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민철
작품명 : 오크 마법사
출판사 : 청어람
근래 여러 판타지 신간 중 단연 발군의 재미를 갖춘 작품입니다.
나이들어 마나의 재능을 느끼게 된 주인공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 타국가의 마법 학교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낮은 재능으로 인한 출학처분을 면하려는 방편으로 사장되어가던 오크학파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습니다.
마법학교라고 해서 학원물일 거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고 타 학도에 비해 처지는 능력으로 인해 경원시 되는 주인공의 난감한 운명이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약간 취향을 탈지 모르지만 제 생각엔 권경목 작가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똑같이 상당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거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의 첫째가 선과 악의 경계- 책임감과 무책임함의 경계에서 평범하지만 단연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하는 주인공의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권경목 작가분의 나이트골렘에선 초반의 방탕한 주인공때문에 약간 음울한 느낌이 감돌았듯, '오크마법사'에서도 상당히 미묘한 경계에 주인공의 성격을 놓아두어 독자의 친근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저러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미묘한 부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상당히 추상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순 있습니다만, 순탄치 않은 운명 속에서 적당한 탐욕을 부리는 주인공의 실리주의는 이후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줬습니다.
둘째는 자신이 만든 체계에 대한 전문성 때문입니다.
근래 한 작품을 들자면 이상향 작가의 소드메이지에서 소설 안의 마나체계를 좀더 새로이 하여 신선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이를 소설 전반에 걸쳐 중요하게 담아내어 충실함을 주었듯이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몸담게 되는 오크학파에 대한 독창성과 그리고 스토리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상당한 충족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셋째는 밸런스인데 절대적인 무력이나 무공 인플레가 없고 한계점을 잘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주인공이 계속 여러 이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한순간에 무언가를 이뤄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 없습니다. 때문에 소설 전반적으로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세가지 느낌이 저를 강력히 끌어당겼고 그로인해 2권까지 모두 탐독하는 동안 한 순간도 정신을 다른데에 빼앗기지 않는 깊은 몰입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오크 학파의 약간 과도한 특출성과 지나친 실리적 측면때문에 왜 그러한 학파가 사장되어 가게 되었는가에 대해 설명은 있지만 납득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크학파의 비전의 기술의 마이너스적인 부분이 분명 존재하나 그 제약을 비교적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인생이 너무 술술 풀리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득에서 눈을 가릴 정도의 고난과 운명의 꼬임또한 잘 설정해주고 있기 때문에 비약적인 질주에 의해 스토리의 고삐가 풀려버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취향에 따라 그 즐거움의 범위에 차이는 있겠지만 절대 실망은 느끼지 못할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여 추천합니다.
-근처 책방에서 이틀전에 봐서 신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7월에 출판된 책이군요.. 현재 2권까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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