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그리고 서사 -Re Earth!

제목 : Re Earth!

작가 : 대마왕k

출판사 : 문피아 연재

 균형과 재미가 갖춰있는 좋은 소설입니다.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우주인과 접촉을 시작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시작부터 독자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히 흥미로웠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초반부의 좋은 느낌이 계속 뒤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주인공인 루이코가 우주인과 합류하여 우주로 나가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SF 장르 특유의 매력이 사라집니다. 일단 주인공이 지금 있는 장소가 우주선인지 아니면 판타지 세계의 어느 궁전인지 구별이 안 갈 만큼 특색이 없고, 아니나 다를까 지루한 배경설정 설명도 빠지지 않습니다. 소설이라는 게 시간의 순서대로 독자가 캐릭터에 대해서 일일이 하나하나 알아가며 같이 나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이 점이 아주 아쉬었습니다.

 Re earth의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주인의 지구 침공과, 이에 대응하는 지구인들. 그리고 우주인들에 대한 이야기. 이 중 우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게 너무 힘듭니다. 앞에서도 말 했지만 이야기를 듣기위해 뭔가를 새로 공부해야 되는 건 독자에게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게다가 지구 침공과, 우주인 서사 스토리 이렇게 두 파트로 나눠지는 이야기의 갭이 상당해서 몰입에 방해를 받습니다. SF와 서사가 한데 어울러 진 것이 아니라, SF 그리고 서사 이렇게 나눠져 있는 구조입니다.

 

 이야기의 분량도 집중력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 거듭니다. Re Earth는 상당히 커다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복잡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인 건 분명하나 매 편이 읽다가 지칠 정도의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질구레한 설명들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고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쪽으로 문장을 구상했다면 읽기도 편하고 작품 속 세계관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위에서 느낀 아쉬움 점이 있다고 해도 RE earth는 좋은 작품입니다. 일단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작가 본인이 만든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든 소설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소설을 쓰는 게 뭐가 특별하냐? 당연한 것이 아니냐? 말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평론을 하면서 느꼈던 점 중 하나가 같은 세계관과 같은 사건들을 서로 다른 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에는 특별한 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만 쓸 수 있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겠다. 선언해 놓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작가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쓴 다면 이건 이거대로 문제입니다. RE Earth가 자기만의 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좋지만 지금보다 좀 더 대중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누구를 지정해서 추천하기가 어려운 소설입니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SF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할 수도 있지만 중세 판타지 배경의 서사적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즐기실 수 있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두 종류의 독자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소설은 또 아닙니다. 문피아는 정말 이런 개성 넘치고 멋진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가 있다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마왕k]

비평에 너무 감사드리며, 작중에서 노리고자 하는 것, 그리고 작가 스스로 부족하다 느낀 점을 정확하게 짚어주신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발전과 정진의 계기로 삼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