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로 온라인
작가 : 바람따라0
출판사 : 없음
베스트란에 못보던 제목이 올라온것을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보통 베스트에는 지뢰작들도 종종 올라오기 때문에 베스트에 떴다고 다 읽는다기 보다는 일단 대중없는 추천정도로 여기고 일단 클릭해본다음 초반 몇화 읽어보고 접을 지 말지 대강 감을 잡습니다. 아마 다른분들도 대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간혹은 판단하기 애매한 작품들이 있죠.
설정도 엉성하고 개연성도 구멍이 뻥뻥 나있는데 묘하게 글발이 좋은 사람이 있죠.
필력이 아니라 글발이요. 내용 엉성해서 그만 읽을까..생각하는데 읽다보면 등장인물간의 대화가 막 착착 감긴다고 해야하나...마치 다른사람과 얘기하고 있는 현장에 있는듯한 착각이 드는 경우인데 이런경우 어어하다 그냥 쭉 같이갑니다.
또는 글이 정말 엉성한데(특히 캐릭터간의 대화 흐름같은게 엉망인경우가 초보 작가들은 많죠.) 설정이나 세계관같은게 확고한경우 아 이건 읽는게 정말 고역인데 배경은 충실하고 이러면 또 고민되죠. 대개 이런사람은 그게 첫작품이거나 한 경우죠. 한작품 두작품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필력이 올라가 어느새 인기작가가 되어 있고 그럽니다.
또 하나는 작가 자신의 아집이 너무 강한 경우가 있죠.
누가 뭐라고 해도 안들여 안보여 내맘대로 할래 너흰 다 틀렸어.
작품이 마음에 안드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아주 짱좋다 할 정도도 아니고 계속 읽을까 하는데 작가 태도가 영 매롱이고...선삭할까 말까 고민되죠.
...사실 이건 작가가 독자에게 휘둘려선 안된다는 면에선 긍정적인 자세이지만 이것도 여러가지로 유형이 갈리는데 제가 든 예는 작가가 자기 작품으로 말을 하는게 아니라 작품 밖에서 독자랑 싸움을 벌이는 경우입니다.
이제 이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또 다양한데 독자가 이런 장면에서 이건 이렇게 하는게 아니라 저렇게 해야 더 맞지 않느냐 뭐 이런 의견이 아무리 많이 달려도 그냥 마이동풍 격으로 일괄적으로 ‘네 의견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할수 있겠네요.’ 라는식으로 영혼없는 답변 하고 누가 봐도 병맛인 그 부분을 계속 고수하거나 오히려 그걸 반복을 해 암에 걸리게 하는 경우가 있죠.
또는 독자들이 이런 장면에서 저 캐릭터의 행동이 이러저러한데 지금 작중의 상황이 이만저한한데 그런 상황에서 그건 아니지 않느냐 그것보다는 저러이러하게 행동하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고 치면 놀랍게도 작가가 댓글로 ‘내가 알아도 너보다 훨씬 잘아니 닥치고 읽기나 하라’는 식의 반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러면 이제 독자들 이랑 작가가 댓글로 싸움질입니다.
대개 이런 경우 작가들이 나이 지긋한 양반인 경우가 많죠.
독자를 대등한 존재가 아닌 가르쳐야 할 존재로 보는 유형인데 한마디로 내가 이렇게 나이먹고 세상경험이 많으니 어린 니들은 나에게 이러쿵 저러쿵 할 자격이 없다는 식이죠.
수년전에 어떤 환타지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적이 있었는데 이 소설의 작가가 노인분 이었습니다. 그 연령대에 이런 시도를 한다는게 대단한 거지만 소설 자체는 꽤 재미있고 깊이있는 전개였는데 소설 전체적으로 문체가 상당히 고루하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딱 50년대 흑백영화톤이라 대부분의 독자들이 읽기 힘들어 했죠. 옛날 신문보면 조사빼고 전부 한자투성이죠. 그런투의 문장을 그냥 한글로만 바꾼식이니 얼마나 글이 이상하겠습니까.
독자들이 많이 코맨트 했죠.
‘요즘 언어습관이랑 너무 다르니 조금만 더 현대식으로 써달라.’
그랬더니 작가 반응이 바로 위의 그 태도였죠.
‘이정도 문장도 읽기 힘들어하는 니들의 수준이 너무 낮은거다 쯔쯔’ 뭐 이렇달까.
독자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바람에 많은 독자들이 발끈했고 그렇게 수많은 독자들을 가르치려 들다가 선작 다 끊기고 그냥 망했죠.
애초에 그럴거면 장르소설은 왜 썼는지 모를 일 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세로 온라인을 읽으면서 그때의 데쟈뷰가 떠 오릅니다.
일단 기본 배경이 아주 구멍은 아니에요.
말이 된달까...그냥 흔하다면 흔한 설정인데 이정도도 안되는 작품 널렸음.
기본 배경이 멀쩡하면 이야기 전개하다가 구멍이 생겨도 어떻게든 수습이 되죠.
그래서 계속 읽고 있는데 캐릭터 조형에 문제가 있더군요.
캐릭터가 생동감이랄까 개성같은게 전혀 없고 굉장히 얇팍합니다.
캐릭터 자신의 철학이나 사상이 아닌 작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파할 뿐인 등장인물이에요. 허수아비같다고나 할까.
비유를 들자면 옷가게 매장을 근사하게 인테리어 해놓고 마네킹을 어디 들판에 서있던 허수아비 떼와서 거기다 옷을 입혀 세운 꼴인데...당연히 이상하죠. 옷가게에 왠 논에 서있던 허수아비가...그래서 독자들이 이거 안어울린다 뭐다 하는데 거기엔 모두 ‘그렇게 생각할수 있겠네요.’ 하는식의 영혼없는 답변뿐. 물론 그렇다고 변화는 없음.
게다가 그 허수아비도 문제지만 허비아비에다 입혀놓은 옷 자체도 상태가 별로라 이겁니다. 가게는 그럴듯한데 왠 마네킹 대신 허우아비를 세워놨지 거기에 입혀놓은 옷은 볼성 사납지...그래 허수아비도 허수아비지만 옷도 별로다 뭐다 했더니 돌아온 답이 ‘뭘 좀 모르시네 그게 진짜 대단한 옷이거든? 보는 눈도 없는게 누구한테 뭐래?’
원래 소설은 그냥 본편만 읽고 다음편으로 넘어가는데 이렇게 읽다가 불만이 생기는 작품은 댓글까지 읽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거 읽고 괜찮은가? 하고 확인하려고요. 그런데 댓글란에서 독자랑 작가가 이러고 있는걸 본 순간 수년전의 그 데자뷰가 펼쳐지더군요.
......
아...어디선가 향기가...
이... 진한 향기는...그래 기억났어 꼰대의 향기다.
원래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안되는 사람이 참 많죠.
톰 클랜시의 출세작 레드스톰라이징은 3차대전이 무대면서도 전면 핵전으로 번지지 않은 전쟁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렇게 돌아가는 전쟁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우선, 전쟁의 원인이 된 바쿠의 소련 유전을 날려버린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으로, 소련이 침공을 개시한건 당내 일부 강경파의 음모때문으로, 그리고 그결과 소련은 무리한 개전에 반발하는 당 내부의 저항과 군부에 대한 설득 때문에 전력을 기울일 수가 없어졌고 설상 가상으로 나토군 지휘 통신 시설근처에 미리 침투해 개전과 동시에 공격하기로 되어 있던 스페츠나츠부대들에게 전달될 작전서류를 휴대한 스페츠나츠 장교가 민간인 복장으로 거리를 걷다가 관광객 김여사가(!) 모는 차에 치여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소련군 작전이 침공전에 전부 드러나 시작부터 신나게 두들겨 맞는걸로 시작해 그 압도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은 지지부진하게 전쟁을 이어가게 되는데..
톰 클랜시의 진가가 이때 이미 드러나는게..전쟁 개시와 동시에 핵탄두 수천발을 퍼부어 지휘 중추를 마비시킨후 전 전선에서 기갑부대로 공세를 가해 보름만에 유럽을 정복한다는 계획(실제 작전계획이었음)을 갖고 있던 소련군을 너프시키기 위해 별에 별 황당한 설정을 다 갖다 붙였는데도 그 황당한 이야기가 너무나 그럴듯해 이야기 전개 구조에 오히려 힘을 실어준다는거죠.
이런걸 우리는 개연성이라고 부릅니다. 그 내용이 아무리 황당하더라도 개연성이 충분하면 독자는 불만이 있던 없든 따라가게 되어 있죠. 연재되고 있는 소설중에 상위권 작가들은 대개 그런걸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중 하위 작가들은 고 부분만 다듬으면 글이 훨씬 나아질것 같아서 댓글로 이런 개연성 문제를 지적하면 열에 7-8은 글작성을 못하게 막는다던가 아예 읽지도 못하게 차단을 건다거나...그리고 그중 나이가 좀 있는 작가들은 독자랑 싸움을 하더군요.
뭐랄까...
나름대로 애정이 있어서 말해주는건데 반응이 이러면 참 보람이 없죠.
읽고 생각해서 댓글달고 하는데 쓴 시간이 아깝고...뭐...그렇죠.
주장하고 싶은게 있으면 독자랑 댓글란에서 싸우는게 아니라 작품 안에서, 개연성 있게. 그게 안된다면 결국 반짝 인기로 베스트 하위를 전전하다 스러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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