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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화에 관한 단상

작성자
Lv.1 칼도
작성
06.08.02 13:28
조회
2,169

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1

정말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케니지의 음악이 퓨전이든 아니든 재즈라고 말하지 않는다. 케니지 자신도 언젠가 자신의 음악이 재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케니지 음악보다는 조금더 재즈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그래서 케니지와는 달리 퓨전재즈라고 '일컬어지기는 하는' 경우들도 대개는 재즈라기보다는 팝이나 무드음악에 가깝다. 거기에는 80년대 이후의 대부분의 퓨전재즈가 속한다. 퓨전재즈가 재즈에 섞인 다른 어떤 것보다는 여전히 재즈에 더 가까웠던 적은 70년대 말까지이다. 그 섞인 다른 것들도 대개는 기왕의 수용대중에게 익숙치 않은 것들, 때로는 비대중적이기까지한 것들이었고 그 섞는 방식도 대단히 실험적이었다. 이런 것들이 그 시기의 퓨전재즈가 아방가르드 재즈라고 불리워졌던 이유이다. 물론 기존의 정통재즈가 어떤 한계에 조우했다는데도 퓨전재즈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퓨전재즈는 기존의 정통재즈의 연장선상에 있었고 그것에 대한, 기본적으로 안으로부터의 혁신이었기에 그 전의 정통 재즈(비밥이나 하드밥)을 어느정도라도 즐길 수 있던 이들만이 혹은 그들이 '가장 잘' 이 새로운 퓨전재즈 역시 즐길 수 있었다. 퓨전무협의 경우도 마찬가지 얘기를 할 수가 있다. 섞이는 요소들이 수용대중에게 얼마나 낮선것 혹은 새로운 것이냐, 기왕의 무협에 퓨전화를 요구하는 한계가 얼마나 뚜렷해졌느냐, 퓨전(섞는 방식)이 얼마나 독창적 내지는 실험적이냐,퓨전화에도 불구하고 무협이라는 장르의 독자성 내지는 개성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퓨전무협이 무협의 역사 '속'에서의 필연적 현상인 것인지 단순히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는 상업적인 '잡종화'인지를 가려낼 수있다. 내가 보기에는 기왕의 정통무협은 충분히 다양했고 그 한계도 뚜렷하지 않다. 여전히 와룡생처럼 쓰면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고룡이나 금룡처럼이라면 아직도 쓸만하고 운중악이나 황역처럼 조금 새롭기도 하다면 얼마든지 더 쓸만하다. 만약 그들에게 주인공의 자의식이라든가 한줄 한줄이 단단하고 맛깔스러운 문체라든가 사람살아가는 이야기의 총체적 국면에 대한 주목, 한마디로 문학성을 지향하는 요소가 부족하다면 좌백 등등이 있다. 퓨젼적이라고 할것까지는 없는, 운중악에서 좌백에 이르기까지의 그 새로움만으로도 충분히 무협은 새롭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에 더 새로운 것이 요구된다면 나는 그것이 맹목적인 대중추수주의와 작가로서의 자의식 및 역량 부족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

어떤 내러티브 장르든지 간에 그 장르의 컨벤션만으로도, 혹은 그 컨벤션의 기본은 유지하면서 살짝 비틀거나 덧붙이는 것만으로 무궁무진하게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데, 짬뽕을 하는 것은 작가적 성실성과 능력이 부족한 것이고 독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욕심이 앞선 것이다. 판타지든 무협이든 본격적으로 한국의 작가들이 등장한 것이 얼마 안된다면 더욱 더 그렇다.

3

순수 장르와 퓨전 장르의 차이는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의 차이와 같은 것이다. 즉 흑백사진보다 컬러사진이 예술적이 되는데 더 많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것처럼, 여전히 흑백 사진이 더 예술적인 사진으로 인정되는 것처럼, 퓨전 장르는 순수 장르보다 좋은 작품을 낳기가 더 힘들다. 컨벤션이 다른 두 개의 세계를 하나의 공간 속에 종합하는 것은 말 그대로 종합해내는 능력, 종합되기 전의 그 어느 세계와도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다른 새로운 세계는 종합되기 전의 그 어느 세계보다 더 복잡한 세계인 동시에 더 풍부한 세계이어야 한다. 이것이 쉬울 리 없다. 컬러 사진에는 흑백 사진보다 더 많은 이미지 정보가 들어 있지만 이 정보의 더 많음이 자동적으로 이미지를 더 복잡하고 더 풍부한 것이 되게 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작가가 그토록 어려운 짓을 한다면 작가는 창작 에너지의 고갈을 새로운 컨벤션의 기계적 추가로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나 단순히 그 두 세계가 통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에 호소하고 있거나 성공하기 힘든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Comment ' 10

  • 작성자
    Lv.1 Cyrano
    작성일
    06.08.02 14:45
    No. 1

    좀 동떨어진 비유가 될지 모르겠는데, '일단 짜장면이나 제대로 만들지 그래? 다른 거 손대지 말고...'라고 해야 할까요.

    재즈에서의 '퓨전'의 비조라면 마일즈 데이비스일 겁니다. 새로운 조류의 시작...이란 평가를 받는 것은 그의 성취에 대해 적어도 대다수가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겠지요(재즈란 음악 자체가 '퓨전'이라는 요소가 강하긴 합니다만... ).

    칼도님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조금은 다른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퓨전'이라는 것의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판타지든, 무협이건 간에) 현재 '퓨전'이라는 명함을 달고 있는 대다수의 글들이 과연 마일즈 데이비스 급(?)의 미학적 성취에 도달하였는가,,,는 상당한 의문입니다. 제가 과문한 탓도 있겠지만 당당히 '퓨전'이란 타이틀을 걸만한 글을 별로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 칼도님께서 우려하시는 것도 상당부분 이러한 연유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제대로 된 짜장면을 못 만들어서 그런건지, 쓸데없는 재료만 잔뜩 집어놓고 이상한 맛 나는 짜장면 내어놓으면서 '퓨전 짜장면이다. 맛이 어때?'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설국
    작성일
    06.08.02 17:10
    No. 2

    '...... 독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욕심이 앞선 것이다' 이 말이 정답이라고 봅니다. 다만 정통에 대한 개념이 없다보니 퓨전도 쉽게 되는 거겠죠.

    차원이동물 특히 판타지와 무협의 짬뽕에는 저 역시 거부감을 많이 느끼지만, 한국의 판타지나 무협이나, 약간의 변주를 했다고 해서 퓨전이라고 불리울정도로, 정통이 튼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김용이 어느 나라 작가인지 묻는 글이 연담란에 올라왔더군요. 세상이 빨리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좌백님이 은거에 들어간 이상 아마 위에 열거된 작가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쿠쿠리
    작성일
    06.08.02 18:09
    No. 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설국님, 김용이 누구냐는 질문 올린 사람은 방학을 맞이한 ** 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글 쓴 사람이...뿔미디어의 표절 관련 글(이쪽 업계에서는 정말 큰 일이고 진지한 일이지요)에 리플로 '훗 내소설이나 출판해주시구려 한 2페이지분량은될껄?' 라는 글을 쓴 사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설국
    작성일
    06.08.02 21:39
    No. 4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쿠쿠리님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 바이코딘
    작성일
    06.08.03 01:22
    No. 5

    그런데 퓨전이라는 장르는 무협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지칭하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북극대성
    작성일
    06.08.03 17:30
    No. 6

    칼도님 본문글을 저 나름대로 해석하여 요약해 보겠습니다. 혹시 잘못 해석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십시오,

    전체적인 주제- 무협과 판타지는 그 자체로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여전히 작가가 개척해야 할 분야가 무궁무진하기에 굳이 퓨전을 할 이유를 발견 못한다.

    1. 퓨전무협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퓨전무협이 기존의 무협 역사 속에서 그 한계성을 절감하고 새롭게 창조적으로 탄생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업적이고 흥미위주의 대중적 영합의 잡종인지 이것에 대해서 판단하기 위해서 몇가지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가)소재의 신선함-섞이는 요소가 독자들에게 얼마나 낯설고 새롭게 어필될 수 있는가
    나)기존 무협의 한계성-퓨전의 탄생이 기존무협의 한계성에 대한 비판의 결과인지의 여부
    다)창조성-섞는 방식이 얼마나 개성적인가
    라)정체성-퓨전을 함에도 불구하고 무협 혹은 판타지 본래의 독자성 내지는 개성을 잘 유지하는가
    특히 나) 항목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기존의 무협은 충분히 다양했고 아직은 그 한계성을 느낄 정도로 무협이 발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 근거로 다양한 작가를 예로 들었습니다.와룡생 고룡 금룡 운중악 황역 그리고 좌백까지 언급하면서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좀더 개척해야 할 부분이 남았음을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좌백을 언급하면서 칼도님만의 문학성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셨는데요 그 기준은
    1)주인공의 자의식에 대한 표현
    2)문체
    3)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의 총체적 국면에 대한 주목-이 부분은 조금 해석의 어려움이 있습니다.사람 살아가는 방식의 깊은 이해인지 아니면 보편성을 언급하신 것인지 헷갈립니다.

    2.1번 단락에 대해서 칼도님의 개인적인 생각을 결론짓고 있습니다.
    3.2번 단락에 대해서 부연설명을 했습니다.

    칼도님 가)나)다)라)와 1)3)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悲憐花
    작성일
    06.08.03 20:01
    No. 7

    흠 아무리 퓨전해두 한계가 있습니다 장르의 다양화를 하지 않는이상 거기서 거기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칼도
    작성일
    06.08.03 20:52
    No. 8

    제가 해도 그보다 요약을 더 잘할 자신 없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드릴 자신은 더더욱 없습니다. 다만, 문학성이나 훌륭한 작품의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연하겠지만, 앞으로 올릴 글들에도 계속 언급될 듯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호소
    작성일
    06.10.12 12:07
    No. 9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칼도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그러나 읽는 사람의 입장으로 보면,
    현실적으로 뛰어난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읽게 되는 것이 어느정도 작품성에 참신함이 있는 작품을 읽게 되고, 그것도 없으면 참신함 하나로 작품을 읽기도 합니다.

    독자들의 기준도 다양할 것입니다. 작가가 글을 쓸때 독자의 요구를 무시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라이락스
    작성일
    09.02.18 15:58
    No.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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