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오의 용혈무궁을 읽고서...
기실 한수오의 이 글을 읽은 것은 상당히 오래 되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글을 올리고 싶어도 그 글을 쓸만한
시간을 만들지 못해서 계속 미루기만 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루다
가는 아예 글을 쓰지 못하게 될 듯 하여(읽은 감상을 잊어버릴 듯 하
다가 정답이겠지만...) 일단 몇 자를 남겨두고자 한다.
한수오는 아직 그의 가진 바 역량만큼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작가중의 하나다.
전저인 패도나, 이번의 용혈무궁은 그가 실력을 갖춘 작가임을 보여준
다. 그러나 그의 글이 생각했던 것만큼의 호평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부분을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한수오가 가진 장점은 80년대의 무협과 90년대의 무협에의 조화다.
그는 90년대 후반에 출발한 소위 신 무협작가이면서도 80년대 무협의
장점을 상당부분을 가지고 있음이 그의 장점이다.
그런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가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는 까닭을 이
번 용혈무궁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았다.
그는 80년대 무협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폐해를 자신도 모르게
따르고 있다. 그것이 한수오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시작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절찬
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신무협의 몰락이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 그 점을 심도있게 짚어볼 생각이지만 90년대에 시
작했던 신무협은 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것이 현재 내가 무협을 보는 관점이다.
과연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너무 현실에 집착한 나머지, 꿈을 잃어버린 것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
로 판단이 된다.
우리 주변의 일상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요즘 들어 무림동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줄 수 있는 영웅을 바라는 독자들도 적지 않
았다는 사실이 바로 90년대의 무협이 가진 한계였었다. 그로인해서 무
림동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실제 판매는 별로라는 등식이 생기기도 했
었다.
절벽은 안되고, 기연도 안된다. 미남은 안되고 그저 괜찮게 생기거나
아니면 못생겨야... 이런 식으로 스스로 족쇄를 채워서야 검열이나 다
름이 없게 된다.
창작이 자유롭지 못하고 그저 틀에 맞추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
다.
溫故而知新.
옛것을 받아들이고 또 지금의 것을 발전함이 최선이다. 라는 것이 늘
내가 가진 생각이다.
그런면에서 한수오의 용혈무궁은 매우 잘 쓴 글로 보인다.
다만, 그가 범하는 명백한 오류는 그 용혈무궁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두 가지 잘못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시간이 오래되면서 잊어버
려 넘어가야만 하겠고, 다른 하나는 사절이 주인공에게 무공을 전수하
는 장면이다.
잘 꾸려오던 장면이 갑자기 마지막 창절에 가서 대뜸 그를 기습, 제압
하고는 너는 나의 내공을 받아라! 그리고 개정대법, 뒤이어 개정대법의
후유증으로 채 말도 하지 못하는 위독한 처지에서 무공을 전수한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한수오가 쉽게 생각하고 범하는 논리의 비약이다.
주변 상황을 봐도 그리 다급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가 무공을 전수하고, 그 다음에 필요하다면 다시 개정대법을 펼칠
수도 있었음에도 굳이 그런 나쁜 구태를 따른다는 것은 아주 좋지 않
아 보였다. 잘 읽고 있다가 속된 말로 맛이 가버린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만약 그런 장면이 앞부분에 나왔더라면 그 글은 더 이상 볼 가치가 없
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희미해진 다른 잘못도 그런 형태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런 사소한 실수를 일부러 범하지 않는다면, 그의 가진바 역량은 충
분히 중견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다음 글에서 더 좋아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盛夏 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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