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청빙
작품명 : 문답무용
출판사 : 발해
저는 여자입니다. 에... 여자들은 삼국지 하면 일단 거부감이 듭니다. 솔직히 남성적인 소설이잖아요. ^^; 길고 뭔가 복잡한 것 같고 등장인물도 너무너무 많습니다! 지금도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운, 조조, 주유, 이런 애들은 알지만 참모로 넘어가면 헷갈립니다... OTL
그래서 동생이 문답무용을 사서, 재미있다고 보라고 할 때도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심심해서 책을 잡고 읽게 되었고...
네. 반하고 말았습니다.
우스운 것은 이후에 삼국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거죠. 그래서 문답무용을 먼저 읽고, 집에 뒹굴고 있던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게 되는 현상이 벌어졌답니다.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고 또 한번 느낀 것은, 문답무용은 정말 삼국지 팬픽(?)의 진수를 보여주는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작가님께서 어디까지 연구하고 고증하셨는지 신기할 정도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 가상과 교묘하게 엮어가는 솜씨는 정말 놀라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이번 4권을 보고 반함을 넘어 작가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그리신 구겸창병? 의 모습... (처음에는 직접 그리신 건지 몰랐는데, 잘 보니 청빙이라는 사인이 그림에 들어 있더라구요 ㅋㅋ) 얼마나 자신의 작품에 신경을 쓰고 계신지 잘 알 수 있었구요. 준서가 쓰는 계략 하나에도 얼마나 신경을 쓰신 건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심리학 수업을 듣는데, 거기에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베이컨이 한 말일...겁니다 아마; 수업시간에 졸아서.... ㅋㅋ
4권에서 저와는 달리 가후의 수업을 열심히 들은 준서는 그런 심리학을 교묘히 이용하죠. 공손찬 토벌전에서요.
여포 정도 되는 장수가 계속 의미 없는 병력 시위를 하니 의심에 빠져든 공손찬은, 식량 수레를 보는 순간 그것이 이유였다고 철썩같이 믿어 버리고요. 마침내 유인에 빠져듭니다. 준서는 결코 무조건 천재, 킹왕짱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치밀한 준비를 하지요. 거기에 구겸창과 같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무기를 활용해서 완벽을 기합니다.
작가님께서 저 심리학 내용을 의도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4권 나왔을 때쯤 하필 저 내용을 공부하던 저는 전율이 솟았습니다.
그리고 삼국지물은 너무 역사에서 벗어나도 흥미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알던 것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재미가 생기기 때문에, 이게 삼국지인지 아니면 삼국지의 인물이 등장하는 다른 소설인지 헷갈리면 읽기가 힘든 거죠. 이건 취향 차이겠지만;
문답무용 이후 대여점에 가서 삼국지물을 다 빌려 봤는데, 작품의 비하가 아니라 그중 하나를 예로 들면... 제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주인공은 삼국지 게임을 하다가 자꾸 황건적한테 죽어 열이 받은 해커입니다. 그런데 코드 변화가 일어나 모든 인물들이 제멋대로인 장소와 시기에 등장합니다. 이때부터 이 소설은 제게는 이미 흥미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어떻게,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설명... 주인공은 게임 플레이 중인지, 아니면 게임을 통해 다른 세계로 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니 개연성이 떨어지게 느껴지고요.
문답무용은 어떤가 보겠습니다... 신이 등장하고, 차원이동을 한다는 점에서 황당하긴 하지만, 적어도 그 이유를 알 수 있고 인물들의 행동에서 목적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준서는 집에 가고 싶어서, 강룡은 최강자가 되고 싶어서, 제럴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이제는 유일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 뚜렷하죠.
문답무용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수호지의 인물이 나온다는 겁니다. 처음 수호지의 인물이 나왔을 때는, 삼국지 인물만 해도 너무 많은데 수호지까지... 하고 부담이 갔던 것이 사실이예요. 하지만 이를 너무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수호지 인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곁들인 작가님 덕에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수호지의 인물들이 아주 매력적이더군요! 저는 연청을 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똑똑하고, 예의바르고, 재간둥이...ㅋㅋ
그럼 단점도 얘기해 보겠습니다.... 다른 비평글에서도 본 것 같은데, 주인공이 셋이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네요. 저는 준서를 제일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제럴드나 강룡이 나오면 아무래도 몰입이 좀 덜 됩니다. 제럴드와 강룡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임엔 분명하지만, 특히 저나 제 친구들같은 여자들의 경우 강룡같은 무식한 힘 캐릭터는 딱 질색입니다. ㅇㅅㅇ; 손책을 죽이다니 강룡 나쁜.....
이것은 뒤로 가면서 점점 준서가 부각되어 해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두 인물의 행보도 소홀한 건 절대 아니고요. 특히 4권부터 준서가 본격적으로 활약을 시작해서 너무 행복해요. 착하기만 하거나, 어리버리하기만 한 주인공은 솔직히 짜증나잖아요. 그런데 준서는 처음에는 많이 당하지만, 거기서 확실히 교훈을 얻습니다. 특히, 제럴드와 타협할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스스로 깨닫고 마음을 독하게 먹는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당하고도 제럴드한테 약한 모습을 보였다면.... 대실망했을 겁니다.
또 다른 단점은 장르가 애매합니다. 준서를 보면 게임판타지 같은데, 제럴드를 보면 영지물이나 복수물같기도 하고, 강룡을 보면 무협 같아요.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취향이 확실한 독자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네요.
아무튼 고증에 충실하여 삼국지 정사에 대한 서술도 빠뜨리지 않으면서(문답무용은 제가 본 다섯 종류의 삼국지물 중 가장 인물과 역사에 충실했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심지어 사자성어까지...ㅋㅋ), 가상 역사의 즐거움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 문답무용은 지금까지 나온 삼국지물 중에 최고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꼭 일독해 보시길 권합니다!
( 덧 : 두 달 정도 눈팅해 본 결과 청빙작가님의 글은 오타가 없기로 평판이 자자하더군요. 문답무용도 마찬가지.... 이벤트 때문에 4권까지 뒤져봤는데, 나온 오타가 단 한 개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자랑합니다. ㅇㅅㅇ;;; 혹시 이벤트 상품을 주지 않으시려는 작가님의 음모가 아닐지... 그래도 쓸데없는 짜증을 일으키지 않게 해 주는 것은 보너스입니다. ㅋㅋ)
부족한 글솜씨로 긴 비평을 써 보았습니당.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작가님께 폐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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