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월인천강
작품명 :
출판사 : 마루마야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뭐 악의가 난무하는 감상이긴 하지만요. 하아.. 따뜻한 시각으로 어떤 작가의 발전을 기대하며 쓰는 애정어린 비평은 언제나 쓸수 있을까요. 제가 삐뚤어진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는 비평마다 다 이모양이니.
(이후의 글에는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찾던 책이 없어서 이리저리 고르다가 그냥 나가기도 책방아저씨한테 눈치보이고 해서 그나마 재미있어보이는 책을 1,2권 빌렸습니다.
칠흑의 군주였죠. 뒤의 소개글이 맘에 들었거든요.
그리고 돈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단돈 700원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거보다 심술이 확 나네요. 괜히 내가 이거 빌려서 이 책이 반품안되는데 일조하는거 아닌가 하는 심술요.
일단 1권은 그럭저럭 재미있었습니다. 미묘하게 뭔가 어긋나는것 같다는 생각은 조금씩 들었지만 그건 취향차이일수도 있고요. 사건의 진행도 별 무리 없이 부드러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권부터는 참...
가장 눈에 거슬리는 점은 주인공이 계속해서 아버지인 아키안 백작한테 인정받으려고 시도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럴 이유가 없거든요. 정신은 완전 딴사람인데 굳이 환타지에서의 아버지의 인정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인공이 정에 굶주린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백작가를 멸망시키는 일조차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독백하던 주인공이 왜 그럴까요.
백작가를 이어받기 위해서라면 또 이해를 하겠는데, 주인공은 백작가를 이어받을 생각도 없죠.
또 그렇게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으면 마법은 숨기더라도 익히던 체술을 보여서 나도 좀 강해졌어요 하고 광고를 하던가, 마법을 한 2써클정도 독학으로 익혔다고 하면서 살짝 드러내던가.
'심기일전하여 아주 미약하지만 약간이지만 무력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하고 살짝 자신을 내보이는게 오히려 편할 터인데 악착같이 자신을 숨깁니다.
그냥 책만 읽은 도련님처럼 생각하도록 말이죠.
그래놓고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속으로 이를 갈며 궁시렁거립니다.
힘을 숨긴다면 독자들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누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하다못해 알려지면 귀찮다는 이유라도 있어야 합니다만...
이미 진정한 적은 주인공에 대해 오히려 주인공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과연 주인공은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힘을 숨기려는 건지 전혀 알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힘을 숨길려고 했으면 백작집에 온 괴도를 잡았을때 몰래 빼돌렸어야죠. 그런데 그걸 떡하니 지가 잡았다고 광고를 하면서 이쯤 되면 백작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안 믿어주니까 또 속으로 무시한다고 이를 갈고.
상식적으로 힘도 없는 비리비리한놈이 괴도를 잡았다고 하면 그걸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나요. 좀 생각이 있는 사람이 보면 딴놈이 잡은걸 박박우기는 것이거나 아니면 주인공이 무력 쪽으로 뭔가 능력이 있거나 둘중에 하나죠. 근데 주인공이 힘을 잘 숨겼으니까 당연히 딴놈이 잡은거 주인공이 박박우기는거밖에 더 되나요. 그래놓고서는 무시당한다고 억울하다고 주절거리는 주인공이라니. 뭐랄까 참 추하더군요.
사실상 2권이 이런 삽질의 연속인데 왜 이런 삽질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2권 중간부터 책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마구 들었습니다.
전 무판에서 전투가 길어지는거 참 싫어합니다. 한번의 싸움이 한 20페이지 넘어가면 참 짜증이 나기 시작하죠.
그런 격투장면을 재미있게 보는 분들도 꽤 있는듯 하니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겠습니다만, 전 정말 싫더군요.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써놔봐야 별로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떠오르는것도 아니고, 글 쓰는 이가 한 50여페이지를 들여 아무리 자세히 묘사해봤자,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멋진 장면 10초만도 못하죠.
왠만한 소설에서는 어느정도의 대략적인 과정과,이겼냐 졌냐하는 결과만 알면 그만이라고 봅니다만.
그것도 싸움을 박진감 넘치게 잘 쓰는 분들 이야기이고요.
월인천강이란 이분, 최종보스도 아니고 그 밑의 격이 좀 많이 떨어져 보이는 흑마법사부하랑 싸우는걸 쓰는데 책 반권을 할애하더군요. 부하랑 싸우는데 반권이면 나중에 최종보스랑 싸울때는 최소 책 한권 분량의 전투씬이 나와야겠네요.
반권이 과장이 아닙니다. 178페이지에서부터 324페이지(즉 2권끝)까지가 다 그 한놈과의 싸움입니다. 그러고도 아직 마무리가 덜되어 이 추세대로라면 3권에서도 한 20~30페이지정도는 그 뒷마무리로 더 써야 할것 같습니다.
글쓰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길게 써야할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죠.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이건 정말... 최악입니다.
밀도있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도 아니고 질질 끌면서 지루한 전투씬으로 책 반권을 잡아먹다니. 몇몇 앞으로 중요하다 싶은 무구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30페이지면 뒤집어 쓸 것을.
전투가 길어지고 한 오십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전 생각했습니다. 이게 과연 읽으면서 재미있으라고 쓴 글인지, 나를 엿먹이려고 쓴 글인지 모르겠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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