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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렌

작성자
Lv.8 잠뿌리
작성
06.11.25 21:19
조회
3,350

작가명 : 폼페이우스

작품명 : 남작렌

출판사 : ???

2006년 중반기부터 고무림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지금 현재까지 고무림 판타지 연재작 중에서는 조회수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작품. 일단 본인도 영지/전쟁물을 쓰고 있기에, 요즘 독자들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가? 란 걸 파악하기 위해 남작렌 인터넷 연재본을 보게 됐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간단히 프라인이란 작은 영지의 영주가 된 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장르를 분류하자면 영지물. 영지물 중에선 독보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지크'의 계보를 따르기 보다는, '알버크의 작은 영주'의 계보를 따른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하프 엘프로 그 혼이 판타지 세계 사람이 아니라 현대 사람의 것이란 설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지물의 영주가 알맹이는 현실 사람인 경우, 흔히 판타지 세계에 현실 세계에 있는 것들을 하나 둘씩 유입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는 특히나 현실의 경제 개념을 판타지 세계에 도입하는 걸 주축으로 삼은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증을 철저히 하기 보다는 여러 경제 관념을 짜맞추어 영지의 상업이 발전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그런 관계로 경제 관념을 현대의 사전 개념으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으나 그만큼 독창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의 한계다.

탈무드, 로마인 이야기, 제국전성기 등등 다른 책은 물론이고 레온 트로츠키 같은 실존 인물의 말과 사상을 인용한 부분이 꽤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만의 오리지날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적은 게 아쉬운 점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이것저것 가져와 합치고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꾸며낸다면 그 또한 재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새로운 것, 자신 고유의 설정을 직접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가까운 미래, 아니면 먼 훗날 다른 누군가가 보고 영감을 받아 모티브를 받거나 오마쥬를 할 수 있는 그런 경지 말이다.

물론 완전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존의 것을 변화시켜 고유의 설정을 만다는 것은 가능하다.

특별한 개성이 살짝 쿵 부족하긴 하지만 아마도 엘프에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초 재배와 활을 잘 쏘는 숲의 일족 나텐족이라던가, 신체를 변형시키거나 강화시켜 싸우는 야만 전사족은 오르칸 족 같이 작품 고유의 설정을 늘리는 게 오히려 낫다고 본다. 차라리 이런 변화를 거쳐 새롭게 쓰는 것이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문명 레벨이 9세기 중세인데 주인공 영지의 주력군에 도입한 장비가 고대 로마 센츄리오의 장비고 또 귀족 가문이 브루투스, 안토니오스, 줄리우스 라는 걸 보면 아마도 댓글에 간혹 발견되는 작가의 로마 토탈 워 취향인 것 같은데.. 어차피 전혀 다른 시대의 것들을 크로스 오버 했으니 9세기 중세에 대한 문명 고증 부분에 심하게 딴지를 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중세의 서양사를 다룬 소설이 아니라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렌은 속은 현대 인간, 겉은 하프 엘프로 훤칠한 키에 근육이 붙고 냉철한 성격에 대검을 쓰며 뛰어난 무용과 탁월한 마법 능력을 갖추고 있는 먼치킨 히어로로서 이 시대 독자들의 취향을 사로 잡을 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먼치킨 히어로들과 비교할 때 별 다른 특이점이 없는 몰개성한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좋게 보자면 정석을 따라 만들어 대중의 취향에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본다.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렌의 활약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렌을 뺀 나머지 인물의 비중이나 존재감이 약하다는 점이다. 워낙 렌이 잘 나가다 보니 사실 다른 장수가 필요가 없어졌다.

히로인 프렐리아는 그래도 싸움을 잘하고 또 히로인이란 위치 상 렌과의 묘한 연애 관계 덕분에 그 존재감을 확실히 잡았지만.. 파블로프, 콜웬, 렐린, 슈리엘, 쥬리오, 오르텐베르크 등의 장수들은 단지 영주인 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 각자 고유의 개성이 없다.

반드시 모두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건 물론 아니다. 다만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는 차이점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주인공 렌 이외의 다른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는 점. 일본 오타쿠 신조어로 치자면 모에 요소라고나 할까? 한국말로 하자면 뭔가에 불타오른다 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의 인물들에게는 그 요소가 좀 부족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독자들이 렌이 강하고 카리스마 넘친다고 좋아하지만.. 렌 이외의 다른 인물은 언급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물론 콜웬의 울퉁불퉁한 근육과 산만한 덩치, 말수 적은 게 매력적이에요 라던가 싹수 없고 야리야리한 쥬리오 모에~, 로리에서 아가씨로 프린세스 메이킹 된 렐린 팬 클럽, 영지 장수 중 유일하게 실책을 범해 좌천당하고 고문까지 받은 슈리엘 사수 동맹, 고령에 투병 생활이 겹쳐 고생 중이신 파블로프 할아버지 응원 연합 같은 게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만 어쨌든 렌 이외의 다른 누군가도 충분히 강하고 매력적으로 나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특정 주인공 뿐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도 부각되어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리플을 달면서 작가와 좀 더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게 이상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 의문이라면 렌이 환생체란 사실은 치밀한 복선을 깐 게 아니라 중간에 밝혀지는 설정이긴 한데.. 어떻게 환생했고 또 전생에는 무슨 일을 하는 누구였는가? 이런 의문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그것이 전부 밝혀진 것처럼 독백을 하고 묘사되는 설정은 처음부터 그런 의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설정 상의 오류인지 알고 싶다.

환생 한 것을 깨달은 게 9년 전이고 수련을 통해 강해진 게 6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전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건 이해에 어려움을 준다. 이번 작품이 처음 올리는 게 아니라 4번째 버젼이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럴 수록 새로 읽는 독자들을 고려해 납득이 가는 설명이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전부터 읽어왔던 독자들만 알고 이해하는 설정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요는 새로 읽는 독자들에게도 편의가 주어졌으면 한다는 말이다. 기존의 3버젼을 모두 보고 아는 독자와 달리 새로 보는 독자는 누가 누구고 어떤 과거와 변화를 거쳐왔는지 전혀 모르니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적하자면.. 장르가 영지물이고 주제가 영지 경영이란 것은 알겠지만 목표가 뭔지 명확히 알고 싶다. 주인공의 목표. 그것은 곧 소설의 주제와 직결된다. 지크를 예로 들어 보자면, 지크는 인간, 요정, 난쟁이, 오크 등 서로 다른 종족이 모여서 화합하며 살아가는 나라를 건국하고 싶다 라는 게 목표였다(단순하게 요약해서) 이 작품에서도 렌이 무엇을 위해 영지를 경영하는지 목표를 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패자가 되어 대륙을 통일하는 야망을 불태운다던지, 누구나 근심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평화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싶다던지 이런 분명한 목표를 말이다.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 소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12월 중순 경에 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하고 연재본의 수정을 거쳐 출판본이 나온다고 하니.. 어떻게 편집될지는 알 수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개선되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P.S :

판타지 소설의 감상을 써보는 건 꽤나 오랫만의 일입니다. 그동안 써온 리뷰는 사실 소설 이외의 것들.. 애니, 게임, 영화 위주였거든요(네이버 검색창에 잠뿌리치시면 매니악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어디까지나 글을 읽은 독자로서 주관적인 관점에서 씌여진 글이니 부분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으시는 분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몸이 아프신데도 꾸준히 글을 쓰시고 연재를 하시는 작가 님의 투혼이 존경스럽니다. 출판본으로서의 수정도 성공적으로 마치셔서 부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군요.

출판사 직원으로부터 니 글은 동인지 같다 3류 야오이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란 말을 들어 온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글을 보고 감상할 자격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요즘 가장 잘나가는 소설이 어떤 소설인가? 란 명제에 해답을 얻기 위한 나름의 연구이며 또한 한번 보고 잊어먹으면 곤란하니 중요 포인트를 그때그때 적어 두고 기억을 백업시켜두자 라는 게 그동안 몸에 벤 습관인지라 이렇게 감상글을 적게 된 것이랍니다.

아 마무리에는 염치불문하고 제 글 홍보를.. '캐슬 마스터'란 영지/전쟁물을 쓰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바랍니다. 아무래도 안습의 경력을 자랑하는 저로선 이렇게 덧붙이는 홍보가 생존 투쟁이라고요. E-BOOK 매달 수입 990원의 신화! 6년 동안 수집한 출판사 명함만 10장(포인트는 그 중 망한 곳이 6곳이라는거)

지금까지 3번 계약해서 1번만 전부 다 나오고 나머지 2번은 고료도 못 받고 공중 분해됐으니 이쯤되면 저도 도시 괴담입니다. 어디 용한 무속인을 알고 계시는 분이라면 부디 소개를.. 콰직!

[바로가기(링크)]

* 文pia돌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11-26 00:21)


Comment ' 7

  • 작성자
    Lv.1 엡흐
    작성일
    06.11.25 21:56
    No. 1

    첫째. 각 인물의 개성은 수정판, 즉 출판분에서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렌은 결코 우연으로 환생한 것이 아닙니다.
    프렐리아를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고, 렐린을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닙
    니다. 목적 역시 있습니다. 그것은 차차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연재분에는 일부러 복선을 뺀 탓도 있습니다. 출판 본에는 복선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개성에 관한 아이디어는 정말 참신하군요.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엡흐
    작성일
    06.11.25 22:00
    No. 2

    그리고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독백식으로 처리한 것은,
    그런 기법을 쓴 것입니다.

    환생을 했다-라는 것을 독자 스스로가 알게 하고,
    또 렌의 전생이 천천히 드러나게 함으로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엡흐
    작성일
    06.11.25 22:06
    No. 3

    어쨌던 부족한 작품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출판본은 현재 맹렬히 수정중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잠뿌리
    작성일
    06.11.25 22:47
    No. 4

    파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文pia돌쇠
    작성일
    06.11.26 00:21
    No. 5

    감상, 비평란의 분리 운용에 따라 이글은 비평란으로 옮기겠습니다.
    (감상란 공지글을 참고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淑愛劍路
    작성일
    06.11.26 20:58
    No. 6

    그런데 출판이 되서인지 비밀글이더군요...
    왜 이제야 발견을 했지...쯧쯧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잠뿌리
    작성일
    06.11.27 07:05
    No. 7

    작가님이 유조아에 출판본에 맞춰 수정된 버젼을 1화부터 다시 올리기 시작했더군요. 거길 찾아보시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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