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 볼게 없다는 독자들의 아우성이 매일매일 들리고 게시판에서도 지뢰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그것과는 반대로 안정된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이 정말 적지않게 발견된다.
안정된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히트가 될,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의미이고,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능력있는 작가라는 뜻이기에 매우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여혼을 발견했던 것도, 이 남운을 발견한 것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기분이 좋은 일임이 분명하다.
읽을 거리가 늘어나니까.
호중지천이란 제목을 보면서 대체 저게 뭔소릴까?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그건 솥 안에 그릇 안에 세계가 있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이 남운의 글은 처음 읽어보지만, 대단히 빠른 속도로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과연 속필에 필력은 어떨까? 라는 의구심으로 보았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할만한 필력의 글.
이상했다.
이 정도로 글을 쓰는데 왜 감상란에서조차 이야기가 전혀 안된 것일까?
겨우 감상 하나라니...
이 글은 요리무협이다.
아요기라는 요리무협이후 여러가지 글들이 나왔지만 실제로 요리와 무협을 제대로 접목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 글은 그 부분을 해보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이고 여러가지 공부를 한 흔적과 자신의 생각을 담고자 함이 보였다.
그리고 글 자체도 난잡하거나 어렵거나 지루한 편은 아니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리라는 소재는 가슴을 뛰게 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하다.
그리고 가끔 이벤트로 열리는 요리대회는 거의 닮아보이지 않음에도 선발주자였던 요리왕의 그림이 자꾸 떠오름도 후발주자의 불리함이었다.
그럼에도 이 글은 보면서 에이...라고 던져버리지 않을 수 있는 꾸준함이 있는 책이었다.
굳이 바라자면, 요리 그 자체에서 좀 더 승화되어 무공이나 기타 다른 것으로 번져갔으면 좋았을 텐데 무공을 요리로 가져가는 소극적인 형태라서 강렬한 어필이 쉽지 않아보였다.
이 글은 이미 8권으로 완결이 되었다.
그 뒷 이야기는 조금씩 계속 읽어 볼 생각이지만 붕붕... 하늘을 날고 일장에 천지가 개벽하는 세태 속에서 자신의 소재를 지켜 글을 쓸 능력을 지닌 작가 한 사람을 발견했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상란이 조용함은...
이 글이 튀어 오르는 글이 아닌 까닭이다.
잔잔하게 그저 자신이 쓰고자 하는, 말하고자 하는 흐름을 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보게 되면 이탈없이 이 글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강력한 먼치킨을 원한다면 이 글은 보기 어려울 것이지만, 그럼에도 아마 나름대로 자기 몫은 하리라 보인다.
이 글이 어렵거나 한 쪽으로 경도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요리에 대한 설명들이 거의 같은 패턴으로 계속 나오는 것도 신선미를 떨어뜨리는데 일조를 한다.
굳이 잔소리를 한다면,
글의 흐름을 작가의 의도대로 그려내기 보다는, 글의 흐름에 맡겨서 하나의 이벤트를 잔잔히 그려냄이 아니라 이따금 폭발하는 강렬함이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다.
잔잔함은 사람의 가슴을 적시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는 사람을, 독자를 흥분시키게 한다.
남운의 이름으로 폭발하는 글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초가을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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