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며칠 전이였습니다.
MSN메신져로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만, 어쩌다보니 화제가 판타지쪽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둘다 애독자이다 보니^^;)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요즘 판타지가 뭐가 좀 괜찮고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게 되더군요. 친구가 읽을게 없다고 하소연 하길레 제가 감명깊게 플레이한 게임 하나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플라네타리안' 이라고 아실분은 알고 모르실분은 모를 그런 게임입니다만.. 시각소설(비주얼노블)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덤으로 말하자면 제작사 Key측에서는 키네틱 노벨을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친구가 내용소개를 해 달라고 해서 제가 감동깊게 읽었던 점이나 핵심주제를 느낀대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좀 특이한 놈이라 그렇게 슬픈 스토리를 읽으면 자살하고 싶어진다고 하더군요. [...]
웃긴점은 그 놈도 볼만한 소설을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왜 못 하겠다는지 이땐 이유를 몰랐죠)
여하튼 저는 친구가 거부했지만 그 게임을 플레이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유를 묻다 보니 그 친구의 소설 취향 이야기로 자연스레 화제가 넘어갔습니다.
그 친구의 취향을 딱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대리만족'
여기부터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소설은 가장 몰입이 잘 되는 소설입니다.
일단 몰입이 잘 되야 합니다. 그 다음은 주인공이 당연 행복해야 하겠죠. 그래야 대리만족이 되니깐..
여기서 슬프고 작품성 높은 이야기를 싫어하는것도 이해가 됩니다.
작품성이 높은 작품은 대게 몰입이 잘 되고,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나게 되면 그 친구의 최대 목적인 '대리만족'을 충족시킬수 없게 되니깐.
그 친구의 취향 모든것이 이것으로 설명이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작가는 단연 이영도 씨입니다만, 그 친구가 좋아하는 작가는 작품성이랑은 하등 관계가 없는, 재미있는 작품을 쓰는 작가입니다.
그 친구가 말하는 최고의 소설이란 가장 훌륭한 주제의식과 작품성을 가진 소설이 아닌, 가장 대리만족을 잘 시켜줄 수 있는 소설이였던 겁니다.
제 친구는 고딩입니다. 초딩부터 판타지를 읽었습니다. 경력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작품성이랑은 하등 관계가 없는 작품입니다.
그런 친구에게 너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소설은 뭐냐, 라고 묻는다면 대답할수 없겠죠. 첫째로 감동을 느낄려고 소설을 읽는게 아니니깐, 둘째로 '감동'이 아닌 '재미'가 있었던, 즉 대리만족을 확실히 전해주는 그런 작품은 '감동'을 가지고 있는 소설에 비해 너무 많거든요. 그 친구가 대답한다면 필시
'하나로 뽑기엔 너무 많아'
가 될 겁니다.
그 친구와의 대화 후에 저는 한탄했습니다.
가장 판타지를 아껴야할 독자층도 기껏해야 판타지를 대리만족물로 밖에는 보지 않는구나.
언제부터 판타지가 중고딩들의 대리만족, 또는 현실도피도구가 되었나.
이런 사람들이 제 친구 하나 뿐일까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저희 학교 자칭 판타지 폐인들 대다수가, 저 친구처럼 대리만족을 추구하거든요. 취향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전국으로 그 범위를 확장시키는것은 비약일지 모르지만, 제 소견으론 장르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대다수가 이런 목적으로 소설을 읽습니다. 아, 학교뿐만이 아니군요. 넷 사이트에서도 이런 사람들 많이 봤습니다.
이러니 한국 판타지에서 '대작'이 별로 나오지 않는것도 이해가 됩니다. 출판시장이 열약하다거나 그런것도 이유겠지만, 장르소설을 읽는 주요 독자층이 '문학'을 보는 눈으로써가 아닌 '현실도피의 도구'를 보는 눈으로 장르소설을 보고 있으니까요.
이런 시각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독자층의 다수가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지죠.
출판사부터가 '작품성'이나 '감동'이 아닌 '현실도피의 도구'로써 우수한 소설을 출판하게 되니까요.
이렇게 묻힌 아까운 작품이 얼마나 많습니까...
제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판타지계에 대한 비판 목적이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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