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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선다루 비평

작성자
자몽
작성
06.09.29 13:50
조회
3,579

작가명 : 송진용

작품명 : 불선다루

출판사 : 청어람

단지 제목만 비평임을 먼저 밝혀둔다.

반말조의 글은 스타일이니 양해를 구한다.

글을 쓰기에 앞서.

불선다루(不善茶樓)는 좋은 책이며 좋은 글이다. 선하지 않은 다루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듯한 전개. 그 전개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사건간의 개연성. 개성 있는 인물과 빠른 진행은 자몽을 책 속으로 굴려버렸다. 하루만에 7권 완결까지 읽어버린 자몽은 심심함에 몸부림치다 결국 펜을 잡고야 말았다.

좋은 글을 읽으면 그 만큼 보답을 하고자하는 자몽의 까칠한 성격 탓도 있겠다. 그러나 자몽은 이 글이 더 잘 팔리기 위한 소개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몽은 그런 재주는 없다. 다만 짧은 공부를 통해 얻은 시시콜콜한 재주를 써먹으려 한다. 왜? 자몽은 다소 쓰거덩.

1. 소설은 황망령에 있는 불선다루라는 찻집에서부터 시작한다. 노인과 노파, 소년이 사는 다루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 닥치는 황토 바람과, 험난한 길 때문에 이 다루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 도입부 작가가 만들어 내는 다루의 풍경과, 그 풍경을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은 단연 일품이다. 묘사의 의미가 무엇인가. ‘그림 그리듯 풀어 쓴다’는 것이다. 작가는 말 그대로 종이 위에 글자로 된 그림을 그린다. 휘날리는 황토 바람과 구렁이처럼 생긴 땅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고 2층의 낡은 다루가 우뚝 선다. 손님이 드물 수밖에 없는 다루의 환경을 한 폭의 그림으로 설명해준다.

이런 다루에 한 남자가 도착한다. 주인공 소걸은 다동이지만, 강호인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남자가 건네는 말에 툭툭 시비를 걸 듯 퉁명스레 대답한다. 독자는 의아할 뿐이다. 이 다동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차에 대한 조예가 깊은 손님의 등장에, 차를 만드는 노인의 기분 또한 날아갈 듯 좋다. 이어 한 무리의 사내들이 도착한다. 앞서 도착한 남자를 체포하려는 사내들이다. 남자는 도망친 장군이고, 사내들은 동창의 무사들이다. 한바탕 난리가 날 분위기. 다동 소걸은 심드렁하게 경고를 날린다. “님들하 싸우지 마삼” 그들은 다동의 말을 무시한 채 싸움판을 벌이고, 애꿎은 소걸이 싸움에 휘말린다. 동창의 무사가 소걸을 공격하지만 소걸은 화산파, 종남파 등 각 파의 무공을 선보이며 무사들과 대등한 싸움을 펼친다.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2층에서 다모가 내려오고, 노파는 따귀를 날려 그들을 제압한다. 싸움을 벌인 사내들은 기문혈이 폐쇄된 채 한올 내공없이 부서진 가구들을 다시 만든다.

작가는 노파와 노인의 정체, 각 파의 무공을 알고 있는 다동의 정체를 천천히 보여준다. 노인은 당가의 은둔고수이자 독선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고, 노파는 무림을 뒤집어 놓았던 살성이며, 다동 소걸은 그런 노부부(?)에게 거둬진 고아이다. 조금씩 밝혀지는 노인과 노파의 과거. 그리고 소걸의 출생. 드러나는 제독태감의 능력과 야심. 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의 인연을 하나하나 알게 되면 독자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작가는 이 넘치는 인연과 우연을 엮어 하나의 운명으로 만든다. 배후에는 치밀한 구성이 깔려 있다. 글을 한번이라도 써 본 글쟁이라면 열명을 훌쩍 넘는 등장인물을 엮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것이다. 복잡한 이야기를 술술 전개해 나가는 작가의 능력 또한 발군이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작가의 대담성.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내는 능력 또한 놀랍다.

소설은 주인공 소걸의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장 소설은 한 인물을 위주로 사건을 집중 시켜야 하기에 지루해 질 수 있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다. 우리는 성장 소설을 표방하는 여러 글들이 끝내 사장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작가는 단점을 빠른 전개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로 극복하고 있다. 애 늙은이 같지만 여린 마음을 지닌 소걸과 서릿발 같은 성격 속에 소걸에 대한 모성애를 간직한 염파파. 그런 염파파를 60년 넘게 사랑하는 당노괴. 이들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 또한 개성이 넘친다. 전혀 도사 같지 않은 도사 도굉. 무식하고 단순하지만 가슴만은 따뜻한 우마. 당노괴를 죽이러 온 바보 살수 3형제 등 특별하고도 유쾌한 인물들이 많다. 불선다루의 재미는 빠른 전개와 탄탄한 구성, 다양한 인물 크게 이 세 가지라 할 수 있겠다.

2. 불선다루는 황제가 되려는 제독태감의 음모와 비밀, 그리고 운명적으로 그와 맞서야 하는 소걸의 성장기가 주된 이야기다. 소설 속 모든 사건들은 이들의 피할 수 없는 충돌과 연관되어 있다. 작가는 이야기의 통일적 구조를 위해 다른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하였다. 그런 작가의 의도는 확실히 성공했다.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가듯 전개되는 소설의 진행에는 감탄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이 태엽시계에는 필요한 부품과 바늘. 열두 숫자만이 있을 뿐 아무런 장식이 없다.

인물, 사건은 있으나 배경이 턱없이 부족하다. 소설은 ‘현실에서 있음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 진다. 이 소설은 ‘현실에 있음직한 이야기’라기 보다 그저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소설이 무엇이냐. 백준이었나. 한 작가는 ’강호는 꿈이다‘라는 말을 했다. 따지고 보면 결국 모든 환상소설은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냐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되묻고 싶다. 홍정훈이 말했듯 환상소설의 원류는 소설이고 소설은 영웅시, 서사시와 같은 고대 문학에서 출발 했으며 결국 뿌리는 신화로부터 내려온다. 그럼 모든 소설은 그저 소설 같은 이야기 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설 같은 소설과 소설다운 소설은 명백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환상소설이 타국과 달리 소설 또는 문학(여기서의 문학은 순문학에 가까운 문학을 말함)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환상소설이 소설 같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주옥같은 소설도 인정받는 작품도 많다. 허나 쓰 잘 데 없이 몸집만 커진 환상소설계에서 그런 작품은 상대적으로 소수가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저 따라하는 ‘소설 같은 소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산형 판타지라는 말이 왜 생겼겠는가.

불선다루에는 배경이 없다. 사건들로 이루어진 배경 비슷한 것만 있지, 배경이 없다.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장신구이자 하나의 예술품으로 가치를 인정  받기도 한다. ‘불선다루’라는 제목과 달리 소설에서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왜 다루인가? 알 수 없다. 작가가 다루를 제목으로 정한 것을 보아하니 이 ‘다루’의 역할은 클 것이건만. 향기와 차는 온데간데없고 찻잔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소설 전반부에서 인물들 간에 나누는 차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멋지다. 작가가 그저 소설을 쓰기 위해 차에 대해 공부한 게 아니라, 작가 자신이 차에 대한 조예가 깊은 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전 7권에 나오는 건 달랑 두세 장면으로 끝이다.

전민희의 세월에 돌은 분명 요리왕 비룡이 아니건만 다양한 음식과 그에 대한 묘사가 줄을 잇는다. 불선다루는 다루가 아닌가. 왜 작가가 불선객잔, 불선주루 따위가 아닌 보기에도 생소한 다루를 집어넣었는지 아리송하다.

불선다루는 황망령에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 닥치는 황토바람이 눈앞을 가리는 곳이다. 구렁이 마냥 이어진 길이 있고, 불선다루는 그 곳에 선 허름한 다루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불선다루에 대한 묘사는 요즘 장르소설에서 볼 수 없는 양질의 것이다. 묘사는 거기서 끝이냐? 끝이다.

소설 속 차 이야기가 그닥 나오지 않듯, 묘사 또한 마찬가지다. 무협지가 다 그렇듯 태산이 어떠하고 화산이 어떠하고를 찔끔 보여주고 묘사는 자취를 감춘다. 우리나라 작가들. 어디서 그런 생각이 샘솟는지 몰라도, 전투할 때면 인물들이 춤을 춘다. 검로나 보법에 대한 사실적 묘사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허나 어디까지나 사실적 묘사로 끝이다. 불선다루역시 여기서 단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가끔 한 마리 호랑이 같다느니 초식명처럼 몸짓이 어떻다드니 하는 식상한 표현도 나오지막, 역시 가끔이다.

최근 중국 영화 야연이 개봉했다. 중국 무술영화는 와호장룡, 연인, 무극 등을 거치며 시각적 장치를 극대화 시켰고, 영화계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대나무 숲의 전투. 와호장룡, 연인을 이어 이제는 전통으로 자리 잡는 듯 한 죽림에서의 전투는 단연 압권이다. 물론 소설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색채감이나 시각적 장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허나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고, 독자는 소설을 보며 머릿속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나간다. 영화를 능가하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불가능 하지만 영화에 버금가는 묘사는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할배들이 고리타분하게 문학이론을 들먹이며 장르소설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툴툴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의 기득권층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 전에 먼저 자신이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샜다. 불선다루에는 다루가 없다. 소걸전기였다면 다루가 아깝지는 않았을 텐데.

※영화와 소설은 분명 영상과 문자라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허나 문자는 수용자를 통해 영상처럼 재구성 된다고 보았을 때, 소설과 영화의 비교가 불가능 하지는 않다 생각한다.

3.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이나 아쉽다. 작가는 제독태감과 주인공의 갈등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 보였다. 장르소설에는 재미를 주기 위한 수많은 장치가 있다. 친인의 배신, 알고도 피할 수 없는 함정, 라이벌과의 경쟁구도 등등. 불선다루는 이중 많은 것들을 버린 채 소설의 통일적 구조에 올인했다. 그 결과 주인공과 두 노인이 가는 곳 마다 악당들은 충직한 수하로 변하고 마지막에는 목숨을 던져 이들 주인공을 지켜낸다. 그 누구도 배신하지 않는 진짜 사나이들만 똘똘 뭉쳐있다. 백도와 흑도, 세외간의 세력대결은 없다. 대결구도가 없으니 복잡한 음모와 강호의 음험한 속성도 없다. 그 만큼 재미의 다양성도 없다. 작가는 재미를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까지 소설의 통일성과 빠른 전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절반은 성공했다.

앞서 언급했듯 각각의 사건과 인물간의 인연은 운명처럼 제독태감과 주인공 소걸을 부딪히게 만든다. 소설 속 사건의 절반은 이들의 충돌에 분배되어 있다. 기대를 모으는 이들의 대결은 퍽이나 짧고 허무하게 끝난다. 빠른 전개를 끝까지 가져가고 싶었음일까.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도 허무하다. 주인공이 무공을 포기하면서, 작가가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얻은 결말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럼 이 소설이 교술 문학처럼 교훈을 가지고 있다거나, 풍자나 사회비판을 목표로 하는가? 아니다. 뚜렷한 주제의식도 없다. 요즘 소설이 그렇듯 재미와 희열, 대리만족을 통한 말초신경의 자극만이 남을 뿐이다.

소걸은 서너 명의 여인을 만나고 호감과 연정을 품었다. 그러나 마지막, 소걸과 혼인하는 한 여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주변인물들이 어떻게 되었고 불선다루는 어떻게 되었다는 구체적 설명도 없다. 꼭 급하게 군대가는 글쟁이가 소설을 후다닥 정리해버리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작가가 불선다루 2부를 준비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재미를 포기하고 얻은 것이 무엇인가. 작품성? 차별화? 얻은 것이라곤 소설의 통일성밖에 없는 듯 하다.

출판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글은 작가의 계획과 달리 일찍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글쟁이에게 재미를 추구할 것인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추구할 것인가는 참으로 힘든 선택이다. 마치 어린시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고 묻는 삼촌들처럼. 팔리지 않는 소설은 읽히지 않고, 반대로 읽히지 않는 소설도 팔리지 않는다. 프랑스의 한 젊은 작가는 자신만이 만족하기 위한 소설을 쓰고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독서는 어디까지나 글쟁이와 독자의 의사소통 과정이다. 문학이 대상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 자몽의 소견이다. 결국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다면 읽힐 수도 없을 것이다. 엄마를 택할 것인가, 아빠를 택할 것인가는 아주 사람 미치는 고민이다. 둘 다 좋아! 를 외치기에 불선다루는 너무도 부족하다. 이렇다 할 특징도 없다. 장르소설의 발전 방향을 보았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을 뿐. 선택의 기로에선 작가가 어영부영 선택을 포기한건 아닌지.

+3 우리의 주인공 소걸은 절세의 신공과 영약을 얻어가며 ‘천하제일고수 육성프로젝트’에 한 단계씩 가까워진다. 이름 하여 먼치킨이다. 요즘 양산형판타지가 그렇듯 별 시련 없이 콩나물 나듯 쑥쑥 큰다. 염파파가 60년 세월동안 이룬 경지를 영약 한 알 먹고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소설에서 공식화된 ‘깨달음을 얻는 장면’이나 ‘환골탈태’ ‘반로환동’등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그만큼 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검강이 난무하고 산이 날아가는 드래곤볼 급 먼치킨은 아니라는 거다. 주인공이 성장하고 무공이 깊어지고, 내공이 늘어 갈수록 압도적인 강함 역시 상승하지만 일정 선을 넘어가지는 않는다. 다수의 군졸 앞에서는 주인공도 인간이 된다.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강함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가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양산형 먼치킨 판타지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전통무협에서 볼 수 있는 진지함, 신무협에서 나타나는 먼치킨적 속성의 공존이 불가능 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불선다루는 그것을 말하고 싶은 듯 하다. 공식화 되어가는 무협소설 속에서 공존을 선택한 작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시대는 변화하고, 세상도 변하며, 독자의 시선 또한 변한다.

+@ 한 사람의 글쟁이가 던지는 잡소리 겸 푸념

가는 길 마다 동료가 생기고, 하는 일 마다 성공하는 ‘축복받은 주인공’ 바로 전형적인 먼치킨이다. 먼치킨의 유래는 TCG 카드 게임이라고들 말하고, 먼치킨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드래곤볼을 꼽지만, 지금에 와서 먼치킨은 상당히 말초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시련을 버리고,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 조차 생각하지 않는 탈 인간적 반신(데미 갓)이 판치고 있다. 시장이 원하니까. 흐름이 그러하니까. 남들이 하니까. 이런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쓰는 글은 무엇인가.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라 말한다면 슬프지만 나는 당신에게 밥그릇을 내 던지라 말하고 싶다.

꿈은 어디로 갔는지. Fantasy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물을 흘리며 외치고 싶다. 당신들의 밥그릇을 집어 던지라고.

분명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다들 그렇듯 초심은 점점 잊혀져만 간다. ‘내 꿈은 출판’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 준다면’ 하는 바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현실의 우리들이 그렇듯, 소설도 삶에 찌들고 돈에 찌들어 꿈을 잃어버린다. 당신들은 당당히 ‘강호는 꿈이다’라고 외칠 수 있을까.

왜 장르소설을 인정해 주지 않는가. 왜 쓰레기 같은 소설이 판치는가 하는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양산형판타지라 할지라도 도깨비 방망이에서 나온 소설이 아니다.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글쟁이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잘 쓰인 글이든 아니든 왜 죄없는 글에게, 글쟁이에게 돌을 던지는가. 그 돌을 차라리 다른 곳에 던지라 부탁하고 싶다. 꿈을 돈으로 보는 눈먼 이들에게 던져야 할 돌이 아니던가. 그리고 무엇이든 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욕하지 말라. 자몽은 돌을 던지기 이전에 이런 작은 노력이라도 한다. 시간이 없다고? 재능이 없다고? 자몽이 외계인이라 시간이 우물에서 샘솟아 이렇게 수십 시간씩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몇 년을 공부하고, 많은 글을 썼다. 수백 번의 퇴고를 해왔다. 글 쓰고도 손가락 질 받는 이 짓을 하기 위해서.

자몽은 이제껏 비평의 탈을 쓴 텍스트를 작성하여 작가들에게 단 한권의 책도, 밥 한 끼도 얻어먹지 못했다. 그러나 자원봉사보다도 못한 이 일을 한다. 이 글을 읽는 작가와 글쟁이  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봐. 이 욕 저 욕 들어가면서. 그저 판타지가 좋고 무협이 좋아서.

끝으로

책을 사서 본 것이 아니라, 책을 선물 받은 친인 덕에 돈 한 푼 안내고 책을 보게 되었다. 작가님께 미안한 마음에 조잡한 몇 글자를 적기로 했고, 오늘 자판으로 옮기고 있다. 며칠 전부터 시작해서 스무 시간 가까이 펜을 잡고 씨름했고 몇 시간째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이 시간. 수많은 글쟁이가 모니터와 씨름하고 자판과 씨름하고, 펜과 씨름할 시간이다. 자몽은 아직도 비평이란 무어다- 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 작업의 의의를 깨달은 뒤로 내 자신에게 ‘비평가’란 말을 쓰지 않게 되었다. 너무나도 부족하고 모자란 글이지만 짬 내어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평론을 가르쳐 주었던 분들이 강조했던 것. ‘비평가’ 또는 ‘비평을 하는 사람’은 비평에 임함에 있어 객관적 시선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라는 것이다. 주관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말, 지키려 애썼지만 오늘도 부족하다. 쓰려는 것은 이만~큼 많았는데 적장 노트를 붙잡고 나니 까맣게 잊고 말았다. (자몽은 기숙사에 체류 중이라 초고는 노트와 펜으로 작업한다.)

Ars est celare artem (기교는 기교를 숨기는 것이다) 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다. (예술의 목적은 예술의 인위성을 숨기는 데 있다 라고도 해석한다) 불선다루는 너무나 아쉬운 소설이다. 묘사와 자잘한 재미들이 부족했다. 도입부를 보면 작가에게 능력은 존재하건만. 다루라는 생소하고도 흥미로운 소재도 잘 살리지 못했다. 사건간의 개연성은 충만한 데 비해 동료가 늘어나는 방식이나,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 등은 너무나 평이했다. 주인공과 여인들 간의 끝마무리 역시 흐지부지. 눈앞에 보이는 기교 또한 없었다. 하지만 빠른 전개만큼은 최고였다. 부족한 점들만 보완 된다면 진행이 빠르면서도 탄탄한 제대로 된 소설이 되었을 텐데.

예전보다 개성 있는 작가들, 독창성 있는 소재들이 많아졌다. 저마다의 장단점도 있다. 원래 자몽은 비평이란 탈을 쓴 글을 쓰면서 장점은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이번 글에서는 문단을 따로 나누어 장점만을 늘어놓고 싶었다.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될 듯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야겠다. 주절주절 늘어놓은 글을 읽고 더 나은 작품으로 감사를 전해주시는 작가님들을 보면 힘이 생긴다.

전투적인 내 스타일을 버리고 부드럽게 썼다. 늘 그렇듯 부족한 이 글을 보고 글쟁이들이 작은 한 가지라도 건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글을 만나게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2006년 9월 29일 소행성 클레오파트라에서. 외계인 자몽이.

+후기

손아파 죽겄네. -_- 필력 받아서 글 쓴게 몇 달만인지. 고 3이 공부는 안하고 요짓이나 하고 있으니.. 에잉-

쌀도 안나고 밥도 안나는 요짓거리를 왜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판타지가 좋고, 무협이 좋으니 하는 것이다. 전에 비평단에서 신청받고, 내 허접한 글을 보고서 감사하다 말씀해 주시던 작가분들이 생각난다. (그만큼 글 접으신 분들도 많지만 -_ㅠ) 글쟁이들은 이 맛에 펜을 못버리는가 q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니 근육통 땜시 죽겠다. (자몽에 근육이 어디있나 시비걸지 마라 -_- 지구인 껍데기 쓰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순간은 아마추어 글쟁이가 출판을 통해 책을 낼 때가 아닐까.

평단이 해체된지도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고, 준비 안된다고 고무판 비평단에서 쫒겨나기도 했고, 문학비평이론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그래도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나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글쟁이 인가보다.

비평이란 무언지. 나는 조금이나마 그 꼬리를 잡고 있는건지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덧. 나 아직 안죽었다! 낄낄낄

덧 2. 배고파

덧 3. 비평신청은 당분간 사절. 의견제시 or 욕설 및 비방은 쪽지로. 댓글로 하면 물 흐려용.

덧 4. 새벽 3시 퇴고 완료. 오늘 오후 1시 45분 타자 끝. 죽갔네 -_-..

덧 5. 반말조의 글은 어쩔 수 없는 자몽의 습관

덧 6. 그렇다고 절대 권위주의적이진 않은 외계인이니 착각 마삼


Comment ' 9

  • 작성자
    Lv.49 삼절서생
    작성일
    06.09.29 16:14
    No. 1

    잘 읽었습니다.
    다만 평어로 감상이나 비평을 쓰는 것은 객관적 시각을 유지
    하려는 것입니다. 비난 받아야 할 사항이 아니죠.
    그러나 반말조가 습관이라 반말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나 원래 이런 ㅇ 이야~ 읽기 싫으면 읽지마~"
    이렇게 들려서 상당히 거시기 합니다.
    설마 어른들과 대화할 때도 반말조가 습관이라 반말을 하시는건
    아니겠죠?
    태클 걸어 상당히 죄송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月下郎人
    작성일
    06.09.29 16:32
    No. 2

    ......후우,스크롤 네번 내릴때까진 진자하게 읽어줄라고 그랬심.

    근데 너무 길잖심 -_-;

    ps1. 자몽님 언제 죽었었음? 항상 싱싱한 과일이잖센

    ps2. 수능끝나면 함 만나서 밥한끼 사겠심.

    ps5......무서운분이심?

    ps6.정말?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자몽
    작성일
    06.09.29 19:13
    No. 3

    1/ 간혹 버럭! 하시는 분들이 계심 -_-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북풍마황
    작성일
    06.09.29 22:34
    No. 4

    좋은글이네요.
    간만에 보는 좋은 비평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LongRoad
    작성일
    06.09.30 02:11
    No. 5

    좋은 글입니다. 오랜만에 읽을만한 글을 보는군요
    그런데 사족은 정말 사족이네요.
    어차피 글은 자기 만족을 위해 쓰는 겁니다.
    욕망이 없다면 글은 나올수가 없는 것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자몽
    작성일
    06.09.30 12:49
    No. 6

    +@는 말 그대로 플러스 알파로 쓴겁니다.
    그치만 돈 벌자고 장르소설에 뛰어드는 사람들 보면, 차라리 머리싸매고 앉아 있을 시간에 공무원시험 준비하라고 충고해주고 싶네요.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8 건곤무쌍
    작성일
    06.10.01 03:13
    No. 7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슈우君
    작성일
    06.10.05 07:55
    No. 8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아처경
    작성일
    10.01.01 21:13
    No. 9

    시방 불선다루 읽고 있는데 사실은 너무너무 지루해서 환장하겠습니다.
    권수가 불어나면 좀 나아질까 싶어 붙잡고는 있는데...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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