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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
17.03.01 14:51
조회
1,153

제목 : 살아남아라.

작가 : 넥센히어로.

출판사 : 장차 있기를 바랍니다.

 

 

 

들어가기 앞서 우선 완결 축하드립니다.

뿌듯하고, 또한 불안하며, 즐거울 것이며, 한편 아쉬울 것입니다.

모든 것이 미래를 위한 기름진 토양이 될 겁니다.

 

 

멀지 않은 과거에 한 번 말한 적이 있지만, 비평은 언제나 주관적입니다.

객관성이란 것은, 의견의 형태로 제시된 여러 주관 중에서 최대 다수가 과학적, 논리적 공감을 표하는 곳에서 비로소 합치되고 발견됩니다.

그러니 여러 주관 중에 하나에 불과한 제 말은 물론 제 기준에서는 옳지만, 또한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작가님은 무시하셔도, 만약 필요한 것을 발견하면 취하시면 됩니다.

 

저는 누군가를 쉬이 물어뜯는 사람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조금 물어뜯겠습니다. 왜냐, 이래저래 읽어본 바 이것은 제게도 들려주고픈 이야기이기도 하니, 자아비판하듯 살벌하게요.

 

0. 기본 세계관.


물론 디스토피아입니다. 국가는 파괴되어 본래의 기능을 잃었고, 다치고 헐벗고 굶주린 민중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합집산을 계속하며, 그 와중에 다시금 주도권을 쥐고 싶은 이는 그 민중을 이용하여 세력을 구성하며, 설령 그 세력이 자신에게 맞지 않더라도 민중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에 몸담고 살아가며 이용당합니다.

 

이 여러 세력 중 주인공이 몸담은 조직이 타 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합니다. 이 모든 것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클리세적 요소라고나 할까요.


그럼 일단 미리 질러놓는 총평은...


읽는 내내, 저는 심한 멀미를 느꼈습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버스에, 저는 아는 이 하나 없이 혼자 타고 있으며, 기사양반은 지나친 급제동과 급가속을 반복하고, 무엇보다 종착지가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이 맞는지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 시간 변화가 너무 심합니다.

 

일단 2화를 봤던 순간, 멀미부터 느껴집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주 배경이 되는 시간대는, 즉 독자가 현재로 느끼는 때는 2035년입니다. 그 외에 언급된 해가 2027. 대한민국을 비롯해 세계가 대충 멸망한 시간이죠. 또한 2021년이 있는데 이는 후에 나오는 변형전염병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진 해입니다.

 

2화에서의 이야기는 일단 2027년에서 시작, 2035년으로 옮아갔다가 이번에는 2021년으로, 그리고 다시 2035년으로 돌아옵니다. 불과 126천여 자, 그것도 대화가 대부분인 진행에서 3번이나, 또한 사실상 무작위로 타임 리프를 뛰었습니다.

 

인칭 자체는 전지적 관찰자로 동일하지만 모두가 당장은 연속성이 없는, 시간과 장소와 인물이 모두 다른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이며, 또한 그 나열 자체도 과거에서 미래로 자연히 흘러가는, 그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서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시간2035년에서 과거로 한 번 갔다가 다시 현실로, 이번에는 갔다 온 과거보다 더 멀리 갔다 다시 돌아옵니다.

 

.....이게 너무 힘듭니다. 대부분의 독자가 멍청하진 않습니다만,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서로 다른 사건이 일관된 순서 없이 섞여 있으면 2화라는, 통상적으로 작가가 독자에게 주인공의 특징이나 소설의 배경을 파악시켜줘야 할 중요한 파트에서 독자가 너무 헷갈립니다.


이 문제는 소설 대부분의 화에 걸려 있습니다. 왔다 갔다 하지 않는 화를 찾기가 힘듭니다. 툭하면 다른 장면이나 동떨어진 과거로 가고, 사전 배경 없이 연도만 적어놓은 단편적인 장면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훌쩍 현실로 돌아오지요.

 

2. 꼭 필요한 설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평을 보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단은 제가 파악한 등장 세력 및 현실에 대비되는 구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군 세력)

푸른 깃발 : 주인공이 몸담고 있는 조직입니다. 공리주의적 진보성향입니다. 일단은...


(적대세력)

새로운 세계 : 주군 이란 사람이 보스입니다.(아마 모델은 박X...읍읍!). 현실에서는 이른바 꼴보수 그 중 친박 및 현 대통령 옹호세력이 되겠네요. 주인공의 최대 적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세력입니다.

바른 조직 : 구 꼴보수 중 새로운세계에서 분리된 지역. 현실에서는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한 바른 정당이군요. 그래도 걸레는 빨아도 걸레인 셈이지요., 별 비중은 없습니다. 적대 세력 버프 정도?

민중주체의 힘 : 종북좌파에 해당됩니다. 세상이 엿된 모든 책임은 꼴보수에 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와 별 대책 없이 맞붙다 갈려나갑니다. 얘들도 뭐...

이갈리아 : 극페미니스트인 메갈리아 및 워마드 기반. 개판된 세상에서 실제로는 가장 연약할 여자들이 잘도 조직화 및 소속 남자들의 노예화에 성공했습니다. 세상의 개판 원인을 한남충에 두고 있습니다. 못생긴 뚱녀가 대장입니다. 역시 최종전을 위한 버프 세력,

빡빡이들 : 염불을 외우면서 사람 대갈통을 내려치는, 피로 세상을 정화한다는 종교꼴통들입니다. 이갈리아와 연합하여 대불제국이란 걸 만듭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생존의 미명 하에 제어할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인 이 적대세력들은, 작가님의 현실관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작가님이 바로 지금 적대하는 현실세력의 풍자, 또는 비틀어놓은 그 표상인 셈이지요. 마음 어딘가에서 이런 바보들이 사라지길 원하며, 바른 세상을 위해 소설 속에서나마 꺾어야 할 대상입니다.


이런 조직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세상이 맛이 가면 벼라별 것이 다 생길 수도 있지요. 현실이 소설에 과연 공정하고 바르게 투영되었는가, 작가님의 현실관 역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시야가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위에 나열한 사실관계는 말입니다, 제가 전 화를 다 읽고 나서, 어떤 것은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정체를 파악한 것이 적지 않았던 겁니다.

많지도 않습니다. 단 두 줄 혹은 세 줄의 문장으로 전지적 시점에서 이 단체들을 한번만 정의해줬다면, 읽기가 훨씬 편했을 겁니다. 결국 저는 이들의 말과 행동, 등장인물의 증언으로 성향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등장세력의 이해를 떨어뜨려 얘가 지금 싸우고 있는 애들이 대체 뭐하는 누구냐 라는 의문을 연달아 해야 했던 탓에 막상 가장 중요할 위기감도, 진행에서의 속도감도 매우 떨어진 상태에서 정독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위에서 세계가 대충 멸망했다고 언급했지요? 질병도.. 대체 왜 그랬는지,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이 너무 없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얘가 누구인지, 뭐하다 온 인간인지, 이걸 그저 몇 가지 회상씬으로 거의 다 때우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넘어가고, 금방 사라지고, 뭐하다 온 건지 나중에 등장하고 다시 사라집니다. 단역뿐만 아니라 제법 비중 있는 애들도 그렇습니다.

, 애들이 이름은 있는데 얼굴이 없습니다.

사진이 아니라 명부만 있으니 다음에 봐도 기억을 잘 못합니다.


3. 덕분에 구성이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말이지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순서를 따라줘야 원활한 이해를 돕습니다. 다행히 이 소설은 기승전결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발단-위기-전개-새로운 발단-전개-위기 없이 절정-결말-새로운 발단... 이런 식의 구성이 너무 자주 보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아도 시공이 왔다갔다 하는데 파트마다 새로운 조직이 나타나서 주인공과 싸우고, 그 싸움의 결과가 어찌 진행되기도 전에(결판이 아닙니다!) 다른 조직이 또 나타나서 깽판을 부리는 모습을 보여 앞으로 거기와도 싸워야 할 것 같고... 그 와중에 주인공의 회상은 군데군데 삽입되어 학창 시절과 군대, 고척 야구돔... 참 여러군데 날아가고...


4. 문장이 좀 쌉니다.


여기서 싸다는 것의 반대는 비싸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체란 것은 작가의 성향에 따라 가볍거나 무겁거나, 화려하거나 간결하거나, 정중하거나 비속을 섞거나, 그렇게 갈라집니다. 작가님의 문체는 가볍고, 간결하고, 비속형입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싸다고 평하는 이유는, 문장을 구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화 비중이 90%가 넘는 소설이 필요한 설명마저 짧거나 없어 다소 불친절하다 느끼는데 말이죠.

 

다시 말하자면 재료 하나하나는 문제가 없을 수 있겠으나 건더기 스프가 빠진 신라면, 패티는 있는데 피클이 빠진 기본 햄버거, 후추는 쳤는데 소금을 치지 않고 구운 스테이크처럼 필요한 재료와 순서가 빠진 탓에 전체적인 맛과 식감이 무너진 요리에 비할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15화 볼께요.


----------------------------

 뒤에서 어흥 소리가 들렸다. 백호랑이였다. 아무래도 동물원에 있다가 전쟁의 혼란 틈에 풀려나와 야생화된 것 같았다.

 백호랑이가 이재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백호랑이의 이빨에서 인간 피 냄새가 진동했다.

이럴수가...”

이재철이 급히 엑셀을 밟고 도망가자 백호랑이는 이내 쫓기를 중단하고 다른 곳으로 튀었다.

 

여기가... 어디더라...” 

이재철은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몇 명의 개들이 으르렁하고 짖어댔다.

이런 제기랄!”

개들은 침을 흘려대며 마구 짖어대었고, 급기야 이재철에게 달려들기 사작했다. 이재철은 개들이 몰려오자 시동을 키기 시작했다.

제발! 왜 안되는 거지!”

개들이 코앞에 달려오는 순간, 이재철은 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다.

... 광견병 걸린 개들까지. ...하긴 뭐 세상이 이러니...”

 

-------------------


여기까지... 일단 각 파트별로 보겠습니다.

 

뒤에서 어흥 소리가 들렸다. 백호랑이였다. 아무래도 동물원에 있다가 전쟁의 혼란 틈에 풀려나와 야생화된 것 같았다.

백호랑이가 이재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백호랑이의 이빨에서 인간 피 냄새가 진동했다.

이럴수가...”

이재철이 급히 엑셀을 밟고 도망가자 백호랑이는 이내 쫓기를 중단하고 다른 곳으로 튀었다.


길지도 않는 문단에 백호랑이4번이나 언급됩니다. 반복은 좋지 않아요.

또한 문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수식어는 거의 없이, 호랑이는 그냥 달려들고 재철은 그냥 도망칩니다. 이래서는 독자가 위기 라고 인식하고 몰입하기 힘들지요.

, 하나하나 세세히 따지자면,

 

- 어흥 소리가 호랑이의 색깔까지 바로 인식시켜 주지는 않습니다. 

- 그 입의 피냄새를 직접 맡을 정도면 이미 지근거리입니다. 보통은 죽습니다.

- 통상의 오토바이는 엑셀을 밟지 않습니다. 밟는 기종일지도 모르지만요.

- 결정적으로 호랑이는 포효 없이 접근, 순식간에 사냥감을 덮칩니다., 동물원에 오래 살다보면 야생의 본능을 잊어 그럴 수도 있겠지요.

- 기세 좋게 덮친 것 치고는 호랑이가 근성이 없군요... 덕분에 위기는 아주 짧게 사라집니다.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제 까칠함이니 양해 바랍니다.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은 어디까지나 제 식대로 원문을 퇴고한 겁니다.


뒤통수 너머 부지불식, 어흥 짐승의 포효가 들렸다. 깜짝 놀란 이재철이 돌아보니, 믿을 수 없게도 멀리 수풀에서 흰 호랑이가 뛰어나온다. 아마 전장의 혼란 속에 탈주했을 녀석일까.

다가오는 방향은 명백히 이쪽, 그 질주는 지극히 역동적이면서도 민첩하다. 백호의 벌린 주둥이는 위험한 살기를 품어, 갑자기 피냄새가 확 풍기는 착각마저 든다.

 이런 제기랄...!”

기겁한 그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포식자에게는 불운이겠지만 그에게는 다행히도, 인간을 쉬이 찢을 맹수의 이빨과 발톱은 아슬아슬하게 닿지 못했다. 녀석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잠시 추적했지만, 재철이 속도를 더 높여 거리를 벌리자 마침내 포기했다. 아깝게 먹이를 놓친 불편한 포효가 인적 없는 주변에 메아리쳤다.


...3배로 길어졌음은 제 역량 탓입니다. 제가 싸구려가 아니란 이야기도 아닙니다. 사실은 맛을 너무 추가한 문장입니다. 다만 양념이 너무 부족하면, 장식 하나 없다면 이 음식은 길거리표이며 당연히 싸다는 인상을 주기 쉬움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파트. 호랑이라는 거대한 위협에 갓 도망친 이재철이,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태연히 멈춰서 지도를 펼치고 있습니다. 도중 과정, 특히 감정의 변화가 통생략된 탓에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기 힘듭니다. 제 식대로라면 세줄 정도 덧붙일 겁니다.

 

간신히 도망친 재철은 놀란 가슴을 억지로 쓸어내렸다. 그야말로 천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신없이 도망친 덕에 대신 길을 잃고 말았다. ”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 위기를 만드는 과정이 부족하고, 또한 너무 쉽게 해소됩니다.


(*이건 뚜렷이 취향 문제이니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생존... 이라는 과제. 즉 먹고 입고 자는 문제가 가장 두드러질 이 막장 세상에서,

각 세력이 싸우는 이유는 아마 상대 세력의 말살을 통한 소유물의 독점 이겠지요.

좌빨이나 한남충 운운처럼, 다소 배부른 시대에 가능한 성향이나 이념 문제일 수도 있겠지요.

인간은 정치적 동물, 나름의 이유로 움직입니다. 이는 광신 집단도 예외는 아닙니다.

싸우는 이유 정도는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말이죠, 코에이 삼국지 식으로 보자면,

전술맵은 있는데 전략맵이 없습니다.

이 싸움을 이기고 무엇을 얻으며 다음에 누굴 치고 어떻게 싸울 것인지,

그런 전략적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전술 부분에서도,

 우르르 몰려가 와당탕 싸우고 빵야빵야 하다 주인공이 이깁니다.

 획기적인 수단으로는 이불’ ‘어떻게든 개발되었다는 무기’ ‘어째서인지 성공한 후방기습입니다. 그 외에는 제가 놓친 게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축구는 22인이 경기하다 마지막은 독일이 이기는 거랍디다만...

 그렇게 제가 위기를 느껴야 할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는 이야깁니다.

 

간단히 9화 볼까요?

사람을 몇 명이나 잔혹하게 죽이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간보스.

남들은 총 들고 싸우는데 철퇴를 들고 결투에 임한 자신만만 이 떡대가 대체 뭘로 죽었냐면,

 ...갑자기 나타난 아군의 총탄 4발입니다.

 그리고 포로들은 살아난 감격의 눈물을 흘리죠.

 이 모든 것이 단 1, 그 중 2천자 안에 끝나버렸고,

 ...저는 이 녀석과 지나가는 적군 병사 A'와의 존재감 차이를 구분하기 힘듭니다.


16~17 싸움 파트.

밀리던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기습 딱 이거 하나 뿐입니다.

 물론 전술적으로는 가능해요. 대부분의 전투, 그 승패는 한 순간에 결정나지요.

 하지만 소설적 재미를 위해서는 이른바 밀당이 필요합니다.

 사전 포석, 뜻하지 않는 위기, 기적 같은 구원이나 계책, 기회가 된 위기 등등...

 하염없이 밀리다가 후방 기습 한 방으로 결정났다. ...다소 밋밋하잖아요.

 싸우고, 이기는 과정은 필수겠지요. 하지만 너무 간략하고, 또한 쉽습니다.

 차라리 먼치킨 주인공이 타이밍 좋게 나타나는 편이 쾌감이 있습니다.


6.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쓰다 보니 추천란에 하나 올라와있는데, 그분께서는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으로, 작가님이 제안하신 평범하게 살아라 라는 메시지를 읽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모자란 저는 하나 묻고 싶습니다.

“...어디가 평범해요?”


불리한 싸움을 이겼고, 말없이 사라졌습니다.

 이건 영웅의 흔적입니다. 아군의 주력은 영웅이에요.

 이 소설에서는 광신도와 그에 맞서 싸운 소수의 영웅이 있지,

 권력과 학정에 시달리다 스스로 저항하는 평범한 민초는 찾기 힘듭니다.

 

그러니 어디가 평범한 건지,

그 평범함이 어떻게 광신을 물리쳤는지, 저는 쉬이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기고도 무언가를 탐하지 않으면 평범인가요? 저는 그 반대라고 봅니다.

동료 앞에서 멋지게 사라지면 평범인가요? 저 같으면 남아서 다음의 생존을 같이 고민합니다.


...저는 메시지 수용에 실패해버렸습니다. 다른 분들은 아니길 바랍니다.

 

 

7. 마치며.


이 소설은 시간. 공간, 그리고 구성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쓰는 동안 추천란까지 올라온 작품을 너무 까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기에, 장점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그것은 오바질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실패한 수많은 작품들과는 달리, 딱 작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끝낸(비록 제게 전달함은 실패했어도), 그리고 의욕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작가 본인이 즐겁게 쓴 이야기는 반드시 발전합니다. 빠르든 느리든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생각난 조언을 몇 가지 드릴까 합니다.


- 설정집과 작품 청사진을 만드세요. 반드시 글로. 언제든지 옆에 두고.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 문장, 이 설정, 이 인물이 어디에 들어갈지 미리 짜놓지 않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걸 나중에 추가하다 보니 필요한 것을 빼먹거나 불필요한 것이 들어가고 생략 역시 발생하기 쉽습니다.

 

즉흥 집필은 생동감을 주나 치밀함은 떨어뜨립니다. 그 반대라면 너무 졸립겠죠. 양자의 균형을 잡는 작업은 장기적으로 손해가 아닐 겁니다.

 

 - 소설의 기본 틀을 되도록 준수하시고 개인의 맛, 이 작가의 색을 추가해주세요.

 

장르소설은 어쩌면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그리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고, 고급지진 않지만 나름의 맛을 항상 보장하며, 이미 그 맛을 알고 있어도 다음에 또 찾게 되지요.

하지만 엄연히 정해진 레시피를 심하게 어긴다면, 면은 불고, 국물 스프는 간이 모자라며, 건더기가 빠진 데다 식어버린 라면이 쉬이 됩니다.

이러면 기본적인 맛도 떨어져요.

 또한 우수한 요리사는 같은 라면을 갖고도 스프를 덜 넣는다든가, 면을 미리 데친다든가, 파를 좀 썰어 넣거나 계란 흰자나 된장을 추가한다든가. 그렇게 자신만의 맛을 내어줍니다.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딱히 문장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게 내 글이다 그렇게 자신의 맛을 글에 남겨보는 것은 인스턴트조차 맛집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 독자의 입장에서 한 번 봐 주세요.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전혀 무지하다, 그렇게 한 번 가정하고 본인의 작품을 정독해보면...? 저는 나름 깨달은바가 없진 않았습니다.

 

- 정말 마지막으로 개인적 이야기입니다만...


물론 현세에는 실망의 요소가 많고 부조리도 많습니다. 그 원인으로서 사람들은 악당, 악의 세력, 인간의 욕심 등등을 들곤 하죠. 즉 뚜렷하게 표면화된 악을 정형적으로 상정하며, 그를 미워하는 것으로 보다 편하고 쉽게 정의를 논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악은 보다 평범하고, 광범위하며, 부정형입니다.

익히 알려진 악의 평범성입니다.

 ...지금 어떤 아버지는 태극기를 들고 다시 그 아들은 촛불을 듭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이 부자는, 평소에 술 한잔에 애정을 담곤 하는 평범한 부자입니다.

악인이다, 선인이다, 불의한 자다, 정의로운자다.

딱 짚어 이 사람들, 그 속성을 단정지을 수 있을까요?

 

글 군데군데에서 현실 세태에 대한 작가님의 분노와, 그에게서 파생된 등장인물과 세력을 자주 보았습니다. 하지만 꼴보수, 종북, 메갈년... 그렇게 악과 원인을 정형화하는 작업은, 그저 그 행위의 비판과 수정 요청, 열린 토론보다는 가치가 못한 일이라고,

그렇게 저는 생각합니다. 너무 유한 방식일지도 모르지만요.

 

첫 완결작에 제가 찬물을 끼얹은 판이군요.

하지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부 버리셔도 무방한 비평입니다.

모든 것은 제 주관이니까요. 객관성 따윈 저어어언혀 없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도 덧붙입니다.

 

긴 글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필 바랍니다.


Comment ' 4

  • 작성자
    Lv.2 암흑군주
    작성일
    17.03.01 15:26
    No. 1

    솔직히 자칭 '태극기집회'와 그 세력을 까는 소설을 보고 추천을 했지만 단점도 많은 소설이죠. 그럼에도 좀만 다듬으면 괜찮은 현실풍자물 같은데. 안타까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03.01 16:56
    No. 2

    이정도면 전혀 안속상해요. 정말 좋은 비평입니다. 역시 비평은 받아봐야 제가 뭐가 모자른지 딱 느끼게 되죠.
    속상해도 괜찮냐고 물어서 전 "이것도 소설이라고 썻냐 븅x아" 소리라도 하실 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이블바론
    작성일
    17.03.02 15:19
    No. 3

    비평 엄청잘쓰셨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라우(RAU)
    작성일
    17.03.17 04:50
    No. 4

    틀린 말씀은 아닌데, 확실히 예문에 맛을 너무 추가하신 것 같긴 하네요.
    아깝게 먹이를 놓친 불편한 포효...

    뭘 말씀하시려는 진 알겠어요.
    그러니까 원문이 '상황은 이해가 되는데 너무 느낌이 없으니까 예문처럼 맛을 추가해라' 하신 거잖아요?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게 있다면 추가해주신 문장에도 비문이 조금 많이 보인다는 것이랄까요.

    [뒤통수 너머 부지불식, 어흥 짐승의 포효가 들렸다.]
    먼저 이 문장에서도 '부지불식'이란 단어가 뜬금없이 들어가 있어요. 뭘 말씀하려는 건지는 알겠어요. 갑자기 호랑이가 뛰쳐나왔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이 단어는 저렇게 들어가는 단어가 아니에요. 감탄사도 아니고요.

    [믿을 수 없게도 멀리 수풀에서 흰 호랑이가 뛰어나온다.]
    일단, '믿을 수 없게도' 이런 표현이 쓰이면 시점이 흔들릴 수가 있어요.
    정확히 원문이 작가 관찰자 시점으로 쓰는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는 지는 모르겠지만, '믿을 수 없게도' 이런 건 주인공의 심리잖아요?
    정확히는 '재철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라는 식으로 써야 맞겠지요.
    애초에 '믿을 수 없게도' 처럼 단정 짓는 표현이 많이 나오면 오히려 상상력을 저해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음으로는, 시제 문제.
    전체적인 글의 시간 흐름 상, '뛰어나온다'가 아니라 '뛰어나왔다'가 맞고, 그 뒤에도 '민첩했다', '착각마저 들었다'라고 써야 맞습니다.

    더 문제는 이제 [그 질주는 지극히 역동적이면서도 민첩하다] 부분이에요.
    '호랑이는 지극히 역동적이면서도 민첩하게 질주했다'가 그나마 나은데, 사실 이래도 어색하죠.
    질주가 어떻게 역동적이고 민첩하겠습니까. 호랑이가 역동적이고 민첩하게 질주하는 것이지요.

    물론, 비문은 누구나 나오는 것이기에 쉽게 간과할 수 있습니다. 제 소설에도 찾아보면 비문이 수두룩하게 나오겠지요. 그냥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비문이 오히려 더 멋들어져 보이고 잘 쓴 글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게 많아지면 잘 안 읽혀지게 돼요. 읽다보면 이상하거든요.

    강원국 님이 하신 말씀 중에 이런 소리가 있습니다.
    [비문을 만들어내는 네 경우]
    첫째, 잘 쓰려고 과욕을 부렸을 때
    둘째, 남의 글을 짜깁기했을 때
    셋째, 문장을 길게 썼을 때
    넷째, 잘 모르는 내용을 썼을 때

    맛을 추가하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멋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확히는, '겉멋'이죠. 언뜻 보기엔 멋있어 보이는 문장 같지만 뜯어보면 엉터리. 이것은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작가에게 독이 됩니다.

    따라서 작가라면 주어가 될 수 없는 게 주어로 들어가진 않았는 지, 시제가 왔다갔다 하진 않는 지, 시점이 흔들리고 있진 않은 지, 단어가 문법에 어긋나게 쓰이고 있진 않은 지, 명실상부 열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부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맛을 추가하더라도 문법에는 맞춰서 추가해야 하는 것이 작가로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런지 조심스럽게 추가 의견 남겨놓고 갑니다. 좋은 비평에 추천도 누르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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