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야연의 <<삼협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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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야연의 전작인 "쌍룡쟁투"에 대해서 조금쯤 신랄한 비판을 가한 적
이 있다.
하지만 그 후에 씌여진 이 "삼협고려"는 그때의 비판에서 진일보한 느
낌을 주는 글이다.
무림동에서 쌍룡쟁투에 관한 글들이 몇 개 있었지만 그 글들의 대부분
은 잘 쓴 글인 듯 하지만 답답하다였었다. 그런 점에서는 이 삼협고려
도 구태를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어려운 부분을 잘 이끌어가고 있어 글의 완숙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의문 스러운 것은 왜 굳이 장한백설이라는 글의 뒤편으로 삼협고
려를 기획했는가? 하는 점이다.
글을 읽으면서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별로 찾을 수 없었다.
사람 이름과 성분만 바꾸어버린다면 전혀 다른 스토리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조금 더 독자가 편하게 상황을 볼 수
가 있었을 것인데 과거만 나오면 설명을 해야 하고 머리나쁜 독자(본
인과 같은..)는 골머리를 싸매고서 전에 어땠더라? 생각을 해야만 하도
록 강요받는다.
자신을 알리고, 드러내기 위한 어떤 기획이라면 방법이 잘못되었다.
연작을 쓰려면 최소한 우리나라의 풍토로 보자면 바로 뒤를 이었어야
호흡이 살지 않았을까 싶다.
서론이 좀 길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삼협고려가 끝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여기에 그
감상을 적는 이유는 춘야연을 격려하고픈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글로서 지난날의 춘야연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한 모습으
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대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매우 고무적인 모습으로 생각된다.
어려운 시기에 능력을 지닌 후배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고,
고정 독자를 확보할 책을 쓸 수 있다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 더 나은
무협시장을 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문장이 좋았던 후배다.
그의 단점은 섬세한 스토리 묘사로 인해 전체적으로 힘을 가진 라인이
오히려 답답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람의 내면을 천착해가다가 갑자기 돌출해버려서 공감대를 형성해내
지 못하는, 일관되지 못한 형태가 되어 독자에게 공감을 얻어내지 못
했던 것이다.
유회의 처음 등장으로 볼 때, 또 그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지만 나름대로 잘 소화가 되고 있다.
장합이란 친구 또한 그 흐름을 타고 있다.
근래에 들어 신무협에서 가장 잘못하는 부분은 진행이 어지럽다는 점
이다. 여러 사람의 조연을 등장시켜서 여기 조금 저기 조금, 독자는 누
구와도 같이 호흡하기 힘들다. 호흡을 맞춰서 좀 읽을만 하면 다시 장
면이 바뀌는 까닭이다.
그런 단점을 춘야연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상당부분 해소가
되었다.
그가 유념해야 할 것은...
무협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바로 읽어가는 재미라는 점이다.
그것이 충족된 다음이라야 비로소 다른 것이 가능해진다. 인간의 내면
도 좋고 작가의 메시지도 독자가 읽어줘야 비로소 전달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그러한 점이 잘 반영되고 있는 듯 하다.
다만, 정말 읽으면서 손에 땀을 쥐고, 또는 가슴이 시원해지는 통쾌감
은 이 글에서 잘 보이지를 않는 점이 옥의 티다.
어느 쪽을 택해서 글을 쓸 것인지는 작가의 선택이기도 하고 또 그 작
가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 점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룰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뒤편을 기대해본다.
세모(歲暮)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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