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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과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 분야의 글을 쓰시는 모든 분들을 존경하고 그들에게 고마워한다. 나 자신이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을 조금은 이해하기 때문에 글에 대해 최대한 관대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들의 책을 읽곤한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유독 무협과 판타지 분야에서는 잘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구분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하다는 것이다. 문피아의 독자 감상란을 읽어봐도 대부분 독자의 선호가 문제가 되지, 글의 기술적 측면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하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이므로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글쓴이들 마저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까?
글을 쓴다는 것은 창작과 동시에 기술의 발현이다.(art and science). 그것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기본적으로 단어의 선택, 문장과 문단의 구성은 기술적인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좋고 나쁨이 있는 것이다. 그 글이 픽션일 때는 여기에 플롯(plot)이라는 기술적인 면이 추가된다. 스토리는 독자의 선호에 좌우되지만, 플롯, 즉 인과관계(causal relationship)의 좋고 나쁨은 독자의 선호와는 무관하다.
치밀한 플롯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문법에 맞는 문장, 적확한 단어는 요구되야 하지 않을까?
가장 기본적인 주어와 동사의 일치마저 되지 않는 문장들을 수도 없이 대할 때 마다 장르문학의 독자로서 창피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영어와 달리 우리 말의 주어는 명시적이지 않고 암묵적(implied)인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동사는 반드시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주어에 일치해야 한다. 하지만 무협이나 판타지의 많은 문장들이 두서없이 형성되어 있고, 어느 경우에는 주어에 해당하는 동사는 생략되고, 엉뚱한 동사가 마지막에 쓰이는 경우마저 심심치 않게 마주친다.
미국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판타지 소설 중에 Eragon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이 책의 첫 권을 출판했을 때 그의 나이 17살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는 것 중의 하나는 글의 기술적 측면의 완벽함이다. 단어의 선택도 훌륭하고,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는 문장을 찾기도 힘들다. 물론 미국의 판타지 독자나 스릴러 독자들도 자신이 읽는 책의 저자가 글쓰기의 기본적 교육도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그 책의 스토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도 용서하지 않는다.
장르 문학이 '문학'이 되고 장르문학의 독자들이 '문학'의 소비자가 되기위해서는 작가들이 최소한의 글쓰기 소양은 갖춰야 하고, 독자들은 이를 작가들에게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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