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열제!
이름은 제법 멋이 있다.
그렇지만 과연 내용은 어떨까? 읽기 전에 들은 말은, 이 글은 잘 쓴 코
미디야. 라는 말이라서 과연 어떨까?
라고 의문을 가지고 보게 된 글이다.
이 글에 대해서 시작 전에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금년 들어 본 신인작가의 글 중 단연 발군(拔群)이라는 표현을 쓸만하
다였다.
가우리라는 이름을 얼핏 들으면 마치 가오리를 연상시키는 바가 있다.
실제로 가오리가 뭐야? 라고 웃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책을 받아들면 겉장을 넘기지 않고서도 그 의미를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위대한 고구려!
중국의 동북공정이란 말도 안되는 상황하에서 그 우리들의 선조를 판타
지 세계로 넘기는 아주 기발난 책이다.
이 <<강철의 열제>>가 뛰어난 점은, 바로 그 자랑스러운 우리들의 역
사를 지식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 그 글 속에 녹여 놓고 있다는 것이
다.
지식을 쏟지 않고 그 속에서 숨쉬고 읽히도록 만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또한 그것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기 떄문이다.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지면이 아니다.
칼럼이 아닌 이상,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
소설 속에서 지식을 흐름에 버무리지 못하고 쏟아 붓는 것으로 만족한
다면 그건 작가의 자기만족에 다름이 아닌 까닭이다.
예전 본인 쓴 <<발해의 혼>>은 이 분야에서는 첫 번째 글이었다.
그런만큼 아무래도 사실을 밝히기에 주력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미 선배가 한 일을 몇가지 더 밝혀낸다고 할지라도, 기실 더
특별할 것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우리는 <<강철의 열제>>에서 고증(考證)을 채집하고
서 그 고증들을 편하게 글에서 풀어냈으며, 또한 신인답지 않은 웃음으
로 버무려 냈다.
글을 읽으면서, 사람을 웃게 만든다는 것은 감각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
이다.
하지만 그 웃음이 계속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상
황이 계속된다고 해도 독자들은 싫증을 내기 마련이다.
독자는 냉정하고 변덕스러우니까.
그렇기에 웃음으로 시작한 작가들은 모두가 수명이 짧았다.
전부터 지금까지 그 웃음을 주 테마로 잡아 데뷔한 작가들은 아무도 그
이름을 남기기 어려웠었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면 뒤가 예측되어 재미가 있을 리 없다.
그렇기에 그런 내용의 글은 계속해서 변신을 해야 하는데, 같은 웃음은
리바이벌이 두 번만 되면 지루해지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글로써는 아주 큰 핸디캡을 가진다.
강철의 열제는 1,2권에서 그런 지루함을 아주 잘 극복해 본인의 글솜씨
를 잘 드러냈다.
신인이라 믿기 어려운 글이다.
그전 글인 <<대한민국>>을 읽지 못했지만 제목만으로도 그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보지 못했음이 아쉽다.
가우리의 향후 문제는 3권 4권으로 넘어가면서 과연, 그러한 매너리즘
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부분일 터이다.
그러나 1,2권을 본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일부러 만나보기까지 한 바, 그가 감각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었기에.
가우리가 쓴 <<강철의 열제>>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이야
기를 쉽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그것이 지금 그 글을 히트 대열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임에도 쓰고 있는 용어나 기타 여러 가지에
서 별다른 모자람을 발견하기 어렵고, 각 장마다 따로 고구려나 기타
상황에 대한 설명을 빼둔 것도 특이하고 좋았다.
이제 3권이 나왔다.
우리들은 그가 여전히 주목할만한 작가일런지를 3권에서 확인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그 글만으로도
지금도 물론이고 앞으로도 기대되는 작가 한 명이 우리들 앞에 다시 나
타났다.
라고 자신있게 권할 수가 있겠다.
<<강철의열제>>를 추천한다.
10월 연화정사에서 금강(金剛).
☞덧말:
지난번 글이후 많은 분들이 단점을 지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걸로 압니다.
고쳐야만 할 단점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고쳐질 것인가?
라는 판단하에서 글을 씁니다.
저건 반드시 고쳐야 하는데, 고쳐지지 않을 듯 하다라고 보이면 반드시
지적을 합니다.
그러나 단점이 보이되, 저절로 고쳐질 과정에 있는 글이라고 판단되면
그 단점들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 점 감안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점을 모두 감안해도 가우리라는 후배 하나를 발견한 것으로서도
저는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 글은 송현우의 <<거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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