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건설노동자
작품명 : 플레이어
출판사 : 문피아자연란
자연란의 히어로 플레이어는 재미있다. 이유는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전략적인 장치가 작품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장치는 작품의 소재적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구성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
소재의 측면에서 보면, 특정영역의 음성신호를 매개로 인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발상을 좀더 폭력적인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듣는 특정의소리 혹은 음악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기쁘거나 슬플 때 음악은 우리의 감정을 좀더 공감시켜서 우리를 환기시켜준다. 이는 어떤 소리의 반복이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그 자극에 의해서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화학적 신경조절물질이 분비된다는 과학이론을 들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는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 상식에서 좀더 환상을 더해서 음성기호가 정보의 형태로써 우리를 지배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한다. 이 공포가 바로 독자를 긴장시키고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구성적인 측면에서 플레이어는 전략적이다. 혹은 친절하다라고 할수도 있겠다.크게 두가지 갈래로 나누어진다.
첫번째로, 의문의 실험실사건(폭력적인 은폐행위로 마무리 될 듯하지만 윤기준의 친구가 살아남음으로써 앞으로의 사건을 기대하게만든다. 앞으로 발생할 사건들은 실험실사건과 인과적인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곳곳에서 일어나는 무차별적인 폭력사건(독자의 기대대로 비정상적인 실험은 결국 파탄적인 폭력의 행위로써 사회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킨다.인과적인 전개에 의해서 독자는 구체적인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탐구적인 호기심으로 몰입된다.)--->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사회 보편적인 대응으로 형사가 사건을 추리한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단지 사건을 따라갈 뿐이다.
두번째로, 의문의 실험실 사건--->윤기준에게 mp3플레이어가 배달됨---->구체적인 윤기준의 생활상 속에서, mp3플레이어에 의해서 윤기준은 폭력적으로 변함(위의 첫번째갈래를 여기서 구체적으로 소개함으로써 두사건이 언젠가 한 갈래로 합일될 것임을 암시함. 이러한 큰 갈래의 두가지 구성이 인과적으로 연결됨)
이와같이, 사건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이유는 플레이어라는 작품이 매우 전략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장점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굳이 추리물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전략적인 구성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도를 상승시킬 것이기에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흥미롭다. 갈등을 얼마나 증폭시키고 폭발할 듯한 긴장감을 조성한 후 해결은 어떻게 될지 말이다. 아마도 플레이어는 카타르시스를 의외성에 두는 것 같다. 누가 연주자이고 누가 배우인가 이것이 작가의 무기인 것 같다.
1.정보화시대에는 권력 또한 정보의 형태로 우리를 지배한다.
정보화 시대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답할려니 막연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까 아니면 정보가 중요한 시대를 의미하는 것일까.이러한 막연한 대답이 "정보화 시대"라는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보화시대"라는 이 텍스트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플레이어라는 작품 속에 존재하는 윤기준은 mp3플레이어를 통한 소리정보에 의해서 지배된다.mp3장치는 메모리칩과 연산자로 구성된 컴퓨터혁명의 산물이다. mp3는 인터넷과 연계된 음악파일의 일종이다.윤기준은 mp3와 특정영역의 왜곡된 소리정보에 의해서 조정되는 배우이다.
작품 속의 윤기준처럼 우리들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인터넷이 우리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그 속의 정보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찾는것인가 아니면 정보의 흐름 속에 우리 자신이 노출된 것인가.우리는 연주자인가 배우인가?.
"가시적인 정치권력이 지배하던 1980년대와는 달리,1990년대 이후에는 비가시적인 초국가적권력, 곧 막강한 자본주의에 의해 조종되는 권력이 한국사회를 지배한다. 그것은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음흉스러운 형태로 사회를 통제한다. 이전에는 뚜렷하게 보이는 총칼로 사회를 통제했다면,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지배세력은 자신의 실체를 철저히 감춘 채 각종 정보 메커니즘으로 모든 것을 통제한다." <형식의 운명 운명의형식,30page,문흥술,역락출판사>
그렇다. 정보화 시대라는 텍스트가 내포하는 의미는 단순히 정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는 시대를 의미한다.정보의 정확성 신속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정보의 전달성 정보의 명확성이 정보의 왜곡과 뒤틀림과 투쟁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것이 정치판이든 경제판이든 문학판이든 말이다.
2.연주자 혹은 배우
플레이어의 서장 intro track에서 젊은 장교의 전화에 묵묵부답하는 장군의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군대 권력의 정상에 자리잡은 장군은 정보권력의 배후를 상징하는 듯 보인다. 물론 필자가 오바하는 면이 있는 해석이지만(작가의 의도야 어떻든 감상은 독자의 고유영역이기에), 드러나지 않은 연주자인 장군은 젊은 장교의 전화에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은 채 3분 후 기지를 폭파해 버린다. 젊은 장교 즉 배우는 버림받았던 것이다. 버림받은 자는 슬프다. 그래서 분노하고 복수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연주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윤기준에게 mp3플레이어를 선물한다. 윤기준은 직장에서 어처구니 없고 무능력한 직장상사의 밑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물이다. 문팀장은(작품속에서 부장으로 칭해지기도해서 조금 헷갈린다. 부장이란 부서장을 의미하는데 팀장과는 분명히 다른 직함이다.) 어설픈 연주자다. 자신의 무능력함을 깨닫지 못하고 부하직원을 이용할 줄 모른다. 전문분야에 대한 실력이 없으면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조직력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말이다. 유능한 부하직원의 성과는 바로 자신의 성과가 아니겠는가?그는 이러한 보배같은 부하직원을 장군과 마찬가지로 폭파해버린다.치사한 고자질로 말이다. 윤기준과 김대리는 이러한 어설픈 연주자에 희생되는 배우다. 해고되고 폭행당하는 배우는 슬프다. 그래서 윤기준은 젊은 장교처럼 복수하는 것이다. 배우가 이제는 복수의 연주자가 되는 것이다.
플레이어에는 폭력이 존재한다. 묻지마 폭력과 협객의 폭력이 존재한다.똑같은 소리정보에 의해서 조종되는데도, 클럽에서 들었던 사람들은 묻지마 폭력을 윤기준은 협객의 폭력을 저지른다. 이러한 차이점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소리정보가 단순히 폭력을 조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개개인의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려서 행동으로 표출시키는 것인지 궁금하다. 전자라면, 묻지마 폭력과 윤기준의 폭력의 차이점을 설명하기에 부족하고, 후자라면 개개인의 무의식의 세계가 동일하지 않기에 표출되는 행동 또한 일률적인 폭력만이 아닌 다양한 행동으로 표출되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묻지마폭력과 협객의 폭력 이 양자의 차이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마도 사건이 좀 더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듯하다.
플레이어라는 작품의 전개가 아직 초반이고 드러난 것이 적음에도 이렇게 비평이랍시고 끄적거리는 것은 비평이라고해서 꼭 비판만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비평도 작품을 소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그러나 비판도 하고싶다. 분량이 많아서 작가분이 실수하기를 기다린다. 그 때를 분명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