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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대중문학 전반에 대한 것을 논하는 곳입니다.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
02.09.09 14:37
조회
5,297

       한성수의 마왕협녀기 4권까지를 읽고.

       근래에 들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시간만 나면 글을 읽게 되었다.

       마왕협녀기 또한 그렇게 읽은 글이다.

       이 마왕협녀기는 아직 완결이 아니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평할 정

     도로는 읽은 듯 하여 몇 자를 적고자 한다.

       가공할 전대의 마두이자 색마, 그리고 그에게 무공을 배우면서 묘

     한 감정을 느끼는 여주인공이 이 소설의 주축으로서 전체를 끌고 나

     간다.

       엽기무협이라는 부제를 달고 시작하는 이 글은 엽기라고 보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기존의 정통무협과는 조금 다르다. 결계라는 일본

     식(?) 환타지 형태라던지 대부분의 무협들이 단순히  겉만 건드리고

     넘어가는, 귀신의 세계를 들락거렸다던지 뒤로 가서는  아예 귀신을

     종자로 거느리고 다닌다는 일종의 퓨전무협으로서의  가능성을 두드

     려보고 있는 것이다.

       그 퓨전으로서의 가능성이 과연 성공했는가? 아닌가를 여기서  따

     져보는 것이 이 글의 논점은 아니다.

       그 글이 소설로서 어떠한가를 짚어보고 싶을 따름이다.

       결론은 나름대로의 흐름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뚜렷한 위기감도 그렇다고  아주 느슷한 템포도 아닌  상태.

     그리고 정말 뛰어난 순발력이나 복선을 준비해놓은 것도 아닌, 뒤가

     짐작되어지는 연출등은 그리 높게 평가받을 형태는 아니었다.

       사람의 시선을 확 잡아당겨서 내 옆에다 끌어놓고 그들을, 그  시

     선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옮겨놓으면서 글을  끌고 가야만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데 그 점에서 마왕협녀기는 힘의 부족을 드

     러냈다.

       그렇다면 왜 힘이 부족한가.

       아주 간단하다.

       설명이 너무 많았다.

       상황의 흐름으로서 글을 끌고가지 않고 모든 것을 작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생각을 할 필요도 또 할만한 자리도 없었다.

       그러니 독자가 빨려 들어가서 미친 듯 뒤를 쫓아가야만 할 필요성

     이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결국 이 마왕협녀기는 전체

     를 천천히 바라보면서 책장만 넘기면 되는 글이 되었버렸다.

       마지막 한 권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런지는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최종판단은 역시 그 끝을 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자

     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 글에서의 포인트는 역시 주인공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다.

       언뜻 떠오르는 것이 톰과 제리의 추격전.

       두 사람의 캐릭터가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운명적인...

       그들의 성격과 그런 형태가 그나마 살아나지 않았더라면 이 글은

     참으로  지루한 글이 되었을터이다.

       그 말을 역으로 뒤집는다면, 글 자체가 함축성 있게 압축되고  작

     가의 개입이 사라진 상태에서  제대로 살아났다면 상당히  그럴듯한

     글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차기 작에서는 본인의 간섭이 가급적 배제되는 글이 되었으면  한

     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마왕협녀기에서 너무  무분별하게

     한문이 사용되고 있는데, 무분별하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적

     절하지 못하게 사용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틀린 한문이 상당히 많았고, 한문은 맞지만 그 뜻을 이어감이  부

     자연스러운 부분이 매우 많았다. 한문은 그 글의 구성  자체가 영문

     식이다. 우리나라처럼 주욱 서술되는 형태가 아닌데  글자만 가지고

     글을 이어내므로서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이해는  되지만, 실제

     로 보자면 좀 이상한 단어의 나열이 되는 형태다.

       한문을 많이 넣고 싶다면 그 부분에 대한 공부를 조금  더 한다면

     보기가 좋아질 듯 하다.

       모르니까, 아예 안넣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가끔 혼백(魂魄)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 마왕협녀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나중을 위해서라도

     짚어두고자 한다.

       혼백이 흩어졌다는 것은 사람이 죽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 후반부에서는 죽은 귀신들이 혼과 백이... 그런 표현

     이 나온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의 정신작용을 혼(魂)이라 하고, 형

     체에 의지한 영(靈)을 백(魄)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신은 혼. 형해(形骸)는 백이다.

       혼은 천기(天氣)로서 양기(陽氣)이며, 백은 지기(地氣)로서  음기

     (陰氣)인지라, 사람이 죽게 되면 양기인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음기

     인 백은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사람이 죽게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귀(歸)라고 하

     여, 죽었다는 말이 돌아갔다라는 말로도 표현이 된다고 한다.

       귀신에겐 혼백이 없다.

       다음 편을 기대한다.

                                단기 4334년 5월 蓮花精舍에서 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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