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길어지길래 논점을 정리하자면
1. 반왕이라는 소설이 로마역사로부터 소재를 가져온 것인가?
보르헤스님도 말씀하셨고, 대장정님도 인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2. 역사적 사실 내지 고전문학으로부터 소재차용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
잘못된 것이 없다는 견해가 보르헤스님도 인정하셨고 통설적 견해입니다.
3. 역사적사실로부터 소재를 차용한 경우 이 사실을 언급해야 하는가?
(1) 보르헤스님은 차용된 소재로부터 확연히 구분될만한 Originality(독창성)을 가지면 상관없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언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십니다. 근거로는 배경지식없는 독자가 '차용된 소재의 재창조'의 소설을 '완전히 새로운 창조'로 오인하여 해당작품의 독창성에 대해 과대평가할 우려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2) 이에 반대하는 견해는 모티브나 차용된 설정 등이 현행 저작권법상의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닌 이상 독창성과 무관하게 굳이 그 출처를 밝힐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유력한 근거로는 '완전히 새로운 창조' 자체가 불가능하며 모든 것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차용된 소재의 재창조' 일 뿐이므로 차용사실의 언급여부는 작가의 자유라는 논거가 있습니다.
(3) 제 생각은 '완전한 새로운 창조'는 가능하지만 '차용된 소재의 재창조'와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반복이 되듯이 인간에 관한 일을 서술한 이상 어떤 부분이든 겹쳐지지 않는 부분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독창성에 대한 가치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차용사실의 언급여부는 결국 작가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스스로가 '나는 비록 차용했지만 매우 독창적으로 재창조했다'라고 판단한다면 언급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작가에게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독창성이 부족하면서 차용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요구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결국 다음 논점이 문제가 되며 가장 핵심 쟁점입니다.
4. 반왕이라는 소설의 독창성이 부족한가?
(1) 보르헤스님과 몇몇 분들은 반왕의 경우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시며 그렇기 때문에 소재 차용사실을 밝히지 못한 부분도 아울러 비판하셨습니다.
(2) 반면 대장정님과 몇몇 분들은 반왕의 독창성의 가치를 보르헤스님에 비해 높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3) 이 논점에 대해서는 해답이 없습니다. 정말 독창성이 부족할 수도 있고, 부족하지 않으나 보르헤스님의 기준이 객관적으로 엄격하거나 매우 주관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문학비평의 장점이면서 한계입니다. 다만 문피아의 취지상 혹평을 통한 평가절하보다는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보다 나은 작품을 쓸수 있도록 작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논의를 해야한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르헤스님의 비평 태도가 적절했는지와 관련하여 다음 논점이 문제됩니다.
5. 보르헤스님의 표현이 비평란에 쓸만큼 적절했는가?
(1) 보르헤스님은 [반왕]의 독창성 부족을 역설하시며 '교묘한 각색', '표절에 가까운 행위' '독자를 우롱하는 행위' '화장실에서나 읽혀지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르헤스님이 '과격한 표현'이 있었다고 사과하셨는데 이는 다소 과도한 표현은 있었으나 악의가 아닌 비평의 일부라는 견해로 볼 수 있습니다.
(2) 이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는 보르헤스님의 표현은 '과격한 표현'을 넘어서 '지나친 표현'이라는 입장입니다. 특히 '표절'이라는 용어 자체는 작가에게 가장 큰 모독적 표현이므로 엄격하고 신중하게 써야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대장정님도 그 부분에 대해 감정이 상하신 것 같습니다.
(3) 이에 저도 동의합니다. 비록 명백히 표절이라고 명시하진 않았으나 '표절에 가까운'이라는 표현도 작가에게는 '표절'이라는 지적과 유사한 감정적, 명예적 손해를 입히기 때문에 단지 '표절'이 아니라 '표절에 가까운'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른 표현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보르헤스님의 태도는 '표절은 아니지만 표절이나 다름없이 나쁘다'라고 인식이 됩니다. 결국 댓글도 독창성에 대한 논의보다는 표절에 관한 글들이 많이 달리는 결과가 야기되었듯이 '발전적 논의'에도 저해되므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6. 기타 쟁점 - Originality 라는 영어원문 사용
이부분은 매우 부가적인 논점입니다. 여기서 논의하다가는 논점을 흐리게 할 소지가 많으므로 따로 글을 쓰셔서 논의해보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사견으로는 한국어로 100%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외국어로 표현할 수 있으나 'Originality'는 굳이 '독창성, 창조성'이라는 용어로 100%는 아지만 90%이상 충분히 대체될 수 있으므로 비판의 요지는 있으나 글 자체에 잦은 영어원문 사용이 있는것도 아니고 주제의 핵심과 관련되는 용어로서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있으므로 크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됩니다.
7. 결론
그냥 쟁점을 정리해봤습니다. 고시생이다보니 심심해서요; 아무튼 핵심은 독창성 여부의 문제인 것 같고 차용사실 언급여부에 대한 논의는 논지를 흐릴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보르헤스님의 표현은 불필요한 반감을 유발하여 발전적 논의에 저해되는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냠냠;;
Commen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