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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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모르겠군요. '설봉'이란 작가는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름만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흥행을 보증하는 작가군에 진입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사신'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신'이 설봉님의 글쓰기에서 일종의 정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역설적으로, 저는 '사신' 이후로 설봉님의 글에 손이 가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혹은 서글픈 사실은 저처럼 '사신'의 성공 이후에 설봉님에게서 멀어진 독자들이 꽤 있다는 사실입니다(사실, 새롭게 확보한 독자들의 수가 훨씬 많으리고 생각합니다만...). 마무리가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주인공과 적들의 능력 그에 따른 상황의 부조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이미 지적되었을 겁니다. 대체로 공감하는 편이지요. 제가 손을 떼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사신'까지의 작품들에서 이미 지적되었던, 이러한 문제와는 조금 관점이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신' 이전의 설봉님의 장점 중의 하나는 '아웃사이더, 마이너리티의 분투를 실감나게 전달한다' 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특징과 호응하는, 다양한 소재의 선택 역시 장점입니다. 다른 신무협 작가들의 글을 볼 때에도, 이러한 특질이 '신무협'이란 호칭을 획득한 이유 중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사신' 이전에 느꼈던 향취들을 그리워하는 푸념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신'보다는 '산타', '남해삼십육검', '암천명조'... 등이 마음에 드니까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예전의 설봉님 작품이 '인간 극장'이었다면, 요즘은 '성공 시대'같더군요. 설봉님 자신이 '사신'을 통해 '성공 시대'를 일구어 낸 탓일까요?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말하기 어려운 노릇입니다만, 저는 '인간 극장'이 더 가슴에 와 닿더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설봉님에게 '무림 정복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비록 '마이너리티의 무림 정복기'라고 해도 말입니다. 다른 분야에서 그 필력이 더 빛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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