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질문:
무협에 대한 일반인들의 조소 어린 시각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무협이 질적인 면에서 많은 성장을 이룩하게 된 것은 90년대의 뛰어난 작가들의 출현과 무협 팬들의 동호회 활동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좌백이라는 걸출한 작가는 '신무협' 작가군의 기수라고까지 말해진다. 그런데 문득 좌백의 작품이 사이비 역사소설이라는 비판을 넘어서지는 못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즉, 좌백의 작품이 문학성과 예술성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 역사적 배경은 작품 전체와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도오와 금강불괴, 생사박, 표사 시리즈, 야광충과 같은 작품들은 역사적 시대를 모호하게 설정했거나, 비록 시대적 배경이 명시되었어도 그 배경이 다른 시대로 치환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좌백의 소설은 사이비 역사소설이라는 비판을 어떻게 비껴나갈 수 있을까? 아니 사실 무협소설을 역사소설로서 자리매김하는 것 자체가 그릇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협 작가들에게 있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강호란 공간은 그 자체가 허구적이고 가상적으로 구성된 것인만큼 역사소설이라기보단 환타지, SF소설을 보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맞지 않을까? SF소설에서 창조되는 세계와 같이, 작가는 자신이 설정하는 공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분석을 가지고 주제와의 유기적인 연관을 가진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그것은 기존 무협에서의 관습적인 강호상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아야만 무협이라고 불리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답변:
무협소설을 역사소설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잣대로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를 그저 무대장치로만 사용할 경우는 그 시대의 역사성을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하기 보다는 그 무대장치 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다른 종류의 문학성을 두고 평가를 해야한다. 좌백, 이재일 등의 소설에는 개성적 인물들을 형상화하는 솜씨나 상투적인 이야기를 피하는 솜씨나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를 생기있게 묘사하는 솜씨가 있다. 그리고 물론 어떤 최소한의 사실적 기율 - 과거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느낌 정도는 줄 수 있을 정도의 시대묘사와 문화묘사 - 도 성과있게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왕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경우라면 그 사건의 역사성에 충실해야 한다. 그 역사를 표현하고 반영하고 성찰하는 인간을 보여주어야 하거나 최소한 그 역사의 사실적 측면을 존중해서 어느 정도 역사 공부가 되었다는 느낌 정도는 줄 수 있게끔 이야기를 구성해야 한다. 금룡의 <의천도룡기>같은 것은 어느 정도 이런 요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생각한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