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소설 시장의 크기가 금강님 말씀으로는 연간 500억 규모라고 하셨는데 이는 여러가지 요건을 고려해 보았을 때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포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장르소설 시장은 철저하게 대여점 중심이다. 그리고 대여점의 주요고객이자 장르소설시장을 지배하는 주요 고객층은 10~20대초반의 남성에 한정된다. 이들의 구매력은 사실상 제로이며 그들이 지불하는 대여료는 그들의 부모님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이들이 책을 구매한다는 것은 사실상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이들이 장르소설시장에 주요 고객층이기에 장르소설시장은 자본주의 논리상 당연히 이들의 취향에 맞춘 작품들만을 출판하게 된다. 이러한 취향의 소설을 간단히 요약하면 선남선녀가 나오는 무협과 판타지등을 배경으로한 연.애.소.설이다. 장르소설이 가져야할 무협의 무의 求道나 俠의 발현, 판타지에서의 상상의 무한성과 기환성, 구성의 자유로움 등 장르소설이 순수 문학과 비견되어 가지고 있었던 근원성을 잃어버린채 배경이 되어버렸고 그 근원성을 대체하여 지극히 10~20대 남성 취향의 연애가 중심을 차지해버렸다.
물론 요즘에도 명작이라 불릴 수 있는 작품들은 많이 나온다 오히려 작품 출판수의 폭팔적 증가에 의해서 과거보다 수치적으로는 더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여점의 신간을 차지하는 것은 이미 대여점화 되어 10~20대 독자의 취향을 따라가는 소설들이다. 장르소설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뭐한 연애소설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소설의 대여점화가 장르소설의 시장에 던지는 치명적인 문제점은 좋은 작가의 선별을 지극히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대여점화된 소설들은 장르소설작가로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매우 지대한 영향을 행사했다. 그렇게 어려운 구성이나 논리구조도 필요없고, 작품을 쓰는데 철저한 고증이나 프로로서의 타인의 돈을 획득하기 위한 프로정신도 없다.
즉 단편하나 완결 시켜본적 없는 초보 작가라도 대여점화된 소설의 공식에 의해 10~20대 남성의 한정된 취향에 맞춰 소설 연재사이트에 연재하고 일정순위안에 들어가면 출판사에서 계약을 하자는 제의가 오고, 용돈이나 벌자는 심경으로 별 생각없이 출판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출판하게 된 책은 수 없이 많은 책을 내고 철저히 고증하고 단어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두꺼운 책을 구입하는 프로 작가의 책과 동일한 선상에 놓인다. 신간이라는 이름으로.
또한 책을 출간했으므로 같이 장르소설시장이라는 파이를 먹게 된다.
바로 이러한 준비안된 신규 작가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명작을 쓰는 그래서 대접받아 마땅한 작가들이 먹을 수 있는 파이의 양은 한정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신규작가들이 들이는 노력과 프로 작가들이 들이는 노력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천양지차이므로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에서 프로작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필연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에서 순이익을 늘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이다. 매출을 늘리거나,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거나
내가 보기에는 많은 작가들이 후자를 선택하는 것 같다.
비용을 줄여도 대다수의 독자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또 어려운 어휘나 난해한 논리구조들이 줄어서 논리적 개연성은 떨어지나 본연의 재미는 갖고 있기에 오히려 대여점에서는 호평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프로작가들은 고민 할 수 밖에 없고 비용을 줄이는 선택은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선택은 장르소설시장의 공멸이라는 선택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독자들은 고정적이지 않다. 해가 지날수록 10~20대의 취향을 가지고 대여점화 된 책을 즐겨보던 독자들은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하면서 그러한 취향군에서 이탈하게 된다.
또한 작가들에게 있어 장르소설시장은 생계를 책임지는 일터이지만(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으나, 프로 작가의 경우를 상정하고 이야기를 하겠다.) 독자들은 만화책, pc방, 운동 등 하나의 여가 생활의 일종일 뿐이다. 싫증나면 언제든지 단호하게 돌아 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에 대해 작가의 생계가 달려 있는 것이라고 눈물로 호소 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용을 줄이기만 해서는 재미의 질이 떨어지는 순간 혹은 다른 여가 생활이 장르소설보다 더 확실한 재미를 갖추는 순간 장르소설시장의 몰락은 굉장한 속도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장르소설시장의 독자층을 바꿀 필요가 있다.
10~20대, 그것도 남자에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를 대상으로하여 공감할 수 있고, 과거 '무협지'나 '만화책'의 위상을 지닌 여가가 아닌 성인이 즐기기에도 인정받을 수 있는 "순수문학"급의 위상으로 성장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만한 임팩트를 지닌 작품이 나와야 한다.
과거 이영도 작가님의 드래곤 라자는 '무협지' 수준이라고 천대받던 장르문학을 문학의 수준으로 올려주었다. 성인들의 한심한 여가, 오히려 만화책보다 더 낮게 취급되었던 장르소설이 떳떳이 자신의 취미라고 소개하는 힘들어도 대학 도선관에 문학책으로 입성하는 등의 결과를 드래곤 라자가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숨가쁘게 성장해왔던 장르소설시장이 다시금 '시장성'이라는 주제 앞에 흔들리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10~20대를 거치게 된다. 즉 장르소설시장에서 주요 타겟으로 잡고 집중공략하는 10~20대는 누구나 거쳐가는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의 비율로도 소수층이고, 구매력과 결부시키면 비교가 불가능하게 작은 비율이 될 것이다.
조금만 노략하면 훨씬 큰 파이를 먹을 수 있음에도 당장 눈앞의 작은 파이에만 매달려 눈조차 돌리지 않는 것이 장르소설시장의 현실이다.
물론 훨씬 큰 파이를 먹기위해서는 조건이 따른다. 이는 당연하다.
동네김밥집에서 김밥을 먹기 위해서는 반바지에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끌고 들어가도 되지만, 고급 음식점에 들어가서 우와하게 식사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테이블매너나 정갈한 복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10~20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여점의 책꽂이에 곶히기 위해서는 논리성이나 구성의 탄탄함등은 없어도 된다. 흥미를 끌 주제 하나, 말초신경을 자극할 주제하나 정도 있으면 대여점의 책꽂이에 꽂히게 된다.
그러나 30~40대를 넘어 50~60대까지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순수문학에 버금가는 논리적 구성과 주제에 대한 고증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성인들의 지갑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성인들로 하여금 장르문학소설을 읽는 것이 고작 무협지나 읽는 수준 낮은 취미로 평가되지 않고 외국번역소설(예를 들어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개미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정도의 취미로 평가 받을 수 있게하는 작품이 필요하다.
이러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소설에 가장 근접한 소설은 지금 현재로선 단연 용대운 작가님의 군림천하라고 할 수 있겠고 다른 프로작가님들의 작품들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끝으로 장르소설시장이 활성화 되기위해서는 책을 사야한다.
보통 단행본 한권에 8000원정도 한다. 8000원은 돈을 버는 직장인에게 그리 아까운 돈이 아니다. 점심한끼 혹은 친구들과 술 한잔 안하면 1주일에 8000원짜리 책 한권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책을 사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취미로 본다고 말하기에 떳떳한 책(예를 들어 인문사회계열책이나 순수문학책)은 난해하고 재미가 없다. 쉽고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책은 취미라고 떳떳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장르문학소설이 속한다고 보여진다.
그렇기에 외국 프리미엄이 붙은 번역소설책이 책판매량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난해하지도 않고, 외국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누구에게나 체면을 구기지 않고 취미라고 소개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장르문학소설의 재미라는 것은 이미 공인된 것이므로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책이 단 한권이라도 등장하여 자신있게 장르문학소설이 성인들의 고급스런(저급한의 반대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과거 '무협지'의 대비개념으로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취미로 인정될 수 있다면 장르소설시장은 아직 미개척된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을 가지고 크나큰 파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소망한다.
진정으로 장르소설 시장에 천재가 나오기를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