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사항에 대해 간단히 공지성 글을 띄웁니다.
11월 1일부터 ‘비추천글’과 ‘비방글’은 글을 올리신 분께 반려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복사해 쪽지로 돌려드리고 게시물은 삭제물 보관 게시판으로 보내고 있죠. (그 이전 2달치 글들은 손대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장르총론’ 카테고리로 장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한 글의 경우도 적합한 게시판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카테고리 이름이 애매한 듯 싶어 '비평총론'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비평총론’ 카테고리는 장르 비평의 일반적 문제에 관해 글을 쓰실 때 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래는 다소 긴 글이니, 정보만 아실 분은 더 안 읽으셔도 되겠습니다.
※ 비추천글, 비방글의 반려에 대하여
비추천글은 ‘다른 이에게 보지 말 것을 권하는 감상 내지 비평글’입니다.
문피아의 전신이었던 고무림 시절, ‘한시적 비평금지’가 실시되기 전에는 비추천글도 감상비평란에 올라왔었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가능해졌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감상란 공지에 밝혀두었습니다.
비방글은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비방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상당히 자의적인 기준이라 감상란과 비평란 통합공지에 자세히 밝혀두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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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런 점 때문에 재미가 없다, 개연성이 없다’ 정도의 선은 비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이 글은 쓰레기다, 파지묶음이다, 읽을 가치가 없다, 이런 글을 출판하다니 제 정신이냐? 이런 글 때문에 장르 시장이 망하는 거다, 이 작가는 삼류다, 내가 발로 써도 이것보다 잘 쓰겠다, 그럼 니가 써봐라 등’ 정도까지 오면 비방이라 보겠습니다.
같은 점을 지적하더라도 가치판단을 내리는 단어의 뉘앙스 조절만 하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비판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을 날카롭게 하기 위해 과도한 단정, 과도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지, 기본적인 사항 중 4. 비평란의 비평 기준==
감상란이나 비평란을 이용하시는 많은 분들이 현 시장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고 하십니다. 쓰레기를 까발리고 솎아내지 않으면 장르에 발전은 없다고 보시는 것이죠.
그런 비판과 단정이 정말 시장의 확대와 발전에 이바지한다면 문피아의 현 정책은 큰 잘못일 것입니다.
이제까지 많은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장르의 발전을 위해 이런 지뢰는 출판하지 말아야 한다.]
이 명제에서 목적과 수단을 나눈다면 이렇게 될 것입니다.
목적 : 장르의 발전
수단 : 지뢰 제거
이 명제를 뒤집으면 이렇게 됩니다.
[지뢰를 출판하지 않으면 장르는 발전한다.]
물론, 발전을 위한 전제가 이것 하나라고 여기지는 않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너무 빈약한 발전론이니까요.
현재 문피아 운영진은 이 명제에 회의적입니다. 고무림 시절 이미 강하게 추진해보았지만-신춘무협, 감비란의 강화 등- 시장에서는 이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실패 요인으로는, 장르에서 손을 놔버린 기성독자를 끌어올 만한 글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요. 선전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시장의 협소, 경제의 불안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실패했습니다.
사실, 원론적으로 보아도 이 명제는 조금 무리한 시각입니다.
지뢰를 출판하지 않으면 장르는 발전한다.
기본기나 완성도가 부족한 글을 다 제거해버리면 장르가 발전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소위 ‘기본’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정상태와 비정상태를 가르는 커트라인이 명확해야겠지요. 누가 그것을 정하고 누가 그것을 검증하냐는 문제도 생깁니다. 출판사가 할 일은 아닙니다.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제조직이 할 일은 아니죠. 좋은 글을 출판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라도 이익이 남아야 계속 출판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수준에 관계없이 팔릴 가능성이 있다면 당연히 출판을 해야 하는 게 출판사입니다.
아마도 진정한 ‘제거’를 위해서는 새로운 검열기관의 출현이 필요할 것입니다. ‘대여물 간행 심의 위원회’쯤 되겠네요. 대단히 부정적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정상태를 상정하고 비정상태를 청소하는 게 발전을 위함이라 보는 건 솔직히 말해 너무 과격한 방법론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발전론은 사실 나치주의자들의 ‘인종정책’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우등과 열등을 나누고 열등을 제거하는 것이 발전이라 보는 시각이니까요.
물론, 위와 같은 발전론을 염두에 두신 분들은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대다수의 독자분들은 비추천글들을 통해 ‘피하고 싶은 글’을 미리 발견하시고 싶어 하시는 거겠지요. 읽고 화가 난 글에 대해 화풀이를 하고 싶으신 거겠지요.
이에 대해서는 정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감상란 공지에 밝혔지만 현재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문피아 감상란이나 비평란을 통해 ‘지뢰글’의 정보를 얻을 자유나 ‘지뢰글’에 대한 화풀이를 하실 자유는 죄송하지만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__)
출판되는 모든 글들을 다 보는 것은 아니라서 제가 감상글이나 비평글을 볼 때, ‘비추천글’이나 ‘비방글’을 골라내는 것은 해당 텍스트가 기준이 아닙니다. 감상글과 비평글이 기준이 되지요. 텍스트의 수준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과도한 단정이라 비방에 가깝다 싶으면 글 쓴 분께 반려합니다. 비추천을 결론으로 하는 글이라 생각되어도 역시 반려합니다.
문피아는 장르가 발전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건, ‘지뢰 제거’가 아니라 보고 있습니다.
진짜 필요한 건 독자들을 침 흘리게 만드는 대단한 글의 출현이고 그 대단함을 제대로 해석할 줄 아는 장르적 눈이라 보고 있지요. 굳이 비평란을 연 이유도 그것에 있습니다. 작가에게 장르적 전망을 제시해줄 수 있는 ‘비평가’의 존재를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좋은 글이 출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연재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 중이고요.
여러 종류의 여러 수준의 글들이 정말 한꺼번에 출판되는 요즘입니다.
정말 '장르 발전'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좋은 글을 찾아 헤매고 그 좋은 글의 좋음을 목 놓아 부르짖어야 할 시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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