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도해 고대 로마군 무기∙방어구∙전술
작가 :
출판사 : AK 트리비아
서점에서 구입해 읽어보고 이런 저런 글을 씁니다. 일전에 이벤트 상품으로 올라왔던 책이라 관심 가지시는 분도 계실 듯 하고요. 그럼 본격적으로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1. 내용 구성: 로마군의 무기와 구성, 전술, 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
내용 구성에 대한 소감을 말하자면 ‘정직한 제목, 알찬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사기 전부터 로마 역사 자료를 모아왔는데, 이 책은 그 역사 자료 중에서 전쟁에 관련된 정보들을 싹 끌어 모아 만든 물건 같아보이더군요.
특히 무기, 방어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딱 맞는 책입니다. 모든 무기 설명은 1장 분량으로 요약돼 있는데, 세밀한 일러스트에 자세한 설명, 재원, 용도 등 어지간한 것은 다 갖춰져 있습니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우리나라 말로 번역 가능한 무기들(특히 공성병기들)은 라틴어로 어떻게 표기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정도?
물론 무기 재원만큼이나 중요한 운용법 설명이 ‘용도 설명’ 수준으로 간략하게 표현된 감은 있습니다만.... 롱소드 검술과 달리 로마군의 무기 사용 교리는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무기 설명편. 1쪽에서는 역사, 용도, 재원 등을, 2쪽에 일러스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기, 중량도 명시돼 있습니다. 글 쓰는 분들이 디테일하게 로마군 무기를 표현할 때는 아주 도움이 될 듯 하네요.
적군 정보도 간략하게 잘 설명돼 있고요. 로마 대체 역사물을 쓰시기에는 부족하겠지만, 로마와 경쟁국들을 롤모델로 삼은 판타지 소설을 쓰는 데에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무기 파트가 끝난 뒤에는 로마군의 병과, 로마군의 적, 로마군이 적을 격파할 때 사용한 전술 등을 설명하는 파트가 이어집니다. 단순히 로마군들이 어떤 무기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이 무기를 어떤 병사들이 썼는지, 로마가 어떻게 승리르 했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설명도 포함돼 있는 셈이죠.
여튼 구성 하나만큼은 어디 하나 안 빠집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내용을 이해하면 로마군 병사 1인 묘사는 물론, 전투씬 묘사도 자신있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2. 일러스트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책
구성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 책의 장점을 이야기해보죠. 일단 일러스트가 ‘끝내줍니다’. 무기의 생김새를 꽤나 잘 묘사했거든요.
겸사겸사 설명도 포함돼 있어서 ‘이 무기가 어떤 용도를 달성하기 위해 이런 모양이 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얻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군단 구성, 숙영지 구조, 주요 전술들도 도식으로 간단하게 잘 표현했습니다. 글로 풀면 꽤나 복잡해질 법한 것들을 아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합니다.
3. 단점은? 깊지 못했던 전술 설명 (실제 역사 탓도 있지만)
뭐... 고대 전사 특성 상 전술이 비교적 단순했다는 문제가 있어 어쩔 수 없었긴 했겠죠. (실제로 고대-현대 전술서적들 상당수가 칸나에 전투를 의무적으로 설명하고 나머지 1~2전투만 더 소개하고 로마 시대 전술 파트를 끝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록도 한정돼 있었을 테고.
허나 이 책은 적을 기준으로 전술을 분류하다 보니... 전술의 발전 양상을 살펴보기 편한 ‘시대별 분류법’, 병과의 구체적인 운용법을 살펴보기 좋은 ‘주로 활약한 병과를 기준삼은 분류법’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병과를 동원해 승리를 거두는 소설을 써야 하는 분에게는 의외로 참조할 전술이 적게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기병에 대한 설명을 기대했던 분에게는 애도를 표합니다. 살펴보면 적 기병을 격파한 뒤 우회 공격을 한다는 설명과 도식만 줄기차게 반복될 겁니다. (....)
다시 말해 무슨 무기가 있고 어떤 병사들이 그 무기를 사용했는지까지 기가 막히게 잘 설명돼 있는데, 그 무기를 이용해서 혹은 특정 무기를 든 병사를 사용해서 어떻게 이겼다까지 책이 설명해주리라고 기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뭐 이건 책을 못 써서 생긴 문제라기보다 역사적 조건 때문에 부득이하게 생긴 문제에 좀 더 가깝지만. -_-)a
결론. 단시간 내로 로마군 관련 정보를 얻고 싶다면 강추, 하지만 다른 시대에까지 응용하기 위한 자료로는 비추.
결론을 정리하자면 ‘짧은 시간을 투자해 로마군을 알아보는 데에는 굉장히 효율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마군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순수한 흥미를 만족하는 데에도 도움이 돼고, 로마군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단, “나는 어차피 중세 판타지 쓸 건데 그냥 참고해야지~”하는 분은 재미있는 정보를 얻는 데에는 도움을 얻을지라도 쓸만한 정보는 의외로 많이 못 건질 겁니다. 시대 차이가 너무 나거든요.
더군다나 승패를 좌우하는 병과도 달랐고요. 로마군은 중보병을 죽어라 활용해 먹었지만, 중세는 보병의 대열을 흐트러놓는 데에 적격인 기병이 큰 기여를 해줬고.. 애초부터 로마군 관련 정보는다른 시대상의 이야기를 쓰는 데에는 호환성이 떨어집니다. 포위 전술의 핵심이 잘 드러난 ‘칸나에 전투’ 말고는요.
물론 이 책을 사실 분들은 자기 용도에 맞춰 구매 의사를 결정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노파심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책을 보고 중세 판타지를 쓰기보다 기사나 십자군 전쟁, 란츠 크네히트 관련 자료들을 찾는 편이 훨씬 속 시원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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