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방랑객 -당문지화-
작가 : 불타는 펜촉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읽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재미가 없어서, 문장력이 형편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무협이란 배경을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나간 탓에 수도 없이 많은 한자어와 그 옆에 괄호로 붙여 넣은 한자들이 읽는 것을 수도 없이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중국에서 진짜로 사용했을 것 같은 생소한 한자어들은 무협을 그려내는데 큰 몫을 해냅니다. 식당 안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장면조차 그 현장을 진짜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허나, 지나치게 많은 괄호의 사용 탓에 가독성이 심하게 나쁩니다. 그리고 과연 한자로 한자어를 표현했다 해도 얼마나 많은 독자들을 그것을 읽고 해석할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을 때 나오는 어려운 단어들은 전체적인 문맥을 파악하면 정확한 의미를 몰라도 대충 이애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저라면 가독성에 방해되는 괄호를 모두 삭제하고 글 마지막에 주석을 달겠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내뱉으며 대화하고 생각하는 것을 써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현대어가 단 한 단어라도 쓰이면 마법처럼 느껴졌던 현장감이 단숨에 박살나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방랑자는 이 부분을 잘 해냈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고생하며 글을 쓰는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허나, 문장력이 아주 약간 미흡합니다. 1인칭 시점에서 쓰이지 말아야 할 금기인 ‘나는’이 무분별하게 여기저기 배치 될 때가 있어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한자어 문제와 맞물려 읽기 불편할 정도의 수준까지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랑객의 1화를 읽으면서 이 작품은 재미있겠구나 확신했습니다.
어디서 유행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1화 = 프롤로그 = 배경설명.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상당합니다. 허나 1화는 이야기의 시작이어야 합니다. 방랑객은 1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재미와 집중도 둘 다 사로잡는데 성공했습니다.
방랑객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주인공 적리추는 객잔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중입니다. 그 때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고 이들을 자신을 쫓는 추격자로 오인하여 한바탕 검격을 나눕니다. 하지만 이들은 주인공을 쫓는 자들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자들이었고, 그들에게 포박 당한 주인공은 묘한 제안을 받게 됩니다.
방랑객의 장르는 하드보일드 스릴러입니다. 뭔가 어둡고 비밀스런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두뇌와 무공 실력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타인의 부탁을 듣고 어떤 인물을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보통 무협이라 하면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고 문파와 문파 사이에 끼이어 사건, 사고를 만나는 그렇고 그런 전개 일색입니다만, 방랑객은 무협의 배경을 빌렸을 뿐이지 엄연한 작가 본연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야기의 강약, 플롯, 등장민물의 균형감이 매우 좋은 작품입니다. 역동적인 사건과 정적인 사건이 좋은 타이밍으로 일어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추리 파트 부분이 약합니다. 자세히 말하면 추리 파트 때의 대화 부분이 엄청나게 지루합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주인공인 적리추가 주도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장면들인데, 주인공의 성격과 말투가 워낙 밋밋하고 내용도 고리타분해서 무슨 강의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주인공을 바꿀 수는 없으니 대화를 하는 상대역으로 누구를 고르고 어떻게 대화하면 더 대화를 재미있을 게 표현 할 수 있을지 고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독성, 아니 여기서는 접근성이란 단어라 어울릴 거 같습니다. 접근성만 높았다면 정말 즐길 수 있을 소설이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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