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은 신인이다.
요즈음 의외로 많이 보이는 나이많은 신인들중 하나가 박현이다.
하지만 정말 의외로 나이가 제법 되면서도, 묘하게도 그 나이답지 않은 글을 쓰는 신인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박현의 무림문파를 평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작업이 될 것 같다.
과연 그가 그러한 작가군 중 하나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글을 쓰는 사람인지...
1. 무림문파는 어떤 글인가?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주인공이 고진감래 끝에 문파를 세우는 것이 이 글의 최종 기착지가 아닌가 한다.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무림문파는 그 템포가 매우 느리다.
이제 그 호오(好惡)를 짚어보자.
한 사람의 여행자가 나타나면서 시작한 무림문파는 급할 것 없이 여기저기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는 흐름으로 그저 평범하다.
하지만 그 여행자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점점 소용돌이가 커진다.
그리고 그 여행자, 이지환이 과거의 고수였음을, 이제 그 능력을 제대로 찾기 시작하고 깨달음을 얻어가면서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암시를 회상과 현실을 반복하면서 보여준다.
그 점에서 무림문파는 성공했다.
대체로 이런 회상장면이나 기타 다른 장면들을 흐름 속에다 삽입함은 금기다.
특히 문장이나 기타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초보들에게 있어 그러한 것들은 그저 겉멋을 부리기 위해서 억지로 끊어놓은 단절에 불과한 경우가 대단히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거의 모든 글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러한 맹점(盲點)을 교묘히 버무려서 흘러간다.
비록 강렬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매조진 솜씨는 눈여겨 볼만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흐름을 끊은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인지하고 그것을 이어주는 역할로써 다른 장면의 삽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고 일정부분 그것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글을 이어가는 것은 그 내부에 면면히 흐르는 흐름이다.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그는 작가로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게 된다.
그 흐름을 느끼지 못하고, 이어줄 능력없이 그저 스토리를 끊어서 다른 장면 삽입을 자기도취와 만족을 위해서 쓰는 사람이라면 절대 피해야 할 기법이라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 한바와 같다.
2. 그렇다면 무림문파는 성공한 글일까?
3권까지 보고 성공실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로 보면 이 글은 한 사람의 신인작가가 우리에게 나타났음을 말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글이 대체로 몇십 페이지 수준에서 이미 판결이 나는 것으로 볼 때 지금까지는 잘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과 사람들의 갈등과 그 관계설정들이 아주 깨끗하고 선명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훈훈하게 배려되는 부분들과 가끔씩 터져나오는 클라이막스 사용솜씨도 좋은 편이다.
조금만 더 가다듬어진다면... 이라고 뒤를 기대한다.
3. 무림문파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난자당한 바가 있었던 조판상의 실수다.
끔찍할 정도의 많은 행간처리는 1,2권을 읽는 내내 글의 흐름을 놓치게 만들었고 거의 반권을 읽으면서까지도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1권을 넘기고 나자 2권에 들어서서는 거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참혹하다는 말로써도 그것에 대한 불만은 모자란다.
본인은 본인의 책임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신인작가에 대한 출판사의 전적인 잘못이다.
편집방향조차 없는 출판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게해서 터무니없이 적은 내용이 1,2권에 담기게 되어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출판사는 이 책을 팔고 싶지가 않구나. 였다. 더구나 그 수많은 댓글을 포함하면서 나온 페이지수는 너무 심했다.
본문은 그대로 들어가고 반드시 부록으로 처리했어야 할 부분이었다.
본인에게도 홍역이었음을 알 수 있기에 이 부분 지적은 여기서 접기로 한다.
그 외 현재형 어미를 너무 남발해서 글을 멈칫거리게 함은 심각한 문제로 보였다.
물어본다. 말한다. 못한다....라는 형태다.
이러한 현재형은 고급의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하면 자칫 글 읽기를 주춤거리게 만드는 경향이 짙은데 무림문파는 그 점에서 아직은 힘에 버거운 모습을 보여 어딘지 계속 어색함을 노출시킨다.
조금 달리 생각해야만 할 부분으로 보인다.
그 외 늘 지적되는 한문오류에서 이 무림문파는 상당한 점수를 받을만큼 많은 노력이나 공부의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잘못된 한자들은 주해에서 여기저기 눈에 띄였다.
예를 들자면...
금리도천파(金鯉倒千波), 능파미보(凌波迷步)
금리도천파(金鯉倒穿波), 능파미보(凌波微步)가 옳다.
이런 것들은 전문무협용어라 아주 미묘하여 사실 제대로 다 알고 쓰기가 어렵다.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흠잡기 어려울만큼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만약 본인이 위의 글들을 다 알고 사용한 것이라면 한 자를 바꾸어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흐름을 보건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일부를 예로 든 것이니 큰 의미는 없다.
다만 글들이 아직은 늘어진 부분, 스스로 뭔가를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들이 눈에 띄여 아쉬웠다.
적당한 다이어트로서 글에 활력을 준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다.
글속에서 사람들이 살아숨쉬고 그들이 말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제부터 박현이 추구해나가야 할 목표로 보인다. 만약 그것이 된다면 여러분은 또 한 사람의 주목할 신인의 탄생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만추(晩秋) 연화정사에서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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