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는 참으로 독특한 글이다.
송현우의 거시기를 두고는 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터이다.
거시기, 참 거시기한 제목이다.
그러나 거시기(巨始記)라는 한자 제목을 보게 되면 그의 센스에
대해 머리를 끄덕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부터 거시기는 어떤 글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송현우가 흑설낭자라는 자못 묘한 이름으로 고무판의 전신인
고무림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들고 나타난 것은 호색신마전기였
다.
말 그대로 호색하는 신마라면 그냥 그렇고 그런 포르노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호색신마전기는 절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는 그것을 접고 새로 내놓은 글이 바로 이 거시기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호색신마전기라고나 할까?
한 마디로 이 거시기를 표현하라.
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 할 수 있으리라.
----유쾌,상쾌!
이미 한 마디가 아니게 되어 버리지만 실제로 거시기는 그러한
컨셉을 가지고 처음부터 만들어진, 멍청하고 운 좋은 사내의 좌
충우돌 무림종횡기다.
사기꾼에게 속아서 화화공자(색마)의 자격증을 따면서 이 이야
기는 시작된다.
그리고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가지고 남장여인을 만나고, 전대
노마들을 수하로 거느리게 된다.
갖가지 일들이 오해와 음모로 주인공의 주변에 얽힌다.
정말 너무 뻔한 스토리고 수없이 본 내용이다.
한 마디로 별 볼일이 없는 내용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실제로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재미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실제로 본인도 아주 재미있게 거시기를 보았다.
글쓰기를 미루고 열심히, 빨리 보고 난 다음에서야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했을 정도로.
그런 평범한 내용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그렇게 재미있을까?
과연 유쾌상쾌할 수가 있는 것일까?
거기에서 송현우의 자질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 스토리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기도 하다.
장르소설들의 가장 큰 특징은 늘 이야기 하듯이 답답함을 대신
해줄 수 있는 대리만족의 경향이 크다.
복잡한 세태, 이 불안한 시대에 왜 글까지 어려운 걸 보려고 하
겠는가.
그저 편하고 쉬운 것을 먼저 찾게 마련임은 누구도 비난할 수
가 없다.
답답하지 않고 시원한 전개.
어쩌면 그것이 지금 장르소설이 안고 있는 장점이자, 한계일지
도 모른다.
거시기는 바로 그러한 한계를 안고 있으면서도 또한 그러한 한
계를 본인의 능력으로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1,2권을 통털어 한문의 사용이나 기타 여러 가지를 씀에 있어서
무협특유의 내용에서 잘못된 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잘 살려내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금치 못하게 한다.
글을 읽다가 피식, 웃게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결국 머리를 감싸쥐게 만드는 것은 (웃다못해)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이 글로써,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유쾌,상쾌하다.
하지만 거시기가 정말 거대한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유쾌,상쾌
에서 "통쾌"가 더해져야만 가능할 것이다.
지금 여기서 거시기를 이야기 함은 바로 그렇게 유쾌,상쾌함을
가지고 시작한 거시기가 "통쾌!"함으로 이야기를 맺을 수 있는 싹
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다크엘프>>라는 판타지 한 편을 내고 있는 중에
이 글을 썼다.
그 글 또한 시원하고 재미있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또 한 사람의 기대주를 가지게 된 셈이다.
과연 그가 3권, 4권으로 넘어가면서 "거대한 시작의 기록"을 어
떻게 할런지를 이제부터 우리는 볼 수 있겠다.
2004.10 연화정사(蓮花精舍)에서 금강(金剛)
덧말:
일찍 한다는 것이 이것저것 너무 복잡하여 늦었습니다.
앞서의 두 글에 대해서 너무 칭찬이 많다고 하여 이 번 글부터
는 조금 냉정히 보고자 했습니다만, 실제로 그다지 단점을 찾기
어려운 글이 거시기입니다.
어떤 글을 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작가가 어떤 글을 쓰
고자 하였으며, 그 쓰고자 했던 바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나타냈
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거시기는 십분 만족할만한 결과물로 보입니다.
굳이 심각한 글만을 원하는 분이 아니라면.
거기에 사족을 하나 더 하라고 한다면
장르에서는 유쾌상쾌한 것만으로는 롱런이 어렵다는 겁니다.
단순히 유쾌함을, 웃음을 추구해서는 오래 견디기가 불가능합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그러한 전례를 보인바 있듯이.
결국 송현우의 출발은 매우 좋지만 그가 정말 모두가 좋아하는
우리들의 호프가 되려면 아마도 유쾌상쾌함에 더한 통쾌함까지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어야 되겠지요.
희망적인 것은 그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다음 글은 작가 현민의 <<마르스>>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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