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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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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 중요하다

작성자
SanSan
작성
07.08.15 01:18
조회
2,233

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

장르문학 비평을 쓰면 '취향차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니가 뭐라 해도 난 재밌다, 니가 아무리 칭찬해도 난 재미없다,

이런 것의 근거가 「내 취향이니까」라는 문장이다.

그렇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누가 뭐라 해도 재미난 건 재미난 거고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 거다.

아주 가끔은 감평글을 보고 새로운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기존에 갖고 있던 호오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문 경우라 하겠다.

『내 취향이니까』

좋은 말이다.

개인의 주관적 영역은 지켜져야 하며,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건 끝난다.

내 취향이다. 어째서 좋은지는 모른다.어째서 싫은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 취향이다. 네가 아무리 뭐라 해도 내 취향이다.

여기서 사고는 끝난다. 상대가 어떤 논리를 들어도 먹히지 않고,

상대방과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왜 내 취향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왜 취향에 차이가 생겼나'에 관심이 없다.

모든 것은 주관적인 영역에 두리뭉실하게 남은 채로 끝나버린다.

각종 개념과 장치를 들어

논리정연하게 비평하는 수준까지는 필요없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에 대해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어째서 즐겁고 어째서 불쾌한지,

그 원리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무림사계가 정말 재밌었다. 그래서 높이 평가한 거다.

왜 나는 무림사계가 재밌을까?

어째서? 난 수백번도 더 나에게 물었다.

그냥 『내 취향이니까.』 한마디면 끝난다.

하지만 그걸론 모자라다.

내가 왜 무림사계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이 글이 얼마나 뛰어나고 재밌는지,

외치고 싶어서 좀이 쑤실 지경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이와 토론을 나누고 싶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나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독서를 하고 싶다.

그렇다면 무턱대고 '내 취향이니까 재밌어!'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하는거다. 왜 재밌는지. 어째서 좋은 글인지.

궁리하고 궁리하다보면 내가 어디서 즐거움을 느끼고,

어디서 불쾌한지 알 수 있다.

책을 가만히 읽으면서 나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찬찬히 살피는 거다.

난 석방평 이야기에서 너무나 감탄했다.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유가 나왔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조역인데도 깊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필력 때문이었다.

게다가 짧은 분량으로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으로

그의 인생을 조명해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몰두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이 좋았다고 느꼈다.

나는 서브캐릭터들이 난입해서

많은 페이지 잡아먹는 건 싫어한다.

더군다나 할머니와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또다른 석방평의 면모를 알 수 있었고,

두 노부부의 정에 감화되어 버리기도 했다.

이것은 사실 모두 내 취향이다.

다만 좀 더 자세히 들어간 것 뿐이다.

    조연에게도 쉽게 감정이입을 시켜준다

    → 더 재밌다 → 높이 평가한다.

    짧은 분량으로 효과적인 사이드스토리

    → 몰입을 깨지 않는다 → 높이 평가한다.

    할머니를 등장시켜 입체적으로 인물을 보여준다

    → 감정이입이 잘된다 → 높이 평가한다.

이런 식이다. 모두 내 주관적인 호오가 들어간 판단이다.

그러나 어쨌든 분석을 하니 단순한 취향차이가 아니라

적당한 비평이 되었다.

나는 『비판적 읽기』 를 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적 읽기라는 게 책을 삐딱선 타면서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의도를 갖고 글을 썼는지,

나는 어디서 즐거움을 얻고 어디서 슬프고

어디가 마음에 안드는지, 끊임없이 궁리하면서

독서를 하자는 의미다.

이것은 '취향차이'라는 주관의 영역을

점점 객관의 영역으로 끌어내어 준다.

좀 더 자기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나의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며,

타인과 상호발전적인 토론을 할 수 있게 되고,

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책을 볼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내 취향이니까』한마디로

끝내는것보다는 훨씬 유익하다.

난 육하원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왜(WHY)라고 생각한다.

왜? 어째서? 무슨 이유로? 어떤 연유로?

현대인은 머리 쓰기를 싫어한다.

정보량은 폭주하지, 스트레스는 쌓이지.

그럴 수록 더욱 더 『왜』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그저 휩쓸리고 흔들릴 뿐이다.

모든 장르문학의 독자들이 확고한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주체적인 독서를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1057311


Comment ' 11

  • 작성자
    데모스
    작성일
    07.08.15 01:22
    No. 1

    제가 쓴 글과 일정부분 배치되는부분이 있지만 제가 말하고자하는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뭐그걸 아시기에 이렇게 다른글로 올리셨으리라 생각되지만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08.15 01:25
    No. 2

    데모스님 글하곤 관계없습니다. 계기가 된 건 맞지만. 전부터 블로그에 올리려고 준비하던 포스팅을 지금 올린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39 킹독
    작성일
    07.08.15 08:21
    No. 3

    SanSan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요즘 글을 읽는 행태가 빨리 빨리, 쉽게가 주류같은데...(물론 이건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참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되네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면이 아니라 화면에 글을 띄우는 저도 그런 행태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합니다.
    어쨌든 이것도 하나의 문화(내지 경향)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무한의공간
    작성일
    07.08.15 11:16
    No. 4

    좋은 글이네요... 매우 공감합니다. (+_+)/
    그런데, 제 경우에는 "내 취향이니까" 라는 것도 나름대로 수긍하는 편입니다. 비판적인 자세로 글을 읽으며 독서를 하면서 끊임없이 생산적인 사고방식으로 무엇인가를 얻어내는 것이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생각을 잠시 비워두고,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며, 즐거움을 얻는 것또한 장르소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제 취향이 분명히 있는 편이라서, 그 글이 상당히 잘 쓰인 편이라도, 페이지를 넘기기 힘든 경우가 있더라구요... ;ㅁ;
    아뭏든 산산님의 의견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아마 저같은 경우의 독자도 꽤나 많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솔직히 비판적인 자세로 글읽기라는거 정말 어렵더군요.... 감상글, 비판글을 잘 적는 분들보면 정말 부럽기만 합니다. ;ㅁ;)b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7.08.15 14:10
    No. 5

    내 취향 존중 맞습니다.
    정말 동등하다고 보일, 그런 사람들이 전혀 다른 형태를 좋아하는 것 여러번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취향으로만 볼 수 없는 독자들의 수준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논단에도 쓴 이야기입니다만...
    중학생과 대학생의 시각이 같을 수는 없는 법인데
    그걸 단순히 취향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거기에 온라인 평가의 맹점이 있지요.
    디워논쟁도 그런 점들이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so***
    작성일
    07.08.15 14:36
    No. 6

    이 책은 이래서 재미없다는 말은 쉽게 말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이래서 재미있다는 말하기 쉽지 않더군요. 맘에 안 드는 부분은 집어서 말 할 수 있어도 맘에 드는 작품은 전체적으로 다 좋아서, 이 작품이 사랑스럽다거나 재미있다라는 표현 외에는 잘 생각이 안 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飛劍
    작성일
    07.08.18 14:49
    No. 7

    멋진 글입니다. WHY. 중요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소울블루
    작성일
    07.08.18 15:35
    No. 8

    석방평에 대한 언급...저랑 같이 느끼셔서 공감이 무지 가네요...
    좋은 감상도 많이 쓰시지만
    개인적으론 산산님에게 비평 권하고 싶은 책들이 아주 쌓여있답니다..
    그러나 참지요....다름아닌 산산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_-;;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08.18 19:38
    No. 9

    acquabroad님//
    문화나 경향이라기보다는 외적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책 한권당 들이는 시간이나 노력이 줄어드는 그런 상황이죠. 저도 그렇긴 합니다. 그래서 더 빨리 빨리 읽고 빨리 빨리 판단해버리는 일이 잦죠. 때문에 강렬하게 끌어들여주는 것이 프로작가에게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고.

    제 글의 요지는 자기에 대해서 좀 더 알면 알 수록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취향차이라고 해버리면 거기서 끝이니까요. 실제로는 취향차이라는 단어 뒤에 수많은 요인들이 숨어있고, 그걸 알면 알 수록 유익한 독서가 가능할 겁니다. 처음엔 힘들지 몰라도 하다보면 버릇되어서 쉽습니다. 그 후엔 자기 노력만이 남아있을 뿐이지요.


    무한의 공간님//
    제 글의 대상은 그저 '취향차이라는 이유로 모든 다른 의견을 거부하는 분들'에 대한 조언 비슷한 겁니다. 읽을 때 가볍게 읽고 가볍게 생각하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08.18 19:39
    No. 10

    금강님//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개성이 존재하니까, 분명히 개개인에게는 각자가 지닌 감성코드가 있을 겁니다. 그 부분에 속한 것은 확실히 취향차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볼 수 있어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금강님의 논단글 저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굉장히 공감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시야가 좁거나,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면 보지 못하는 것, 볼 수 없는 것, 놓친 것들이 많이 존재하겠죠. 그 이야기로 들어가면 독자의 정신적 성숙도나 소양 이야기까지 번지게 되니까 복잡한 상황이 되겠지만요.


    sofia님//
    그럴때는 작은 부분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전 라이트노벨 중에 '채운국 이야기'라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디가 어떻게 좋냐 하면 정말 다 좋습니다. 작가의 사상,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 깊디 깊은 설정, 다양한 인간군상들... 그 모든 것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켜서 놀라울 정도의 감동을 줍니다. 이런 전체적인 모습을 붓으로 표현하기는 너무 힘들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때는 작은 부분, 글을 읽다가 무심코 웃음이 나오거나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조금씩 답이 보입니다. 저는 그렇더군요. 그러한 작은 것들이 모여서 커다란 감동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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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08.18 19:39
    No. 11

    용아님//
    중요하죠. WHY의 추종자 산산이라 불러주십시오. 하핫;

    소울블루님//
    음, 사실 그런 책은 어디에나 널려있지요. 아무거나 집어들고 마음잡고 정독하면서 독설을 풀어내고자 한다면 책 한권은 풀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말씀하신대로 저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왠만한 건 미리 걸러냅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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