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남희성
작품명 : 달빛조각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저는 본래 게임판타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임판타지들이 지향하는 가상현실이라는 것에 대한
특별한 제제장치 없이 무턱대고 '현실과 거의 흡사했다.'
이런 말로 얼버무리면서 시작하는 글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대부분의 게임판타지가 판타지소설과 게임판타지의 경계를 부숴버립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판타지는 초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게임판타지는 가상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런데 게임판타지의 주인공들은 가상 보다는 초현실에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니까 초현실과 가상의 차이점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게임판타지 스스로 이 차이점을 없애고 있다는 것이죠.
이 차이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차이점이 윤리적 측면입니다.
초현실에서는 윤리적 측면이 약합니다. 주인공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심하게 고문 할 수도 있습니다. 초현실에 있는 그들에게는 거침이 없죠.
그러나 게임판타지는 다릅니다. 어디까지나 그들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그 중 대부분이 벼락부자 된 고등학생)입니다. 그런데 게임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사람을 베어버리고 불로 태워버립니다.
물론 우리도 게임에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판타지가 추구하는 가상현실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모든 게임판타지는 가상현실이 현실과 99% 흡사하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즉 게임 안에서 주인공 그들은 현실과 다름없는 모습을 하고 역시 현실과 다름없는 모습을 한 다른 사람들을 죽여 버립니다.
이해가 잘 안 가신다구요? 만화 유레카를 보시면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현실과 똑같은 그 세상에서 그들은 거침없이 사람을 베어버리고 불로 태우거나 전기로 감전시킵니다. 그리고는 게임이라는 이유로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키보드 게임만으로도 현실과 게임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때에 이런 게임이 나타난다면 게임과 현실을 구분 하고 행동할 사람이 몇이나 나올까요? 애초에 이런 '잔인한'게임에 대한 제제가 없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돼는 것이죠.
즉, 어디까지나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가상현실에 제제를 가하고 유저 간 PK문제와 인간형 몬스터(엘프 등)을 사냥할 때 나타나는 윤리적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 판타지와 게임판타지의 첫 번째 차이점이죠.
두번째 차이점은 주인공의 역량문제 입니다.
초현실과 가상현실의 공통점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해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엄연히 초현실과 가상현실은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초현실에서는 주인공도 초현실에 기초하지만 가상현실에서 주인공은 현실에 기초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풀이 하면 주인공의 육체능력 차이가 되겠습니다.
즉, 판타지나 게임판타지 모두 '파이어볼'은 사용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체시력이나 순간적인 반응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동체시력이나 순간적인 반응은 개인의 능력이니까요. 물론 '레벨이 높아져서 생기는 순간적인 반응은 컴퓨터가 대신 처리 한다'식의 설정이 있다면 가능 하겠습니다만 대부분의 게임판타지들이 동체시력이나 순간적인 반응을 마치 판타지 처럼 자동으로 늘어나는 주인공의 신체능력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여기 궁수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주인공은 활을 쏘는 것은 영 잼 병 이라고 칩시다.
그는 2m 앞의 토끼도 맞추지 못하죠. 그런데 과연 렙이나 올릴 수 있을까요? 가상현실에서 열심히 연습하면 과연 활 쏘는 실력이 늘까요?
저는 절대 아니다 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 때는 설정으로 정확도라는 스탯을 넣어서 대충 주변으로 활만 쏘아도 화살이 알아서 맞게끔 설정해 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게임판타지 대부분이 활을 쏘면 주인공의 활쏘는 능력 증가, 검을 쓰면 검 쓰는 능력 증가 등을 설정으로 해놓은 것 이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더 가관인 것은 이 능력이 현실에까지 적용된다는 것이죠.
많이 봐줘서 게임으로 약간의 '지식'을 익혔다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몸이 따라주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달빛조각사, 이 소설은 위의 문제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소설입니다.
달빛조각사에 나오는 공성전 할 때 수천 명 유저들의 대 전쟁.
심하게 표현하면 피가 홍수를 이루고 시체가 산을 이루는 전쟁이었을 겁니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그 전쟁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실제 인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그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적어도 실제 전쟁에서 느끼는 감정을 10분의 1 아니 적어도 5분의 1이상은 느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미군은 전쟁에서 느꼈던 긴장감을 잊지 못해 각종 마약에 손대는 등 결국 황폐한 삶을 살게 되었죠.
달빛조각사에서 공성전에 참여했던 인간들 중에 그런 사람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죠. 달빛조각사에 나오는 로열로드는 추위와 뜨거움, 검에 베이는 느낌 등 까지 표현한 현실과 완전 똑같은 가상현실이니까요.
또한 달빛조각사 주인공 위드.
위드는 조각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재봉이나 하고 잡다한 손기술만 익히고 있던 아이였죠.
그런데 그가 게임에서 조각술에 미치더니 현실에서도 조각술을 발휘 하더군요.
몇 편인가 현실세계 레스토랑에서 얼음을 조각하는 위드.
단지 웃음만 나오더군요.
얼음을 조각하는 것이 장난인가요?
아무리 게임에서 조각술을 좀 익혔거니 그런게 현실에서 통하리라 생각하는 건가요?
많이 봐줘서 게임으로 조각술에 대한 지식을 조금 익혔다고 하더라도 과연 현실에서도 몸이 따라 줄지.
처음 올리는 글이라 좀 두서없이 막 쓴 글이 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남희성 작가님께서 좀더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신경서 설정을 해주셨으면 하는 거죠.
판타지라는 문학에 있어서 작가의 설정을 그 세계의 가치관을 대변합니다. 그 가치관이 얇아서 구멍이 숭숭 뚫린다면 결국 그 소설은 개연성도 없는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어버립니다.
저는 달빛조각사가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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