싶었던 것이 이런 소설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소름끼치도록 재미있는 이 소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절대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Comment ' 14

  • 작성자
    Lv.46 신마기협
    작성일
    07.07.30 21:13
    No. 1

    임영기님께서는 삼족오부터 최근의 구중천까지 작품을 내실때마다 점차 발전되는 필력과 그리고 서서히 농숙해지는 작품의 재미를 불어넣는 솜씨 이제 어느덧 무협장르의 대가로 이름을 굳힌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7.07.31 03:33
    No. 2

    임영기님은 신인작가가 아니라...
    1세대 작가입니다.
    예전 이름을 버리고 본명을 쓴거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담진현
    작성일
    07.07.31 03:50
    No. 3

    <구중천>에 이은 <독보군림>의 상승세^^ 신나고 즐거운 일이네요. 감상,추천 잘 봤습니다. 다음에는 어떤걸 추천하시려나? 기대해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검우(劒友)
    작성일
    07.08.01 14:16
    No. 4

    어쩐지... 그 필력이 범상치 않다 했더니만!!
    독보군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風혼
    작성일
    07.08.05 10:37
    No. 5

    동천도 그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나팔바람
    작성일
    07.08.08 11:12
    No. 6
  • 작성자
    Lv.1 꿈꾸며살자
    작성일
    07.08.16 19:45
    No. 7

    임영기님이 1세대작가이신가요..
    삼족오를 아주예전에보고 반했었던 기억이나는데..
    임영기님의 이름을 외우고있었죠
    헌데 그다음책을보고 큰실망을했죠.. 대필한게아닐까라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으니.. 이리 평이 좋으니 좋은책이겠죠
    조만간 한번봐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사인화
    작성일
    07.09.20 14:50
    No. 8

    독보 군림 재미나게 잘 보고있는데요...
    그보다도
    참 잘쓴 평론 이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좋은글에 좋은 평이라.......
    아주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투포마쿠한
    작성일
    07.09.24 16:48
    No. 9
  • 작성자
    Lv.1 천조운
    작성일
    07.10.05 17:56
    No. 10

    구중천을 보고나서 독보군림이 임영기였기에 책을 잡았습니다 구중천에서 왠지 이야기전개의 아쉬움과 뒷마무리의 섭섭하게 느꼈던 감정을 이번 책에서 다해소하게 되더군요 글올리신 분 말대로 한번 잡으면 놓을수 없는 필력입니다 끝까지 건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진명(震鳴)
    작성일
    08.03.23 18:18
    No. 11

    금강님 도대체 임영기 작가님의 1세대시절 필명이 무엇입니까?
    궁금해죽겟습니다. 임영기 작가님을 좋아하는 저로서는...작품을 살라고해도 1세대시절 이름을 모르니...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1 아처경
    작성일
    08.06.25 17:40
    No. 12

    아직 못 읽었는데 꼭!!! 봐야만 할 것 같네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감상글도 어쩌면 이렇게 맛깔스럽게 잘 쓰셨는지...
    야튼,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fluegas
    작성일
    08.10.17 18:15
    No. 13

    임영기님은 냉하상이라는 필명을 쓰셨죠..아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의지사나이
    작성일
    12.03.27 22:12
    No. 14

    냉하상.. 본적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논단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2 저작권에 대한 관계당국의 안이한 인식에 대해서... +49 Personacon 금강 07.12.04 4,866
81 이내, 카디스를 읽고... +26 Personacon 금강 07.12.02 9,586
80 저작권과 불펌파일에 관한 이야기 1.(추가) +36 Personacon 금강 07.11.26 6,920
79 진부동, 스키퍼의 완결을 보고... +13 Personacon 금강 07.10.19 8,543
78 정민철, 오크 마법사 +8 Lv.1 인위 07.10.18 5,224
77 게임소설의 진화를 보다... +28 Personacon 금강 07.10.14 10,627
76 소월, 이계공명전의 기대... +1 Personacon 금강 07.10.13 3,550
75 남운, 호중지천(1-3권)의 세계... +3 Personacon 금강 07.10.12 4,123
74 여혼, 맹가열전을 1-3권을 읽고.. +4 Personacon 금강 07.10.03 3,066
73 오채지의 야왕쟁천록 1,2권을 읽고... +13 Personacon 금강 07.07.31 6,659
» 임영기, 독보군림 +14 Lv.1 인위 07.07.30 10,158
71 시장의 어려움/독자의 편식과 까다로움... /작가의... +61 Personacon 금강 07.07.28 7,507
70 송하, 귀혼 +5 Lv.1 인위 07.07.22 4,372
69 박성진, 광마 +16 Lv.1 인위 07.07.17 8,032
68 박선우, 흑룡의 비상.... +9 Personacon 금강 07.07.07 5,642
67 유진산, 고스트아머의 놀라움. +9 Personacon 금강 07.07.06 4,596
66 방수윤, 그가 쓰면 다르다. 허부대공. +24 Personacon 금강 07.06.14 10,334
65 태규, 풍사전기 1-3권을 보고 가능성을 보다. +8 Personacon 금강 07.04.22 6,181
64 촌부, 자승자박 1-4권을 보고... +4 Personacon 금강 07.04.22 7,835
63 별도, 질풍권에서 이야기를 보다. +19 Personacon 금강 07.04.05 6,318
62 진부동, 스키퍼에서 그의 부활을 보다. +4 Personacon 금강 07.03.20 4,460
61 비우, 고대산전기를 읽고.... +12 Personacon 금강 07.03.14 4,665
60 성진, 크래쉬를 보다. +9 Personacon 금강 06.12.27 6,466
59 설공, 추룡기에서 꿈을 보다. +4 Personacon 금강 06.12.23 5,179
58 송승근, 하울링에서 가능성을 보다. +10 Personacon 금강 06.12.23 4,741
57 파래, 레드서클에서 미래를 보다... +18 Personacon 금강 06.10.22 4,430
56 노경찬, 레드스톰의 가능성을 보다. +6 Personacon 금강 06.10.22 4,651
55 지켜볼 신인, 이호준의 [하이아데스]를 읽으며... +7 Personacon 금강 06.10.02 4,329
54 유쾌상쾌, 통쾌한 글, 황규영의 [잠룡전설]... +22 Personacon 금강 06.07.06 9,383
53 임수민의 "이계의 마스터"와 이상향의 "스틱스"를 ... +40 Personacon 금강 06.03.30 8,432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