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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대중문학 전반에 대한 것을 논하는 곳입니다.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
02.09.09 14:39
조회
6,094

  한수오의 용혈무궁을 읽고서...

   기실 한수오의 이 글을 읽은 것은 상당히 오래 되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글을 올리고 싶어도 그 글을 쓸만한

   시간을 만들지 못해서 계속 미루기만 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루다

   가는 아예 글을 쓰지 못하게 될 듯 하여(읽은  감상을 잊어버릴 듯 하

   다가 정답이겠지만...) 일단 몇 자를 남겨두고자 한다.

   한수오는 아직 그의 가진 바  역량만큼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작가중의 하나다.

   전저인 패도나, 이번의 용혈무궁은 그가 실력을 갖춘 작가임을 보여준

   다. 그러나 그의 글이 생각했던  것만큼의 호평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부분을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한수오가 가진 장점은 80년대의 무협과 90년대의 무협에의 조화다.

   그는 90년대 후반에 출발한 소위 신 무협작가이면서도  80년대 무협의

   장점을 상당부분을 가지고 있음이 그의 장점이다.

   그런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가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는 까닭을 이

   번 용혈무궁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았다.

   그는 80년대 무협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폐해를 자신도 모르게

   따르고 있다. 그것이 한수오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시작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절찬

   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신무협의 몰락이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 그 점을 심도있게 짚어볼 생각이지만 90년대에 시

   작했던 신무협은 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것이 현재 내가 무협을 보는 관점이다.

   과연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너무 현실에 집착한 나머지, 꿈을  잃어버린 것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

   로 판단이 된다.

   우리 주변의 일상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요즘 들어 무림동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줄 수 있는 영웅을 바라는  독자들도 적지 않

   았다는 사실이 바로 90년대의 무협이 가진 한계였었다. 그로인해서 무

   림동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실제 판매는 별로라는 등식이  생기기도 했

   었다.

   절벽은 안되고, 기연도 안된다.  미남은 안되고 그저  괜찮게 생기거나

   아니면 못생겨야... 이런 식으로 스스로  족쇄를 채워서야 검열이나 다

   름이 없게 된다.

   창작이 자유롭지 못하고 그저 틀에  맞추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

   다.

   溫故而知新.

   옛것을 받아들이고 또 지금의 것을  발전함이 최선이다. 라는 것이 늘

   내가 가진 생각이다.

   그런면에서 한수오의 용혈무궁은 매우 잘 쓴 글로 보인다.

   다만, 그가 범하는 명백한 오류는 그 용혈무궁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두 가지 잘못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시간이 오래되면서 잊어버

   려 넘어가야만 하겠고, 다른 하나는 사절이 주인공에게 무공을 전수하

   는 장면이다.

   잘 꾸려오던 장면이 갑자기 마지막 창절에 가서 대뜸 그를 기습, 제압

   하고는 너는 나의 내공을 받아라! 그리고 개정대법, 뒤이어 개정대법의

   후유증으로 채 말도  하지 못하는 위독한  처지에서 무공을 전수한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한수오가 쉽게 생각하고 범하는 논리의 비약이다.

   주변 상황을 봐도 그리 다급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가 무공을 전수하고,  그 다음에 필요하다면  다시 개정대법을 펼칠

   수도 있었음에도 굳이 그런 나쁜 구태를 따른다는 것은  아주 좋지 않

   아 보였다. 잘 읽고  있다가 속된 말로 맛이  가버린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만약 그런 장면이 앞부분에 나왔더라면 그 글은 더 이상 볼 가치가 없

   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희미해진 다른 잘못도 그런 형태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런 사소한 실수를 일부러 범하지  않는다면, 그의 가진바 역량은 충

   분히 중견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다음 글에서 더 좋아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盛夏  金剛.

                                                        


Comment ' 8

  • 작성자
    Lv.1 색중협
    작성일
    02.09.10 21:03
    No. 1

    제가 용혈무궁을 읽을때는..패도때의 성격이 강하게 남아서인지...패도처럼..
    그렇게 와닫지 않은 유일한 한수오님의 작품으로 꼽고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2.09.11 22:01
    No. 2

    박상훈님의 의견도 옳습니다^^
    대동소이라고 하는데, 큰 의미는 같고 미세한 부분에서만 조금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진소백
    작성일
    02.09.16 12:56
    No. 3

    딴 이야기 같지만 색협도 아쉬웠습니다...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
    3권 마지막부분에서 사건이 너무 손쉽게 종결된 것 같다는...
    4권까지만 나왔어도 좋았을텐데요...
    이건 저의 사견이니 오해없으시길...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리온
    작성일
    02.10.18 16:55
    No. 4

    한수오님. 무지 조아하는 분중에 한분이신데. 쩝
    전 한수오님 글을 제일 먼저 패도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무생각 없이 이름만 보고 나머지 작품들을 찾아 해맷져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8 혈랑곡주
    작성일
    02.12.15 23:42
    No. 5

    한수오님이... 처음 쓰신 글이... 제목은 기억 안나는데... 주인공 무공이 무슨 단층공인지 층단공인지... 마지막 경지가 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달하고 관련된... 그거 아닌지... 제목이... 제목이... 기억 안나네.. 그리고 형식이 수미쌍관법이었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박투
    작성일
    03.07.12 14:44
    No. 6

    월하강호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비상구
    작성일
    04.04.13 21:24
    No. 7

    한수오님 작품중 백미는 패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상이 아주 깊었지요.
    그리고 지금 출간하시고 있는 아수라 또한 걸작이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그림자.
    작성일
    04.07.28 00:33
    No. 8

    용의 피는 다하지 않는다! 제목부터가 번드르르하지 않습니까. ^^)b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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