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버크라운
작가 : 자의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짬 내서 손 가는 대로 쓴 비평이다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읽다가 느낀 점은 상당히 진솔하게 적었습니다. 비평에 대해 많은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하 경어 생략합니다.
오버크라운은 삼국지에 나폴레옹 시대 배경, 그리고 크론 능력이라 불리는 이능력을 도입한 소설이다. 근래 많은 추천을 얻고 있는 글이기도 한데, 정작 읽다보면 거슬리는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본 비평글로 짚어보고자 한다.
1. 과도한 설명
본 소설은 유비 포지션의 지크하르트 폰 오펜바흐에 의한 1인칭 시점 소설이다. 1인칭 시점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 소설의 작가는 이 특징의 장점을 취하려던 나머지 1인칭 시점의 다른 특징, 즉 전지적이지 못한 만큼 설명조 서술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 특히 이 단점은 후술할 과도한 고유명사의 사용과 주인공의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극대화되어버렸는데, 당장 스토리 진행에 전혀 필요도 없고 독자들도 굳이 알고싶어하지 않을 정보를 읽을 것을 강요한 뒤 주인공의 입으로 그 상태창을 일일이 설명하는 서술로 초반부의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29화 끝부분과 30화 첫부분을 이어 보면 르네 고타에 대한 서술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칼라 능력인데, 영웅 각자의 이능력이 이세계의 어떠한 존재와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47화까지 불을 다룬다 혹은 부식을 시킨다 등 기초적인 수준 이상으로는 전-혀 그 이세계의 존재 자체를 이용하는 전개가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서술상 나중으로 미뤘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면, 심지어 각 칼라 능력자가 이세계의 존재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도 주인공 빼고 아무도 모른다. 연결이라는 설정을 써먹을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작가의 설정이므로 작가의 역량이 드러날 부분이라 생각하여 더 이상의 코멘트는 삼가겠다.
또한,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주인공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독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세계관 설정과는 별개로 주인공의 정말 “몹쓸 감상”을 나불나불댄다는 인상을 도저히 벗을 수가 없는데, (48화)예쁜 얼굴이면 예쁜 얼굴이지, “역변 일어나기 전의 다코다 패팅 혹은 엠마 왓슨, 릴리 콜린스 느낌이랄까.”는 감상은 전혀 소설의 서술로써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가가 이렇게 이미지 한 캐릭터라는 점은 알겠는데, 글을 쓰는 이상 독자의 상상에 맡겨야 하는 부분도 충분히 있어야 하고, 구체적으로 서술한다고 하더라도(ex. 파란 눈에 금발머리, 미소가 예쁜 얼굴 등등 특징적인 부분) 실존 인물을 들고 오는 것은 전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서술의 기술적 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미지로 차용한 모델이 아무리 유명한들, 그 사람을 모르는 독자에게는 굳이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겨주게 되기 때문이다(그 뒤에도 아청법이니 뭐니 주절주절 떠드는데, 아니 아청법이 소설 진행시키나?). 예시는 그저 최신화에서 들고 왔을 뿐, 이 화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말해두겠다.
서술의 양이 많아야 한다면, 최소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서술해주는게 낫겠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의 눈으로 볼 때 서술을 간략히 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소설에 산재해있다.
2. 과도한 고유명사/설정
1. 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소설은 고유명사를 진짜 너무나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설정을 짜는 것은 좋지만, 영어로 된 고유명사도 남발하면 별로인데 한국어 모어화자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독일어 고유명사를 대체 얼마나 쓰는 것인질 모르겠다. 중국전도에 독일 지명을 붙이는 것은 그렇다 쳐도, 현재 공지로 박아놓은 설정만 해도 크론 능력자 등급도 죄다 독일어에다가, 통화도 독일어에, 별명도 외국어(테스타로싸(붉은 머리) 라던지. 심지어 이건 독일어도 아니고 이탈리아어다)고, 일단 좀 특이하다 혹은 작가가 꽂혔다 싶으면 황제 폐하 만세도 굳이 독일어로 한다. 심지어 읽다보면 아무도 신경 안 쓸 스펠링도 지나치게 친절하게 적어주고 있어서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올때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고유명사가 많다는것은 필연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즉 독자의 입장에서는 소설을 이해하려면 직관적이지도 않은 부분을 일부러 머릿속에 집어넣는 수고를 해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크론 능력에서 능력의 승급을 뜻하는 칼라 볼트라는 용어를 들어보자. 30화 개전(3)의 첫 부분을 인용하자.
“호오, 마이스터 급 칼라 재능의 소유자다. 아직 칼라 볼트를 겪지 않아서 칼라 재능은 미개화된 상태다. 덕분에 신체 능력은 일반인 수준.
물론 칼라 볼트를 한 번 겪을 때마다 육체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겠지.”
전혀 칼라 볼트라는 고유 명사를 쓰지 않더라도 좋을 문단이다. 고유명사라도 칼라 능력 개화나 칼라 승급 등 충분히 직관적인 단어로 구성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이 단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5. 누에 치는 지크(4))
“칼라 볼트Kala Vault.
그것은 모든 크론 능력자가 꿈꾸는 칼라의 등급 향상을 의미했다.
낮은 등급의 크론 능력자가 어느날 갑자기 칼라가 더욱 방대하고 심원해지며 상위의 능력자로 진화한다. 그것이 칼라 볼트다.”
3. 느림의 미학? 아니 그냥 답답하게 느림;;
필자는 개인적으로 라쿠고를 듣는 취미가 있다. 일본 전통 1인극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내용이 긴 이야기는 1시간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인간의 집중력이 한 시간을 못 감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것은, 이야기꾼의 완급조절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1.과 2.에서 지적한 과도함이라는 것은 결국 템포가 늘어진다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건 연재 소설에서는 틀림없이 치명적인 문제다. 이 소설은 초반부에 지나치게 많은 설정을 서술한 나머지 도원결의가 1권 결말부에 나오는 템포가 되어버렸다. 황건적의 난에 해당하는 황색혁명전선은 2권 내로 끝날 기미도 안 보인다. 이거 언제 군웅할거하고 언제 천하통일할지 감도 안 잡힌다. 말하자면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어떻게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려는 의지는 안 보이고 아 해가 저무니 시 한수 읊고 가자 아이쿠 저기 맛있어 보이는 무화과가 있구나 새콤달콤하니 맛있으니 우리의 주께 감사하며 경배하자 아이쿠 목말라라 그런데 물은 어디 있나 이 지형은 사슴이 노닐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뻐꾹 뻐꾹 소리가 천상의 미주보다 달콤하다는 중세시대 음유시인의 감상으로 소설을 써내려가는 것 같다(중세시대 음유시인이 저랬다는 것은 아니다).
결론.
상당히 두서없이 써내려간 글이긴 하지만, 오버크라운은 설정 자체는 재미있는 글이다. 하지만, 소설은 설정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 소설 외적인 문제여서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사실로, 추천글 올라올 때마다 소설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에 작가 본인이 더 이상 그러한 서술은 없을 예정이다 등등의 코멘트를 남기는 것이 기억에 남는데, 코멘트로 설명하기보단 소설 내적으로 그걸 독자들에게 납득시켰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독자적인 설정 위에 좋은 템포로 쓰인 글로 이기준 작가님의 완결작 노블리스트가 생각난다. 오버크라운도 그와 같이 탄탄한 설정 위에 좋은 템포를 가진 수작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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