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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되기에 급급한. 혹은 답답한.
일본의 액션 판타지인(일단 이렇게 구체적으로 구별해 쓰겠다.) 로도스 전기가 작품으로 불릴 수 있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판이 결국 아슈람에게 검술에 지고서도 대륙의 영웅이 되는 점에 있다. 최강이 문제가 아니라, 패배로 인한 성장과 미래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액션 판타지의 가장 둔화된 문제점이 무엇일까?
바로 최고와 최강이다. 결국에 가서 그들은 1등이 되어 버린다. 현재 판타지와 무협의 모두가 우월인자가 되어야 하는 강박감을 떠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강박감이 아니라 당연함의 보편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그것은 양판소나 그것을 떠나는 포괄적인 당연함이다.) 어느 액션소설 할 것 없이 그들은 주위의 최고와 최강이 된다. ‘더 이상 글을 쓰는 이들은 패배와 승리 사이에 고민하지 않는다.’ 독자들조차 결국엔 주인공이 승리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거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단지 승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글을 진행한다. 결국 싸워서 이기며, 결국 주위의 모든 것을 정복하거나, 결국 최고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최고 최강만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소설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액션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언제나 그런 점이 아쉽다. 물론 그러한 부분이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대리만족의 한부분이란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이곳의 수많은 불평중 하나가 언제나 똑같은 소설만 보는 것을 투정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단지 그 대리만족이란 그 부분을 꼭 최고에서 얻으려 하느냐는 것이다. 패자의 영역에도 그러한 부분을 할애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것이 그 작품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결과를 가진 글이 없다는 것과, 오직 최고 밖에 없는 것이 조금 끔찍할 뿐이다. 현재 우리가 칭송하는 대부분의 명작은(문학의 포괄적인 영역으로 볼 때) 패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많다는 점을 언제나 명심하기 바란다.
위대한 혹은 제대로 된 작가일수록 수백, 수천 가지가 넘는 자기규칙과 엄격한 통제가 있다. 그들은 어느 악독한 사회주의 체제보다 엄격하고 협소한 통제의 감옥 안에서 자신의 공상을 조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쓰는 것은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필요이상의 강함은 힘의 통제가 되지 못하는 경우고, 불필요하게 과장된 설정은 규칙을 어긴 것이다. 무조건 최고의 경우역시 통제와 규칙을 정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자신의 공상을 여과 없이 풀이하지 말고, 오직 1등만이 결과가 되는 글을 표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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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자유란의 글을 몇 개 들춰 보다 생각나서 적습니다. 1등만이 그 인생의 승자를 말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가 아니라 패자와 인생의 승자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 많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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