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권을 읽었다.
소감은 이렇다.
그는 글을 잘쓰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글을 정말 잘쓴다.
무슨 소리일까.
그의 글은 장르적이지 못하다.
장르지형적이기 보다는 현재 그의 글은 장르와 일반물의 중간선상에 있다고 봄이 옳겠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얼핏보면 어설퍼 보인다.
실제로 아주 잘 다듬어진 글이라고 보기엔 조금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의 글에는 그런 단점을 뒤엎고도 남을 장점이 있다. 너무 많아져버려서 이젠 장르적인 글쓰기가 작가들에게는 역으로 신선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되어버릴 수 있는데, 그의 글쓰기는 그래서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묵향이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소소한 것들 하나하나를 표현하고 설명하는 패턴이 장르적이지만 이내는 서술과 사건의 진행이 거침없다.
하나씩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달려가버린다.
얼핏 무성의하고 제대로 표현이 되지 못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의 허무와 그의 감정이 매우 잘 전달되고 보는 사람은 그로인해서 지루함을 느끼기 어렵다.
카디스의 주인공인 카디스는...
죽을래야 죽을 수없는 저주받는 운명의 존재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는 수백 년을 그렇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내고자 신탁을 찾아 헤맨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적이다.
적당히 치사하고 악독하고 그 와중에 착하고...
말그대로 일반 소시민적인 감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영웅이고 먼치킨만이 모두인 현재의 장르시장에서 매우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특이한 글이 되었다.
비난받거나 외면 받아야 할 것임에도...
그의 이 글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그가 정말 어이없게도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장르적인 글쓰기로 변모해버리기 전에는.
(이 부분은 이내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이내의 특장이다.)
그 소시민의 적당히 치사한 그 모습은 어쩌면 나의 자화상과 같다. 많은 세상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고 싶지 않은가. 다만 그렇게 하면 안되거나, 하지 못함을 알기에 억제할 뿐.
그렇기에 이 글은 쉽게 카디스의 행적을 사람들이 납득한다.
정말 얼마만에 그의 제자이자 시종인 윌의 죽음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해옴을 느꼈다.
글이 가진 힘은 위대하다.
사람의, 독자의 감정을 마음대로 농락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대로 농락할 수 있으려면, 독자의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는 장치와 그럴만한 감각. 또 필력이 받쳐줘야만 한다.
윌! 윌!!
그를 잃고서 절규하는 카디스의 외침은...
세상에 홀로 남고 싶지 않은 불사신 카디스의 피를 토하는 신음이고 절규다.
늘 보던 패턴이 아닌 글.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아닌 기존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탈바꿈시킨 이내의 글은 이제 3권부터가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주변을 많이 돌아보고...
또 고민을 많이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내는 그런 고민보다 지금의 이 패턴을 잃지 않도록 함이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된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신인의 탄생을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12월의 첫날 밤.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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