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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아이비, 『로그 스페이스』

작성자
Lv.14 알투디투
작성
15.10.10 08:05
조회
2,356

제목 : 로그 스페이스

작가 : 골드아이비

출판사 : 문피아 일반 연재란


작품 링크 : http://novel.munpia.com/40514


I. 서론


1. 작품 개괄


장르는 SF. 장편의 연재 작품이다.

현재까지 약 50회로 23만자 연재. 연재 주기는 비정기적이나 거의 매일에 가깝다.


내용상으로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챕터들이 현재와 과거를 병렬해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는 '화물 배달'이라는 소제목의 챕터가 연재 중에 있다.


본 비평은 마흔네 번째로 올라온 ‘탈출’ 챕터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2. 기본적인 얼개


『로그 스페이스』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인칭 화자인 '나', 대니는 낡은 수송선에서 퇴역군인인 삼촌과 함께 밀수업을 해오던 중, 모종의 사건으로 독립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독립을 결심한 시점에 발생한 화재로 수송선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버려지고, 다행히(?) 타이탄 호에 구조. 이곳에서 지고족인 테니얼과 만나 생존을 모색하게 된다. 이후 여러 곡절을 겪으며 인공지능 로즈, 붉은 머리의 엠버 등의 동료를 만난 ‘나’는, 우주의 변방에서 전쟁의 잔재들로부터 폐품을 수집하는 로그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3. 작품의 특징


SF를 표방하고 있는 이 작품은 과학적인 (혹은 과학적일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루기도 하지만, 엄밀히 그러한 부류의 SF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적당한 경이와 사고실험에 기댄, Space Opera 형식의 모험 활극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그밖에도 이 작품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생동감 있고 특색있는 캐릭터

② 배경 세계와 중심 이야기의 균형

③ SF 특유의 풍자성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유머


이 글에서는 SF라는 개념에서의 『로그 스페이스』를 조망한 뒤, 『로그 스페이스』에서 펼쳐진 2차 세계를 풀어보며 하나의 작품으로서 갖는 강점들을 살펴본 다음, 작품이 사용하고 있는 여러 전형과 클리셰들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II. 본론


1. SF와 『로그 스페이스』


『로그 스페이스』는 앞서도 말했듯 작가 스스로 SF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SF라는 두 글자 단어는 늘 여러가지 문제와 논란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는 SF 팬덤 내에서도 SF의 범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데서 비롯된다.


이런 논란이 본격적인 갈등으로 표출되는 건 주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지점에서다.  과학 소설에서 '과학'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는 사람들에게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즈음 되는 스페이스 오페라는 훌륭한 SF 작품으로 거론되지만, 루카스의 영화 『스타워즈』는 그저 SF의 탈을 쓴 신화 판타지로 취급된다. (물론, 『스타워즈』는 조지 루카스가 캠벨의 신화 연구를 토대로 해 그에게 영향을 준 많은 작품들을 혼합해 짜낸 새로운 신화라는 측면이 분명 있다.) 

또한 같은 관점에서 TV 시리즈 『스타트랙』은 『스타워즈』보다는 좀 더 온정을 베풀만한 것으로 보이며, 프랭크 허버트의 『듄』이라면 그보다는 좀 더 우호적이되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여지가 있다.


문피아의 SF물들은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 - 그런데 이 몇몇 경우가 뜻밖에 상당히 예외적이라 놀랍지만 - 대부분을 바로 이 스페이스 오페라의 범주에 넣어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일률적인 작품 경향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따로 언급할 요량이다.) 


이런 작품들은 이미 정담란이나 비평란에서 거론된 사례가 있는데, SF가 주류나 강세를 보인 적이 없는 문피아에서도 필연적으로 과학적 고증에 대한 이야기가 뒤따랐고 이를 시발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글에서 다룰 『로그 스페이스』 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특징들이 있지만 전술했듯 SF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일 뿐더러 일정부분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양식을 갖추고 있음을 살필 수 있다.


따라서 기왕 벌어질 수 있는 논쟁을 피하기보다는, 이 비평에서 조금 더 덜 공격적이고 덜 투쟁적인 방법으로 앞서 짚어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리라.



1-1. SF와 과학

 

SF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어렵다. SF는 그 범주가 '환상문학'이라는 말만큼이나 넓다. 심지어는 판타지와의 경계도 불분명한데, 일례로 소설가 구광본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판타지는 과거 세계를 배경으로 한 SF이고, SF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라고 말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구광본,「판타지와 SF - 환상문학으로서의 가능성」에서, 『무크지 Happy SF 1호』수록)

사실, SF가 반드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을 품고 있다. 심지어는 과학 이론이나 과학적 믿음으로부터 얘기를 끌어내는 하드SF라 할지라도 그것이 분명하고 진실된 과학적 명제를 따라야 한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비근한 예로, '앤서블'이라는 개념을 내세운 어슐러 르 귄의 헤인 시리즈를 살펴보자. 


'앤서블'은 여러 SF 작품들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특징있는 개념들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르 귄의 어느 작품에서도 이 중요한 장치의 작동 원리와 과학적 이론을 설명한 일은 없다. 다만 헤인의 세계관에서 앤서블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원거리에서의 실시간 우주 통신이 가능해졌으며, 헤인 시리즈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연합의 존립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헤인 시리즈는 앤서블을 위한 사용설명서가 아니다. 소설일 뿐이다. 앤서블은 그 소설 속의 세계에 논리를 제공하는 도구이자 전제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헤인 시리즈의 작품 중 『유배 행성』 이나 『어둠의 왼손』 같은 작품군은 SF가 아닌 판타지라는 장르적 관점에서 읽어도 무방할 수 있는 작품일뿐더러, 과학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고 실험'에 기반한 사변 소설로서의 경향이 강하다. 또 아시모프의 SF 3단계 발전론으로 보자면 사회과학소설로 살필 법한 작품임을 주의할 필요는 있다.)


얘기가 잠시 엇나갔지만 이런 장황한 얘기를 꺼낸 까닭은, 어느 곳에선가 『로그 스페이스』의 작가 또한 비슷한 언급을 했던 까닭이다. 그대로 옮겨보면  '하드 SF를 쓰지 않는 이상 고증의 문제보다는 상상력과 세계관 내에서의 개연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라 했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심지어는 하드 SF에 있어서도 고증이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문제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읽으려는 건 '과학'을 설명하는 소설이 아니라 과학적인 요소가 첨가된 '소설'인 까닭이다.



1-2. 스페이스 오페라와 우주 전쟁.


그런데 문피아에는 앞서 얘기했듯 굳이 『로그 스페이스』가 아니더라도 여러 SF 작품들이 포진해있다. 그리고 몇몇 단편이나 장편들을 제외하면 대개는 스페이스 오페라에 해당되는 작품들이다. 심층적으로, 깊이 있게, 꾸준히 읽어본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되, 훑어보기로 썩 흥미를 끌고, 또 틀림없이 재미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작품들은 어김없이 선작 목록에 올라와 있다.


이 작품들 또한 '과학'이라든지 혹은 '미래 세계'에 대한 과학적 믿음이나 상상을 어디까지나 소재나 장치로 활용하고 있으며, 과학보다는 얘기에 보다 집중을 하는 면면도 있다. (다시 말하면, 특히 이론을 중시한 하드 SF 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필자가 하드SF를 싫어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필자가 그러한 작품들을 제치고 『로그 스페이스』를 먼저 읽게 된 데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말인즉, 필자와 같은 독자에게 어필하는 이 작품의 매력과 차별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문피아의 장편 SF 작품들은 흥미라는 요소와 별개로 어떤 약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건 일률성에 있다. 물론 작가에 따라 글의 스타일도 다르고, 설정한 배경이나 캐릭터에도 차이가 있지만, 변방에서는 여전히 우주 개척이 이뤄지고 있고, 외계 종족이 등장했거나 등장할 것 같고, 여러 정치적/종족적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고, 또 우주 전함이 등장하는 전쟁이 벌어지고... 아무래도 이런 작품들은 바로 그 '전쟁'에 방점을 찍어놓고는 일률적인 느낌의 이야기들을 전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어느덧 고전이 되어버린 『듄』이나 『스타쉽 트루퍼스』의 영향이라기보다는 게임 『스타크래프트』나 『워해머 40k』 시리즈의 영향을 받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 또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문피아에선 소수 분야인, 그리고 사실은 한국 인터넷을 통틀어도 사뭇 드문 장편 SF에서 이런 일률적인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건 다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전쟁은 매력적인 소재지만 그 접근법은 다양할 수 있다. 국내에 엄선되어 소개된 해외 명작들이 비교되는 건 부당할 수 있겠지만, 여러 세력들의 다툼과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룬 『듄』, 절대적인 악의를 품은 외계 종족과의 전쟁을 통해 전체주의를 풍자한 『스타쉽 트루퍼스』, 과학 이론이 발달한 미래세계에서 우주에서의 전쟁 방식과 그 경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영원한 전쟁』,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의 이질감과 괴리 속에서도 상호 접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미한『엔더의 게임』….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우주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그에 대한 시각, 접근법, 주제와 분위기에 있어선 각각의 고유한 개성을 갖추고 있다.



1-3. 『로그 스페이스』의 차별화 전략


『로그 스페이스』에서도 거대 스케일의 전쟁이 일어났던 흔적을 살피긴 어렵지 않다. 앞으로도 그 전쟁의 여파, 즉 전쟁 후에 세워진 질서가 계속해서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로그 스페이스』는 그 전쟁과 역사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다. 그 전쟁이 일어났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개인과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작품은 전쟁의 참전 수기가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가던 개인의 이야기이다. 이 점이 어느 독자가 이 작품을 눈여겨 보고 읽기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사실, 이런 전략은 참신하긴 하지만 시야를 확장하면 진부한 부분도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을 취한 성공적인 전례가 있는 까닭이다.


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가늠되는 다양한 미디어의 작품들 중에 특히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과 TV 시리즈 『파이어 플라이』가 그렇다.

『카우보이 비밥』의 세계는 분명 정치적 세력들의 대립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공간이다. 그걸 확대해 보여준 바는 없지만 몇몇 에피소드 속에서 그 편린을 살피는 건 어렵지 않다.

『파이어 플라이』의 전쟁은 보다 극적이다. 분리주의자들이 연방주의자들과 전쟁을 벌여 패배한 이후의 세계가 이 작품의 배경 세계가 된다. 군대 및 행정 중심의 사회로 보이는 연방주의자들은 전 우주를 통제하고 있고, 주인공들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하층의 밀수업자들이다.


그러나 비밥과 파이어 플라이의 인물들은 그러한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이 벌어지는 세계에서 살아가면서도 그 역사의 복판에 있진 않다. 그들은 그런 세계를 살아가는 개인이고, 스크린 또한 그런 개인이 만들어가는 개인의 이력을 스케치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조기 종영된 드라마 『파이어 플라이』는 결국 후속 제작된 영화 『세레니티』에서 우주적 스케일로 나아갔지만.



2. 『로그 스페이스』의 매력적인 세계


SF를 포함한 모든 환상 소설은 결국 현실의 모사라 할 수 있다. 기이한 세계를 상정해 다루는 뉴위어드의 경우라 해도 결국 다르지 않다. 예컨대 톨킨을 비판하며 알레고리를 거부한 차이나 미에빌의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알레고리라는 관점에서 그 작품을 읽어볼 수 있다. 인류의 미래상을 다루는 SF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2-1. 현실의 모사


『로그 스페이스』의 세계는 그리 온화한 세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같은 디스토피아는 아니다. 거기엔 단지 현실이 투영되어 있다. 요컨대 빈부 격차가 그렇다.

우주 정거장에는 정거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런 사람들은 삼촌과 내가 파는 식량이 필요한 사람들도 아니었고.


우주 정거장에는 제국 시민권 없이 제국령 행성에 몰래 들어가고 싶은 부류나 과거 전쟁 이후에 행성에서 쫓겨나서 갈 곳이 없어 정거장에 눌러 앉은 자의 후손들... 그리고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제국을 피해 숨어다니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후략)

(골드아이비, 『로그 스페이스』 中)

이 세계에서 대니는 퇴역군인인 삼촌과 함께 작고 낡은 수송선을 이용해 밀수를 하고 있다. 그들은 빈민들에게 구호식량을 판다. 대니와 삼촌은 이 빈민들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주에는 또한 로그라는 존재들이 있는데, 주인공 대니 또한 후일(작중의 현재) 로그가 된다. 고물을 수집하며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는 이 변방(그리고 하층)의 사람들은,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외부인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중심축은 바로 이 사람들이 되리란 건 작품의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다시 대니와 삼촌을 돌아보자. 그들의 밀수 사업은 제국의 관리들(엄밀히는 우주정거장의 관리)에게 바치는 뇌물로서 가능하다. 그렇다. 부패한 관료사회다. 미래상을 그리는 많은 SF 작품들이 빼먹지 않고 풍자하는 건 바로 이 관료사회다. 그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는 관료사회의 경직성을 풍자하는데 극치를 보여준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에 등장한 제국이라면 관료사회의 무사안일주의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고,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연방은 할거주의적 특성을 보여준다. 국내 작가인 배명훈의 『타워』 역시 성공적으로 관료주의를 풍자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로그 스페이스의 세계는 미래 세계이지만, 여전히 과학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 여러 불합리가 남아있다. 그 불합리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세계와도 맞닿아있다. 그건 바로 이 세계의 모사요, 거울이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서 이 풍자와 은유는 공감을 얻고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1세기초의 인류가 수백 년 후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다.



2-2. 지고, 서크, 메몬 그리고 상상력.


 『로그 스페이스』는 스페이스 오페라 답게 새로운 종족을 추가한다.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고족', 서크라는 발음 밖에 못하는 폭력적이고 개체간 개별성이 큰 '서크족', 그리고 기계인 '메몬'과 우리와 같은 '인간'이 있다. 사실 이 네 종족은 '서크족'을 제외하면 다소 상투적이고 진부하지만, 『로그 스페이스』는 각 종족에 대한 뚜렷한 논리를 확립한 뒤, 독립적이고 독창적이며 현실감있는 설명과 접근, 시각의 제공을 통해 작품의 디테일을 살리며, 등장인물 간 갈등과 긴장의 묘미 역시 증대시키고 있다. 이영도가 『눈물을 마시는 새』를 통해 확립한 레콘, 나가, 도깨비, 인간의 매력적인 네 종족의 특징과 디테일을 제시한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메몬들을 납치해서 정말 말 그대로 머리통을 뜯어서 분석해 본 미친 과학자의 일기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고 했는데,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를 얘기에 내 호기심은 어느 정도 충족되었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서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돌려 말하자면 왠 미친 메몬이 인간들을 잡아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나 실험해본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골드아이비, 『로그 스페이스』 中)


‘해적’ 챕터는 이러한 작품의 강점이 잘 드러난 챕터다. 우선 해적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크족에 대한 설명을 풀어내고 있고, 지고족인 태니얼과 대니의 대화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만일 지고족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고, 그런 지고족과 깊이있게 대화한 경험이 전무한 인간이라면 가질만한 반응을 현실감(개연성)있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허구, 개연성에 관해서는, 일전에 하담하 작가의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를 비평하며 언급한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앞서의 비평을 참조하시길.)


위에서 발췌해둔 부분은 메몬의 수면에 관해 언급된 부분으로, 실제 네 종족이 공존하는 우주의 일원으로서 가질법한 자연스러운 사고를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디테일을 완성하고 있다. 보기로는 별 것 아닌 기술 같아 보이겠지만,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들이라면 재차 살펴볼 만한 디테일이다.


또 이 네 종족 외에도 다른 외계 종족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작품 속 세계에서는 아마 우주로 진출하지 못한 여러 별의 토착 생명체들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모구가 그렇다. (모구들은 ㅇ 발음을 ㅁ으로 발음하니, 실제 이름은 오구일 수도 있다.) 이 종족은 우연(?)한 계기로 추락하게 된 대니에 의해 구원을 받았고, 댓글을 통해 누군가 언급했듯 대니를 신처럼 떠받들며 '화물 신앙Cargo Cult'의 전형을 보여주게 된다.


이런 류, 그러니까 우주 모험 활극의 경우에는, 『스타트랙』 내지 『스타게이트』 시리즈처럼 다양한 생태의 행성과 다양한 관습의 외계종족을 만나며 이해, 교류, 충돌하는 과정을 거치는 사례가 많다. 이 작품 또한 여지없이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적당한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더해지면 작품의 풍미가 더욱 좋아지기 마련이다.


요컨대 옛 이야기 챕터에서 다룬 인공지능과 메몬의 역사는 SF 속에서 펼쳐낸 즐거운 신화적 상상력이었고, ZO 신을 믿는 메몬의 이야기 또한 현실의 미신적 믿음을 풍자하고 활용한 충분히 유쾌한 상상이었다. 또한 ‘탈출’ 챕터에서는 덜 성숙된 문명이 보다 높은 발달 수준의 문명을 체험하고 이를 신화나 전설로 생성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한 필치로 보여주고 있다.



3. 생동감 있는 작품.


이러한 매력적인 배경 세계 위에 작가는 씨줄과 날줄을 엮어가고 있다. 작품의 몇 가지 요소들이 서로 교차되는 지점에서 이 작품은 생동감을 얻는다.


3-1. 캐릭터 


『로그 스페이스』의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다섯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으로 인간인 나, '대니'.

지고족인 '테니얼'

메몬인 'T4A'

인공지능 '로즈'

역시 인간인 매력적인 여성 '엠버'


특히 작품 초반에는 ‘나’와 '테니얼'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데,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개성은 일견 뚜렷하다.


우선, 대니를 살펴보자. 대니는 앞서도 언급했듯 삼촌과 함께 작고 낡은 수송선의 밀수업자로 일해왔다. 대니는 나이가 젊고 올바른 것에 대한 약간의 소신도 있다. 자의반 타의반 삼촌과 헤어져 모험을 떠나게 되기 전, 결심을 하게 된 과정을 보면 젊은 사람 특유의 혈기와 온정이 보인다. 이 때문에 현실주의자인 삼촌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늙은 현실주의자와 젊은 이상주의자의 갈등이란 진부한 클리셰지만 적절하다.)

대니의 경험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로 이 세계에 경험이 부족한 독자가 이 1인칭 화자에 이입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의도했든 안 했든 전략적인 결과가 되었다.

또한 지나치게 합리적이고 냉소적인 인물로 주인공을 가져가는 건, 장편의 경우 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나 지나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니의 온정적인 품성은 역시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된다.

일례로 『드래곤 라자』의 후치 같은 인물은 얄밉기 그지없지만 그 긴 분량 동안 여전히 독자가 그에게 이입하고 또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건, 그의 밑바탕에 있는 혈기와 인간애와 같은 온정 때문일 것이다.


테니얼의 경우 비교적 합리적이고 또 비교적 이성적이다. 그러나 계산적이라는 느낌은 없다. 그에게는 역사가 있고, 이는 이미 초반에 언급이 되었다. 정신감응자이며 그 능력을 실체화할 수 있는 반지도 플롯쿠폰으로 주어져 있다. 그의 일차 목표는 생존이었으므로 대니와의 이해가 일치되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보인 행동들을 보면 독자로서는 알 수 없는 신뢰감을 얻게 된다. 배신하지 않을 거란 느낌. 그것이 바로 동료의 기본 조건이 되는 것이겠지만.


엠버는 붉은 머리에 글래머러스한 미녀이다. 자기 소신이 있고 강단이 있다. 예의범절보다는 감정을 따른다. 역시 내면의 인간애가 느껴진다. 첫 등장 씬은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하기에 적합했으나 다소 만화적이었다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서구 SF의 영향보다는 재패니메이션의 영향이 있어 보였다. 나는 여기에 대한 가치우위 판단은 하지 않는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이다.


T4A은 기계로 합리적이다. 감정을 읽고 판단하는 데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이 유머를 위한 구조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메몬의 인공지능과 논리회로 기술은 아직은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의 감정을 흉내내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 세계인 듯하다.


로즈는 인공지능이다. 합리적이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사실상 함선의 화신이기도 하다. 메몬인 T4A과 달리 감정을 배워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소녀의 이미지다.


이 파티에 이렇다 할 악인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파이어 플라이』에서는 (악인이라 할 수는 없지만 대단히 세속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제인이 있었기에 여러모로 긴장과 반전을 조율할 수 있었다. 아마 엠버가 부분적으로 이 역할을 하게 되리라 생각되지만 어쨌든 이들은 대체로 선해 보인다. 다만 어쨌든 나름의 뚜렷한 개성이 있는 인물들이고 또 작가 또한 부여한 개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전향적이다.



3-2. 유머 감각


이 생동감 있는 인물들과 더불어 작품을 관통하는 코드는 유머다. 세상의 불합리와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긴박하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작품은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관조를 잃지 않는다. 여기에서 나는 감히 조심스럽게 이영도 작품의 영향을 살피기도 하는데, 이영도 타자가 혹 단편 SF가 아닌 장편의 미래 모험활극을 쓴다면 이런 느낌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영도 타자 또한 자신의 숱한 작품들에서 그러한 유머 감각과 형식을 뽐내왔으므로.


상황을 꼬고, 문장을 꼰다.


유머러스한 SF 작품은 여럿이 있겠으나,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 중에는 어느 누구보다 더글러스 애덤스와 스타니스와프 렘을 꼽아볼 수 있다. 따라서 좀 더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나 이영도의 유머 색채는 렘보다는 애덤스의 것에 가깝고 또 거기에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풍자적인 상황을 그려내고 문장과 표현을 적절히 꼬아 유머의 감정을 전달하는 이영도의 유머 방식은 사실 『은하수를 여행하는...』을 그 작품답게 했던 힘이었다. (참고로, 난 구구단 칠단 암기에 실패한 레콘 아트밀의 칠 곱하기 육에 대한 집착은 『은하수를 여행하는...』의 42란 숫자에 대한 심플한 오마쥬라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만한 유머는 감각 없이 쉬이 흉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행히 『로그 스페이스』의 유머는 즐겁고 유쾌하다. 가끔은 거기에 함께 생각할만한 질문을 부담 없이 던지고 또 풀어놓고 있는 것 역시 강점으로 볼 수 있다.



3-3. 페이지 터너


생동감 있는 인물과 극적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연출할 수 있게 하는 건, 작가의 센스와 상상력, 그걸 세련된 필치로 풀어갈 수 있는 역량으로 수렴된다.


사실 이 작품은 뒤로 가며 가끔 주술 호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실패한 장문이 종종 엿보이기도 하고, 오타도 종종 살필 수 있다. 감탄을 자아내던 작품 초반의 매끄럽던 문장과 부드러운 표현들이, 뒤로 가면 다듬을 시간이 없었는지 고민이 부족해 뵈기도 한다. 이런 점을 흠이라면 흠이라 하겠지만 작품 전반에서 보여준 수준을 보자면 이건 그저 시간 투자(그러니까 퇴고라든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를테면 실수와 잘못은 보기에도 다르고, 실제로도 다르다.


한편, 작중에는 '브롱차 게임'이란 것이 등장하는데, 이 미치광이들이나 즐길법한 유희를 묘사한 솜씨는 절묘했다. 묘사가 세세했던 건 아니지만 머리에 제법 쉽사리 그려진다. 거짓말을 좀 보태면 『피를 마시는 새』에서 레콘을 향해 돌격한 아홉 부위의 모습만큼 생생했다. 브롱차 게임이란 건 이런 거겠구나. 하는 것이 시각화된 상상으로 다가온다. 이런 생생한 시각화는 다른 비평 글에서 언급했던, 내가 생각하는 페이지 터너의 조건 중 하나다.


또한 이 작가는 나머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으니, 긴장의 완급 조절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어찌 이야기를 구성해야 독자에게 감흥을 일으킬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예컨대 타이탄의 최후가 그렇고 '감감'에서 만난 엔지니어 탈로스의 영생에 관해서라면, 몇 가지 클리셰들이 동원되긴 했지만 어쨌든 잘 계산된 구성이 남기는 절묘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최후까지 필자는 가슴을 졸였다.


더불어 중간 중간 펼쳐내는 짧은 사색들도 그 맛이 의외로 좋다. 사건 전개에 정신없이 밀려다니다 벌어지는 이런 여백들은, 로저 젤라즈니가 말했듯 사실 단편이 취할 수 없는 장편의 묘미이다. 일례로 모구들과 얘기를 나누던 대니가 별과 우주정거장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을 소개한다.


모투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계기판에서 뿜어져나오는 불빛과 거기에 표시되는 숫자에 의지해서 앞,뒤,위,아래,좌우를 살피며 갈 길을 찾던 것이 우주에서의 삶이었다면, 그저 하늘만 쳐다보며 수십만년 동안 그 자리에 있어왔던 별빛에 의지해 길을 찾는 것이 여기 행성에서의 삶이었을 테니.


땅 위에서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빛을 발하던 별을 보는 것에만 만족하지 못하던 우리 인간, 메몬, 지고, 서크족이 별과 별 사이에 만든 또다른 별이 우주 정거장인 셈이었다. 원래 있던 별들이 모구들의 밤 길을 이끌고 있었다면 강철로 만든 우주 정거장은 누구를 이끌고 안내하고 있었을까. 연방? 제국? 나나 삼촌 같은 사람들? 아니면 식량을 구하지 못해 죽어간 모녀..?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할지고 모르겠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그 공간에서 마주친 모든 사람들은 길을 잃어 버리고 유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후략)

(골드아이비, 『로그 스페이스』 中)

(참고로 이 원문 참조는 오타를 포함해 모든 걸 그대로 옮긴 것이다.)



4. 스테레오 타입과 클리셰


작가는 스테레오 타입, 즉 전형에 의존하는 창작 경향을 비판한 바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의 여러 지점들에서 역시 스테레오 타입 내지 클리셰가 엿보인다.


앞서도 말했듯 우주 전쟁 전후의 시점에서 개인에 중점을 둔 모험 활극으로서의 스페이스 오페라는 이미 『카우보이 비밥』이나 『파이어 플라이』에서 유효한 성공을 거둔 구성 방식이다. 더구나 초반 낡은 밀수선이라는 설정 또한 '파이어 플라이급 세레니티 호'와 맞닿아 있다.


등장 인물들의 구성 또한 어쩐지 『카우보이 비밥』을 연상케 하고 있는데, (시니컬한 맛은 덜하지만) 대니는 스파이크로, 테니얼은 제드로, 엠버는 페니로, 로즈와 T4A1은 에드나 아인으로 대입해 볼 수도 있다. 


'감감'에서 탈로스의 파멸을 야기하게 되는 사태의 복선, 그러니까 수면모드에 들어간 메몬이 낸 소음 또한 진부한 클리셰였고, 당장 말 많은 로봇(물론 엄밀히 메몬과 로봇은 다르지만)이라는 컨셉도 『스타워즈』의 'C3PO'를 통해 일종의 공식화된 전형에 지나지 않는다.

해적 선장 암브롬이라면 유명한 우주 악당 '자바 헛'이고, 그가 주최하는 브롱차 게임은 '포드 레이싱'이 될 것이다.


과학적으로 발달되지 못한 곳에 툭하고 떨어져 그들을 규합해 정복 세력을 전복시킨다는 설정도 전형을 피할 수 없다. 이때 지혜자를 찾아가 문제의 해결을 청원하는 건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활용된 고전적 클리셰다. 모구는 『제다이의 귀환』의 ‘이워크’로 볼 수 있고, 홀로그램으로 투영되는 인공지능 로즈는 TV 시리즈 『타임 트랙스』의 ‘셀마’의 모습이다.

 

생명체를 수집하는 변태 우주 갑부의 설정 역시 전형이다. 당장 가까운 작품만 하더라도 네이버 웹툰의 스페이스 오페라 겸 모험 활극인 『스페이스 킹』이 있으며, 마블의 『갤럭시 오브 가디언즈』에 등장했던 콜렉터 역시 이러한 전형에 해당된다.


스스로 몸을 키우고 있는 A.I 우주선 타이탄의 경우엔 개인적으로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낀 캐릭터인데, 이를 파고들면 미에빌의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에서 비슷한 일례가 등장한다. 특히 자기 완성을 꿈꾸는 음험한 A.I는 이미 깁슨의 『뉴로맨서』에 등장한 강력한 전형, ‘윈터뮤트’ 가 있다.


그러나 정작 난 이런 전형과 클리셰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진부화된 소재들이라해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새로운 관점으로 조망하거나 활용할 수 있고, 또 작품 전체의 요소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뿐더러,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었을 때 절묘한 조화의 일측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구성이 창조적이라면 소재의 진부함을 가릴 수 있다. 어차피 현대 사회에서 작품의 모든 요소를 새로움으로만 채울 수 있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



III. 결론


『로그 스페이스』는 문피아에서는 보기 드문 SF물이고, 문피아의 SF물 중에는 주류가 되는 스페이스 오페라에 가깝되, 개인에 초점을 둔 모험활극이란 점에서 다른 작품들에 대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비록 이런 류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 가지 전형과 클리셰들을 활용하긴 했으나 그 배치와 활용이 적절했고, 이 분야 작품들에 대한 선험이 없다면 외려 더욱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또, 2차 세계는 매력적이고 독창적이며 중심인물들은 대체로 선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역사와 개성이 있다.

그러한 설정의 논리에 따라 작가가 표현한 인물들의 행동 양식은 개연성을 벗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이 인물들은 하나같이 생동감이 있다. 전략적인 플롯 구성으로 긴장의 완급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서 자칫 어둡고 비감이 어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감각 있는 관점과 서술 방식을 유지한다. 

이로써 SF 특유의 풍자적 요소와 유머 감각을 적절히 발휘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며, 무엇보다 자신이 제시한 세계와 인물의 논리를 디테일로 녹여내는 세심함은 꼭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결국 소설은 작품 속 배경과 인물의 논리를 얼마나 정합적으로 만드느냐. 또 그 정합적으로 짠 논리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개연성 내지 리얼리티의 획득에 성공하게 된다. 여전히 논리적 오류 내지 개연성의 위배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보이곤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서는 비교적 의견이 명확하다. 개연성이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개연성을 포기한 작품이 좋은 작품은 될 수 없다는 것.


작가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올바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 그가 SF 소설들이 간혹 빠져들기 쉬운 함정 - 과학이나 이론에의 천착 - 에 빠지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온 덕분으로 필자 같은 사람은 즐거운 독서 경험을 누리게 된 셈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작품일까? 모르겠다. 아직까지의 내용으로는 어떤 식으로 모험이 진행될지 감이 오질 않는다. 몹시 긴 이야기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불현듯 끝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쪼록 글을 마무리하기까지 지금의 이 느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남은 시간 동안 필자도 여전히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을 테니까. (終, 2015)


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Rainin
    작성일
    15.10.10 11:50
    No. 1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소개해주신 작품도 읽어봐야겠군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로봇타자기
    작성일
    15.10.10 21:31
    No. 2

    이거보고 선호작이 늘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퍽맨
    작성일
    15.10.12 20:00
    No. 3

    이거 재밋어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10.14 00:06
    No. 4

    글 올릴 때 말고는 모바일을 사용하다 보니 이런 비평이 올라와 있는지 이제야 봤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이모저모 뜯어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필력이 어마어마하시네요... 비평 자체를 추천드려야 할 것만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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