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전작은 독룡하설산이다.
그 글을 읽으면서 여러사람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좋은 동기부여와 감각을 보여주다가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이란 것이 독룡하설산을 읽은 내 평가였었다.
물론 1.2권만을 읽었으니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 기억을 가지고 야왕쟁천록을 읽었다.
야왕쟁천록...
요즘 글로 보자면 어딘지 모르게 좀 촌스러운, 아니면 예스러운 그런 제목이랄까?
특출한 제목은 아니지만 한문을 조금만 알아도 대충 야왕이니 정파는 아닐 거 같고, 쟁천록이니 패권을 다투는 기록이겠거니 싶었다.
시작은 평범했다.
변방에서 토호를 건드려서 쫓기는 사람 둘.
그들은 의형제이고 대형을 찾아 여기까지 온다.
그들이 만난 것은 신기한 능력을 지닌 꼬마.
그렇게 돌고 돌아 그 꼬마가 무공을 배우고 어머니의 친가인,
주인공의 입자에서는 외가인 당가로 가게 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강호행로...
여기까지의 행로를 보면 그저 그렇다.
지루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잘 풀어간 글 하나.
하지만 당가로 간 꼬마,
이제는 이미 무공을 배워 약자가 아닌 강자.
당가의 가주 쟁탈전에 말려드는가 싶더니 변화가 인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채지의 이 글이 전작에 비해서 매우 발전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 글이 아주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대작이다. 라고 평할 수는 없지만...
이제 3개째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그의 이번 글은 나름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아가고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그것이 좋다.
중간에 당가주의 음모와 기타가 조금 묘하게 얽히긴 하지만 뒤의 안배로 해결을 하여 상황을 넘기면서 이 글은 본격적인 전개를 눈앞에 둔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아직은 다 살리지 못하지만 자신의 색깔을 칠하고 있다는 것과,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일 듯 하다.
그러한 것들을 힘있게 끌고 나갈 수 있다면...
오채지의 글은 더 많은 사람이 보고 좋아할 글이 될 가능성이 보였다.
통상 글을 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각이다.
그것이 스토리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이것은 아무리 훈련해도 조금은 좋아져도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는다.
타고난다는 의미.
이미 여러번 이야기 한 바가 있다.
문장 또한 어느 정도 타고나지만 오래쓰면 바로 아니면 읽기에 부족함이 없는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감각과는 다르다.
두 글을 보면서 느끼는 오채지의 변화는 문장도 나름 괜찮고 감각도 괜찮은 편이다. 이번 글에서 좋아졌으니 감각적으로도 조금 더 좋아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강한 카리스마이다.
튀는 문장과 튀는 감각은 일시적으로 독자를 모을 수 있지만,
결코 롱런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아니다.
결국 오래 글을 쓰는 작가로,
또 남보다 더 독자에게 기억되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점과 자신의 감각에 맞는 흐름을 최대한으로 포장해서 내놓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
그 무엇인가는 작가마다 다르다.
그게 무엇인가를 깨닫는 것이 이제 그가 일반적인 작가로서 글을 계속 쓸 것인지, 아니면 모두가 기억하는 중견이상의 작가가 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오채지의 이 야왕쟁천록만으로도 그의 글은 보면서 에이 뭐 이래. 하고 손을 놓을 그저그런 글에서는 이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글이 하나 둘 보일 때가 제일 기쁘고
여러분들에게 추천할 수있을 때는 더욱 기쁘다.
성하지절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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