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마검을 보고 느낀 점은 멋진 신진(新進) 하나가 나왔구나였다.
이제부터 그 느낌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무당마검은 GO!무림 자연란에서 시작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출간되었다.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과연 이 글이 어떤 글이기에 이렇게
시끄러웠던 것일까? 라는 생각하에서 무당마검 1,2권을 보았다.
그리고는 감탄했다.
처음 쓰는 사람의 글이 아니었다.
근래에 들어 이 정도의 필력을 가진 신진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
다.
굳이 예를 들자면 좌백이나 임준욱의 처음 글을 보던 느낌이랄까?
역시 시끄러운 건 이유가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아주 뛰어나다.
그 말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 평가를 당장 쓰지않고 유보했다.
왜냐면 처음이 좋아도 뒤가 무너지는 글들을 요즘 들어 너무 많이 보았
기 때문이다.
좌백이나 임준욱은 그 첫글을 다 본 다음에, 과연! 이라는 생각을 했었
다. 그들과 견줄만한 글이라면 역시 끝을 본 다음에 최종평가를 해야겠다
고 생각했기에 지금까지 참아왔다는 말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5권까지를 본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당마검의 장단점들.
무당마검은 색목인이라 불리는 외국인인 명경의 전장(戰場) 출진에서부
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았지만 무림고수들이 아예
전쟁터로 나가는 이야기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몇 개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명백하게 재미를 줄만큼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
묘사도, 흐름도 모두가 수준이상이었다.
사형제들의 다단(多端)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까지.
상세한 병략(兵略)과 기타 전장의 흐름들, 우정과 배신을 그리는 솜씨
들과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구사된 한문들까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 바로 무당마검이었다.
하지만 5권까지를 읽고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다른 곳이 아닌 흐름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것이 이 글의 주목적이다.
(사실, 지금 다른 글을 평할만한 시간이 되질 않기 때문에 이 글도 조
금은 간략해질 수밖에 없다.)
전기한 바와 같이 무당마검은 잘 쓴 글이다.
1.2권을 볼때까지 흐름상의 문제점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신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압도적으로 뛰어난
글이 바로 1,2권의 무당마검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렇다고 그 자체가 심각한 상태의 문제는 아니지만 연재 때의 그 폭풍
과 같은 느낌이 지금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기에 굳이 짚어보고
자 하는 것이다.
명경이 전장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2권을 지난 3권 전체를
두고 쫓기기만 한 것은 전체적으로 지루해질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
로 지루해졌다.
주인공이 명확하지 않고 주변인물들만 다루어지는데다가 적에게 한 권
을 통해 쫓기기만 했다. 그리고는 겨우 고칠 수 있는 의원에게까지 가는
것이 3권의 흐름이었다. 그 자체로도 잘 못 쓴 글은 분명 아니지만 흐름
상의 문제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었다.
4권을 보면 역시 재미있다.
괴물이 등장하고 그를 물리치기 위한 장면들, 그리고 내일을 위한 수련
까지…… 후일을 기대케 한다. 뒤를 이어 5권에서는 마침내 괴물을 물리
치고는 복수를 위해서 돌아간다.
여기서 독자들은 기대한다.
과연 200명이나 되는 무공고수의 부대가 어떤 방법으로, 그 원한을 갚
을 것인가? 일반병사가 아니라 무공을 익힌 200명의 고수가 싸움을 벌이
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러나 5권의 끝은 너무 허망하다.
그 오랜 세월, 노력하고 돌아갔건만 여전히 그들은 장기판의 졸이다.
물론 현실로 돌아간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무협은 현실이라기보다는 꿈을 그린다.
독자들은 현실에 투영된 답답함보다 정말 시원한, 자신이 바랬던 어떤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공수부대 출신의 어떤 친구가 한 말이 있다.
자신에게 M60, 아니 m16에다 단검 하나만 주면 거기다 꽂아서 여의도
어디 가서 모조리 다 쓸어버리겠다고 총알도 아깝다고……
지금 우리나라 사람중 많은 분들이 그래 너 잘못했다 라고 하기보다 우
죽하면, 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잘했다! 라고 통쾌함을 느낄 분들이 많겠
지만 그건 현실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소설이고, 무협의 순기능이 바로 그런
현실과는 다른 대리만족에 큰 부분이 있음이 사실이다.
그련 면에서 무당마검은 스스로의 큰 장점을 버리고 현실이라는 단점을
택하면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버리고 말았다.
200명의 무공고수로 조직된 강력한 군대.
그런 군을 이끌고 나타나서 다시 앞서와 같은 답답함으로 가득찬 일의
반복.
그렇게 되면 스토리의 흐름이 진행이 아니라 답보, 내지는 퇴보가 되어
버리게 된다.
기대가 어그러져 실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글은 반드시 분량이 늘어나면서 사건의 진행이 되어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무당마검은 스토리가 앞으로 가고 있지 못하다.
괴물을 죽이기 위한 1권은 과연 스토리 진행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단순히 몇 년동안 노력했던 그 시간을 위해서? 독자는 그 시간을 의미있
게 기다릴만큼 너그롭지 못하다.
돌아온 장고!
두두두두…… 불을 뿜는 기관총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바로 그렇게 전장은 불타고 친정에 나섰던 영락제는 위기에 빠진다. 그
런 영락제를 구하면서 명경의 일행은 화려하게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독자는 그간 참아왔던 것들이 시원하게 폭발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다른 진행.
그렇게 사건이 빨리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그들은 여전히 장기판의 졸이다.
기대가 어그러지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재 무당마검의 최대단
점은 바로 그렇게 글과 현실에 얽매어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점이
다.
무당마검은 그 자체로서 잘 쓴 글이고, 정말 칭찬할만한 글이다.
이 글은 바로 그러한 글이 제대로 튀어나가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작가는 전체를 가늠하지만, 독자는 시원한 글을 원한다.
그것을 조율하는 마법사, 내지는 신(神)이 바로 작가다. 글은 언제라도
내일을 위해 전진해야만 한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을 독자는 야속하게도 원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 글을 접는다.
단기 4337년 3월 일요일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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