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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뫼 / 출판일:1997.2.10 / 권수:4권 / 각권 쪽수:320
들어가면서...
어느 날 문득 미친 생각을 했다.
진(陣)이란 과연 존재할까? 병진(兵陣)이야 물론 있었겠지만 오늘날
공격, 수비 대형과 별반 다를 바 없을 테고... 무협에 사용되는 기진은?
삼국지(三國志)에서는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바람을 부른다.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하고자 쳐들어간 오나라에서 패퇴, 후퇴할 적에는 난석
진을 선보인다. 지금의 미로 같은 것이리라.
훌륭한 글감이었다.
열 달 산고를 생각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그만 육삭동이를 낳
고 말았다.
기형아(畸形兒), 병신을 말한다.
사생아(死生兒), 죽어서 나온 아기를 말한다.
그런 느낌이다.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글을 내놓았다.
우선 진(陣)이란 소재 자체가 너무 황당했다. 자료를 구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렇다고 도교 술사들이 부렸을 법한 술수 정도로 만
족할 수는 없었다. 나무막대기 몇 개, 돌 몇 개를 늘어놓고 진이라 말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 줄씩 채워 나갔다.
나름대로 진이란 것을 현실적으로 부합시키고 싶었지만, 처음 생각대
로 미친 짓이었다.
미친 글을 쓰고 만 것이다.
후회는 않는다. 아니, 일말의 뿌듯한 만족감을 갖는다.
왜?
다음에는 더 잘 쓸 수 있을 테니까. 언젠가는 가장 이상적인 진을 선
보일 수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지금의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길을 먼저 나아간 선배들, 뒤따라오는 후배들도...
전현철(全賢哲) 지우(知友)는 몇 번이고 읽으면서 오류를 지적해 줬다.
자신도 바쁜데... 잊지 못한다.
편집장님 그리고 출판사 여러분에게도 감사한다.
이제는 모두 흘러간 시간이 되어 가슴 한구석에 자리한 일편(一片)을
거울삼아 새롭게 태어나야겠다.
내일...
내일부터는 다른 작품을 집필해야지.
설봉(雪峰) 배상(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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