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판탄
작품명 : 제이코플래닛
출판사 : 청어람
본래 기갑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마법이 발달했다 하지만, 타이탄을 만들 수 있는 주조술이 그정도로 발달했는데, 총이나 대포와 같은 화약은 전혀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좀 비약하자면, 칼과 활로 싸움하는데, 시간제약이라는 단서가 붙긴하지만, 로봇이 등장하는 격이죠.
어쨎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코플래닛을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 필력이란 취향을 뛰어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담백한 전투씬 등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3권까지 딴 생각하지 않고 집중해 읽을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전개가 4권에서부터 나타납니다. 3권까지 일관적인 시간 흐름으로 사건을 전개시키던 작가분께서 갑자기 주인공의 아버지세대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새롭게 주인공을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책의 2/3을 들여서....
문제는 그것이 글의 몰입감을 많이 떨어뜨릴뿐만 아니라, 이제까지의 글의 전개와도 서술방식이 많이 틀리고, 게다가 급하게 쓴 듯한, 많은 내용을 우겨서 집어넣은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독자들은 제이의 강함과, 제이가 사람들에게 가지는 벽 등에 대해서 이미 3권까지의 사건과 상황을 토대로 자기만의 제이의 성장배경을 만들어 내놓고 글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4권에서 그것을 보여주려고 하니 공감가는 부분도 있지만, 자신이 생각한 제이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몰입감 있게 책을 보는 독자에게는 갑자기 찬물을 들이 붓는 겪이라고 할까요?
레인저 시절과 노예검투장 시절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하려 시도했다면, 좀 더 신경써서 쓰셨다면 좋았을 것을.... 뻔한 다툼과 그로인한 희생은 오히려 식상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전에 오히려 제이를 이해했다던 마음이 더 꺽였다고 할까요?
그런데 회상이 끝나고 갑자기 새로운 이야기가 또 시작됩니다. 이제부터는 현재의 이야기인데, 새로이 등장한 은이라는 여자와의 대화를 어느정도 보아야 제이가 다친 후 일어나서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글을 처음 읽는 마음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몰입감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마법사 무니토의 유적을 어느정도 이어받은 마을(을목)에서의 생활과 제이의 자아성찰 등이 일어납니다. 이 글이 사건의 중심 전개방향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넣어야만 했는지.... 작가의 고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또, 을목에서의 정치, 문화에 대한 이야기, 사람의 몸을 빗대어 말하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결코 기대했던 흐름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등장했기에) 쉽게 받아들이기도 힘든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또다시 제이의 용병단 동료인 티마이라로 넘어갔다, 아모란(딸)에게 잠시 바통을 넘겨주고, 클로델(자유민 공연단) 찍고, 다시 을목으로 돌아옵니다. 마치 이 시간즈음 다들 어떻게 지내나 제법 비중있는 인물들 근황파악이라고 할까요? 너무나 두서가 없습니다.
글을 다 읽고 정말 같은 작가분이 쓰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두서없이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했는지.... (4권까지 밖에 안읽었지만, 5권에 조기종결 될 것 같은 포스가 물씬 나더군요)
주인공의 냉혹하고, 냉철한 성격은 어떻게 되고 갑자기 2년만에 나타나서 다정다감한 성격이 되었는지....(아모란까지는 공감했지만, 공주가 나타나서 한번 알몸을 껴안고 잤다고 마음을 준건 솔직히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목숨을 구해줬다고 사랑하지 않는 여인의 결혼제의를 거절하지 않고, 아모란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무니토의 마법을 찾고자 하는 의지도 별로 보이지 않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
4권의 마지막에 등장한 갑작스러운 바람이야기.... 아....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는.... 이 바람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을 노예로 부려먹는 용병단의 마법사 마호른이 한 얘기로 바람을 느끼는 타이탄 오너의 강함을 말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2년의 자아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겠죠? (5권보신 분들 말씀해 주세요.)
3권까지 읽어보신 분들 치고, 기갑물중 수작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분들이 별로 없을 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4권을 읽고 나면 도처에 갑작스러운 이야기들이 튀어나와서 작가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글처럼 느껴졌습니다.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제이코플래닛 .... 아쉬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쨎든, 4권까지 빌린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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