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굳이 팰러딘과 템플러를 나눠서 적용할 필요도 없다는거죠.
엄밀히 말하면 D&D 베이스의 판타지에서 [템플라]의 역할을 하는 것은 클레릭에 가깝다고 봅니다. (뭐 모든 판타지를 D&D에 맞출 필요야 없겠습니다만...)
팰러딘의 경우 어원이 [궁정에서 상주하는 자]라는 라틴어에서 온 부분도 있고, 팰러딘이 신전 기사로 취급받는 이유가 '신성로마제국'에 있기도 합니다만, 팰러딘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이유가 샤를마뉴 대제의 12기사 영웅담을 통해서 '신을 믿는 기사'가 아닌 영웅으로서의 '성기사'의 이미지가 넓게 퍼진 것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면 사용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판타지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가 단어의 범용성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꼭 어원이 그랬다고 해서 그 어원과 꼭 맞는 상황에만 쓸 필요가 있을까요? 이 부분은 약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봅니다(기존에 실재하는, 또한 널리 쓰이는 단어를 차용하여 무차별적 설정을 통해 의미 변형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리고 2번은 제가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징집병에게 창을 가르치는 이유는 창이 다른 무기들에 비해서 숙달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물론 아주 잘 쓰는 정도 까지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까지를 말하는 거겠지요).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의 농민 봉기를 살펴보아도, 농민 봉기 당시 죽창을 무기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지요.
3번은 동의합니다. 확실히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설정으로 넘길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판타지의 세계관과 중세 세계관을 찬찬히 뜯어보면 꽤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스피어 계열의 경우는 숙달 문제도 있습니다만, 병진을 짰을 때 어느 정도 리치(사정거리)를 가지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인 점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리고 투척 무기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비교적 제작비도 싼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죠.
다만 폴암 계열로 가기 시작하면 숙련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사용에도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급 용병들의 무기로 바뀌게 됩니다. 파이크의 경우는 휘두르는 무기 중에서는 관통력이 가장 강한 타입의 무기였기 때문에 갑옷에 꽤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요건 좀 가물가물... ^^)
기본적으로 중세세계관을 잘 알지도 못하는 작가가 쓰는 소설인데, 무엇을 근거로 '중세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고 확언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가는군요.
그저 그런 분위기밖에 모르니까 맨날 영주 나오고 공후백자남 나오고 하는거지, 사실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은 중세세계관과 별로 밀접한 연관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이미지'만 대충 따오고 나머지는 전부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지는 것이죠.
열왕대전기같은 예외적인 작품도 있긴 합니다만, 태반은 흉내만 냈을 뿐이며 중세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그런 중세를 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을리도 없겠죠.
그런 작품들을 판단할 때 중세랑 비슷하니 중세 세계관이 기본이다, 그러니 중세를 기준으로 놓고 판단하여도 좋다, 라는 생각은 전혀 납득할 수 없군요. 죠스바에 죠스 안들어가 있다고 화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만...
음, 좋은 관점이군여.
요즘 시대에 팔라딘이라고 하면 현대에는 샤를마뉴 대제의 열두 기사에 붙인 명칭으로 유명하져.
하지만 팔라딘이라는 단어의 원전을 찾아보면 팔라딘이 아예 종교에 관계없는 것은 아닙뉘다.
원래 Paladin이란 단어는 고대 로마시대 황제의 의전관에 붙어있는 명칭에서 온 것이져.
이것이 중세시대에는 의미가 퍽 바뀌어서 교황청의 고위 공직 법관(팔라티누스)을 말합뉘다.
혹은, 신성 로마 제국 시대에는 Count Palatine이라는 비세습 귀족 계급이 있었는데 이 궁정 팔라틴이 줄여서 팔라틴 혹은 팔라딘이라고도 하지여.
그래서 팔라딘을 명예로운 궁정 기사를 말한다고 합뉘다만 종교적인 의미가 어예 없는것은 아니라능...
물론 종교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신비한 힘을 지닌 기사라는 면에서, 성지순례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황의 인증을 받아 결성된 기사단인 나이트 템플라가 신성기사의 위치에 어울리긴 하져.
하지만 템플라가 현재의 환상소설 속에서 팔라딘이라는 단어를 대체해야한다 라고 할수는 없습뉘다. 이미 팔라딘이라는 단어가 신성 기사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여.
팔라딘이라는 단어가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 유명세(?)를 탄 것은 Dungeons & Dragons라는 판타지 겜에서 직종으로 소개한 때문이져. 머 에버퀘스트나 WOW 같은 유명한 겜도 팔라딘을 채택했군여.
현대 장르 환상 소설은 역사적 팩트 보다는 D&D의 영향을 아주 깊게 밭았습뉘다. 실제로는 존재한 적도 그렇게 불린 적도 없는 숏소드라는 명칭이 소설책에서는 실제로 있는 것마냥 존재하는 것도 그렇져. 우리가 읽는 판타지 소설이란 것이 중세 역사 소설의 적자가 아니라 롤플레잉 게임의 사생아라는 점을 감안하면 템플라가 아니라 팔라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될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알고계신 것과는 달리, 파이크의 고슴도치 전술은 정규 훈련을 받지 못한 밀리샤를 위한 가장 좋은 무기이자 전술입뉘다. 실제로 훈련을 받지 못한 비정규병에게 이거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전술도 없고, 장창처럼 싸고 쉽게 만들어줄수 있는 무기도 없습니다.
브레이브하트에서 묘사한 Schiltron 전법은 비숙련 병사들로 극도로 방어적인 장창진을 구사해서 성공한 예인데, 실제로 Battle of Bannockburn에서 스코틀랜드인들은 이 방어진으로 고도로 숙련된 영국 기사들을 물리쳤습뉘다.
다만 이경우엔 방어진을 돌격시켜서 영국 기병들을 인터셉트하는 식으로 운영했고, 병사들은 아무 지원없이 단지 장창진을 유지하면서 기동한 다음 고슴도치가 되는 것으로 기병을 막은 것입뉘다. 공격적인 운영이라기보단 진을 유지하면서 기동하는 법을 배운 덕택이랄까...
하지만 본문에서 예를 드신 장창으로 스위스 용병이나 독일용병 란츠크네히트, 그리고 후대 테르시오 같은 잘나간 장창부대의 경우엔
장창 밀기나 파이크 앤 샷 같은 장창진을 기반으로 한 좀 더 공격적이고 숙련된 전술을 사용해서 성공을 거둔 켱우입뉘다.
그리고 이런 경우엔 장창만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수나 할버드병, 도펠졸트너 같은 병종의 혼용이 필수적이었져.
3번은 공감합뉘다. 중세 서유럽의 봉건 체계에서는 농노의 대량 징병은 영지 말아먹는 지름길이었져.
하지만 판타지 소설 속의 세계가 중세 서유럽의 양상을 완전히 따라가는 것은 아닙뉘다. 전술 전략, 무기와 병기의 발달, 사회 시스템과 정치 문화 군사 어느면을 보더라도 서유럽 봉건시대로는 볼수 없지요.
예를 들어 중세 유럽 봉건 세계에서 기사는 자신이 충성을 바치는 영주나 왕을 위해서 40일간의 병역 의무를 지게 되고, 이 기간이 끝나면 가버리면 그만이었습뉘다.
판타지 소설에서처럼 밥만 먹여주면 일년 내내 전장에서 주군을 위해 목숨걸고 전쟁을 하는 프로페셔널한 군사적 기사의 성립은 백년전쟁 시기 오랜 캠페인으로 인해 병력 유지의 문제가 생기자 만들어진 Gendarme 같은 경우에나 가능하져.
하지만 아무도 이런거 신경 안쓴다능... 사실 서유럽 봉건시대가 모델이면 전투 한번에 몇만씩 동원하거나 중국식 공후백자남 오작제도를 고대로 갖다쓰진 않겠져.
그리고 작가가 글을 쓸때 서유럽 봉건시대를 그대로 모델로 해서 alternative historical novel을 써야 하는 필연적 이유도 없습뉘다. 머 전투 규모는 삼국지 좀 따오고, 주인공은 베오울프 전설에서 따오고, 신화는 북구신화 좀 베끼고, 종족은 워크래프트 대충... 그래도 머 역사소설 쓰는게 아니라 판타지니까 하고 봐주시는 편이 마음 편할겁뉘다.
본문이.. 토론마당에 갔다면 좀더 어울리게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에 빗대어 쓰는 글을 역사사실주의라 부르며
기존에 존재하는 작품의 세계관들을 짜집기하듯 엮어내어 펼치는 글을 모방창작주의라 부릅니다
여기서 문제점은 모방창작주의를 역사사실주의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것부터 시작되는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도 글이라는게 적어도 어느정도 진실성과 역사성이 깃들여 있어야지 그럴듯해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역사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보다
모방창작주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다수의 의견을 소수의 무리가 그들이 틀리다고 말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소수의 논리는 그들만의 논리로 끝나버릴수도 있다는것에 문제가 더 큽니다
대세라 함은 일이 진행되어가는 결정적인 형세를 뜻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그럴싸하게 여기는 판국에
눈이 하나인 나라의 사람들이 모인곳에 눈이 둘인 사람이 가면
병신 취급을 받는다는말... 실감나게 하는거지요
물이 맑으면 고기가 살지 못한다는말... 어쩌면 인내심이 부족한 몇몇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아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창병의 방진은 오합지졸 같은 징집병으로 구성할 수 없는 병종입니다.
그리스 같은 경우 시민병으로 장창진의 횡대대형을 많이 사용했고 일본의 전국시대 같은 경우 창장병이 주력병종으로 활용되었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전쟁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일반적으로 장창을 이용한 병진을 구성할 때에는 정예병으로 구성합니다.
오합지졸의 떨거지들 끌어모아 창자루 하나 주고 방진을 짜고 적앞에 세운다는 것은 전투에서 지겠다는 다른 표현 방식일 뿐입니다.
그리고 많이들 오해하시는게 창이 칼보다 다루기 쉽기 때문에 창자루 한개씩만 쥐어 준다고 생각하시는데, 다루기 쉬운건 창보다 방패와 칼 한자루가 더 쉽습니다.
막고, 때리고 막고 때리고,,,,장작 듯이 패기만 하면 되는게 농민위주의 징집병에겐 더 어울리는 무기겠지요.
칼보다 창이 우선시 되는 것은 군대의 규율만 잡혀진다면 개개인의 특별한 수련도에 상관 없이 밀집된 창자루의 숲은 상당히 위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즉 무기의 효용성에서 창이 칼보다 앞서기 때문이지 창이 칼보다 숙달되기 쉽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Commen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