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글이 많았는데....
참 다사다난 하다는 말처럼 근래에 별 희한한 일들이 생기면서 논단에 글을 쓰기가 정말 어려웠다.
시작하다만 글도 여러개.
안되겠다 싶어서 온라인으로 직접 쓰기로 했다.
(사실 여기 쓴 글들이 그렇게 거의 다 퇴고없이 바로 쓴 경우다. 다른 곳에서 써서 올리려면 이리저리 걸리는 일들이 많아 못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혼의 글은 책으로 처음 읽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연재시의 반응을 감안하자면, 그의 글은 매우 좋았다.
다시 말한다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써낼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사실 작가라면 그게 너무나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라도 반드시 써야지. 라고 작정을 했음에도 이렇게 늦어서 더 늦으면 아예 쓰지 못할 것 같아 우선 쓰기 시작했다.
여혼의 이 맹가열전은 요즘 말하는 소위 양산형 코드에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러나 잘 갖추어진 글을 보고자 한다면 봐서 후회하지 않을 글이다.
일찌기 어머님이 가시고 아버지마저....
남겨진 4남매.
그들이 살아가는 일이 바로 이 글의 주된 줄거리다.
주인공은 그 큰 아들 맹호이지만, 나타나는 비중을 보자면 나머지 3남매도 모두 조연급의 주인공이라 할만하다.
여기서 맹가열전의 고민이 있다.
제목 자체가 맹가이니 맹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래야 하지만 4남매의 삶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네 사람을 차례로 보여주다보니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첫째누나인 맹란의 시집가기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할 걸로 보이던 것에 비해서는 매우 수월했다.
그리고 가족을 대신해서 군역을 나갔다 돌아 온 맹호가 뒷골목 패에서 기연을 얻기도 수월하고 박진감은 모자라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글은 맥빠져 읽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살리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얼마나 맹가 가족의 삶을 제대로 그려냈는가. 라는...
그것은 오로지 작가의 능력에 달려 있는 부분이고 그런 면에서 여혼은 나름대로 맛깔스러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정말 감탄할만큼은 아직은 아니라 할지라도, 계속해서 뒤를 보게 만드는 힘이 거기 있다.
맹호에서 맹란에서 그 동생들로...
하나씩 이어지는 행보는 사실 매월 한 권씩 보여야 하는 현재의 체제로 보자면 극악의 선택이다.
주인공 하나로 보여도 모자랄 시선이 최소한 4군데 이상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는 전통무협의 향기가 스며 있기도 하고 또 인터넷의 흐름도 감지된다.
좋게 말하자면 모두를 아우른 셈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양쪽 다 확실히 그 맛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이 글을 쓴 이유에서 보듯 여혼의 맹가열전은 쏟아지는 책의 홍수 속에서 뒤를 기다리면서 볼 수 있는 책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글은 극단적으로 두 가지만 팔린다.
하나는 소위 말하는 양산형의 먼치킨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감동형의 글이다. (당연히 먼치킨 보다는 쓰기가 어렵고 작가의 능력에 많이 좌우된다. 그러나 먼치킨도 제대로 쓰려면 작가의 능력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한다.)
맹가열전은 그 둘 중 어느 것도 아니다.
가슴이 뛰고 피가 튀는 글을 보고 싶다면 맹가열전은 좋은 선택이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편히 누워서 배깔고 느긋하게 보기에는 충분한 책이 바로 맹가열전이다.
그가 이 글에다 힘을 싣고,
휘영청 솟구친 달빛 아래 일검휘지 하여 솟구치는 핏물을 멋지게 보이도록 포장할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또 한 사람의 믿고 볼 만한 작가를 우리는 만날 수도 있겠다.
10월 새벽...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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