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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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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坐照
작성
06.07.06 17:24
조회
4,100

작가명 : 한상운

작품명 : 비정강호

출판사 :

한상운 ~ 끝없는 음모의 연속 비정강호

1. 들어가며

먼저 비평란이 신설된 것에 뜻있는 독자들은 진심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 비평란을 더욱 아끼고 보듬어 나가는 것은 우리 독자들에게 맡겨진 사명감일 것이다.

이 게시판의 실질적 산파자이신 신독님의 노고와 열정과 의지에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비평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비평을 함으로써의 얻는 유익함도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그것보다는 존재 자체에 더욱 크나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릇 말할 자유가 있음에도 말을 하지 않는 것과 아예 말할 입을 원천 봉쇄하여 말을 못하는 것과의 차이는 결과론적으로는 같다고 할지라도 말할 자유가 있음과 없음에서 느끼는 그 차이에서 느끼는 심리적 괴리감은 실로 크다고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평란이 순전히 욕구불만의 해소차원이 아닌 논리와 이성을 갖춘 제대로 된 비평이 되어 결과적으로 독자와 작가 모두 상생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 한편을 올리는 것이지만 비평이란 말은 감히 사양하는 바이다.

비평이란 토를 달수도 없거니와 이 글은 비평이라기보다는 감상 중에서 인상 깊었던 점을 적어 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 이 소설의 특징 및 전체적인 분위기  

무협소설을 그 내용적 특징에 따라 정통무협, 퓨전무협, 무속과 주술 등을 주 소재로 사용하는 기환무협 그리고 사실무협 등으로 나누어 본다면 이 소설은 그중 사실무협에 속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무협의 특징은 무공 또는 무공의 경지에 대한 과장이 심하지 않다는 데 있다. 또한 무림인이 활동하는 강호를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곳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일상생활의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한다. 무엇보다도 사실무협에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하는 무림인이라고 해봐야 영웅 또는 영웅적 기질과는 사뭇 딴판인 평범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속의 인간 군상만이 등장할 뿐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기존 정통무협의 시각으로 사실무협에 속하는 이 소설을 대하면 마치 무협소설이 아닌 옛날의 건달패 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든다.

그러므로 사실무협은 독자들이 간직하고 있는 강호에 대한 낭만과 상상을 깨뜨려버리고 그 대신 현실과 그 현실세계에서 비롯되어지는 인간의 이기심과 추악함을 손에 쥐여준다.

비정강호는 그러한 사실무협으로서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소설에는 영웅도 없고 낭만도 없다. 존재하는 것은 비정하고 차디찬 현실세계와 그런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욕망과 탐욕, 그에 사로잡힌 추악한 인간군상의 음모와 배신이 중첩되고 누적되어 있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전체적 분위기는 어둡고 음울하고 칙칙하다.

작가는 이 어둡고 음울하고 칙칙한 분위기의 근원이자 생산자는 바로 인간의 욕망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때문에 이 소설을 보노라면 오로지 인간만이 도드라지게 양각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 배경이 되는 부분은 가능한 무시하려 애를 쓴다.

흔히 무협소설에서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사용되어지는 연대기 -태종00년 등으로 표시되고 있는 것- 등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작가는 역사적 사실성을 부각하기 보다는 옛날의 이야기를 오늘날로 가져와 현실의 문제로 변환시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작가의 일차적 관심은 인간의 욕망에 있다고 보여진다.

인간 그 자체에 일차적 관심을 보이는 작가의 이러한 시각은 무협소설의 발전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기존 정통무협의 관심의 초점은 보통인으로서의 인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인간들의 능력을 초월한 영웅들의 이야기에 맞추어져 있다.

또한 인간적 갈등과 고뇌 욕망과 이기심 등 인간적 면에 초점을 맞춘 인간다운 영웅이 아니라, 천변지복의 능력을 갖고 오로지 정의의 화신으로서 악을 멸한다는 살신성인의 정신과 불타는 사명감에 그 초점에 맞추어져 있다.

그로인해 영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독자에게는 통쾌함을 맛보게 하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정통무협의 한계로도 작용한다. 통쾌한 구성이 이야기는 될 수 있어도 문학적 요소를 가진 소설로 다가갈 수 없는 장애요소가 된다.  

문학은 인간적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고 작품성은 그 아름다움의 질 또는 수준을 나타낸다. 따라서 문학성은 감동을 말하고 작품성은 그 감동의 수준을 말한다. 포로노비디오가 보는 이에게 감동의 속성인 흥분상태를 주고 있음에도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작품성 즉 그 감동의 수준이 저급한데 머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영웅의 행동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본능에 가까운 욕망이 어우러진 인간 내면 상태의 복합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확실히 현대소설의 특징을 닮아 있다. 고대소설의 초점은 행동에 있고 현대소설의 초점은 인간 내면의 의식의 흐름에 있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적 면모가 보이지 않는 영웅이 아니라 욕망에 충실하고 이기심에 가득찬 인물을 등장시킨 것은 확실히 무협문학사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독 한상운만이 이런 류의 무협을 쓰는 것은 물론 아니나, 한상운 소설의 공통적 특징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기에 하는 말이다.  

3. 구성

이 소설은 복건 지방의 세도가문인 홍가의 가주인 홍화평의 실종으로 인해 빚어지는 진행상황을 이야기 중심에 두고 그곳 암흑가의 흑도의 무리와 부패한 지방관리 등을 구성요소로 삼아 오직 힘과 이익만이 정의가 되어버린 비정한 세계에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음모와 배신 그리고 복수에 얽힌 이야기를 주인공 홍장환이 아비인 홍가주의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적 구성을 띤 사실무협이라 할 수 있다.

사실무협의 특성상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싸움 장면은 정통무협에서 보여주고 있는 무림인들간의 일대일의 낭만적 생사 비무가 아니라 오직 사느냐 죽느냐의 생사가 걸린 처절한 싸움을 보여준다.    

등장하는 인물 면면들은 나름대로의 개성에 충실하여 있으나 인간적 원초적 본능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어둡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할지라도 작가의 마음마저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경직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전체 4권 중 1권에서 유독 작가가 심적으로 긴장하고 있는 듯한 이런 현상으로 인해 읽는 이조차 덩달아 마음의 여유를 갖지를 못하게 되었다.  

구성상 사소한 오류 또는 오류성 있는 몇 부분이 눈에 뛴다.  

풍생은 관절기의 달인으로써 이 수법은 감옥에서 안마사로부터 안마하는 법을 전수받으면서 나름대로 무공으로 변환시켜 사용하고 있는 수법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내공이 없다. 내공심법이 없기에 내공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풍생의 마지막 싸움 장면에서 풍생은 ‘내공을 있는 대로 끌려 올렸다. 청살기를 제어하고 있는 내공까지 모조리 끌려 올려...’로 되어 있음은 중요치는 않으나 하나의 작은 오류라 할 수 있겠다.

또 하나 홍화화가 익힌 청살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청살기는 훔쳐 달아난 자와 어떤 인연으로 배웠는지 아니면 전칠남으로부터 배웠는지는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언급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작가가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으로 글을 쓰던 중 필요에 따라 그냥 집어 넣은 것일 수도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홍정인의 죽음에서 홍정인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홍장환에게 흉수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그냥 도망가라고만 한다.

사실 정체를 제대로 알아야 도망을 치던지 맞서 싸우든 할 것이 아닌가 싶다. 그냥 도망가라고 홍장환 같은 성격을 가진 놈이 도망할 리가 없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홍정인의 사무실앞을 지키던 병사가 어디론가 갔다가 돌아온 장면이 있다. 당시 상황으로 보아선 급박한 상황임에 분명하지만 병사에게 누구의 명령으로 자리를 이탈하였는 지 한마디만 물어보면 흉수의 정체는 파악할 수 있을 것임에도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 구성상 선뜻 수긍하기 힘든 대목이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이 이 소설의 가치를 절하시킬 정도로 이 소설의 구성이 엉성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한상운의 매력은 무협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이중적 구성을 취함으로써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어두운 반면 등장인물의 움직임이나 심리상태는 해학적이고 밝은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한상운의 소설을 보느라면 마치 챨리 채플린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 이중성의 절묘함에 복합적 감동이 밀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그런 구성이 보이지 않는다. 작가가 이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독자에게 여과없이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결과로 여유를 느낄 수가 없다. 세상을 한 걸음 물러서서 불로 뛰어드는 부나비 마냥 본질을 외면하고 형태에 얽매인 어리석은 군상들을 바라보는 여유가 없다. 한상운 전매특허인 다 늙은 할애비의 노회함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2권 이후로 이러한 면이 다소 살아나기는 하였으나 그런 노회함을 보고자 하는 이의 욕구를 충족 시켜줄 정도는 되지 못하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보여준 풍생과 홍장환의 인간성 회복선언은 비록 욕망과 이기심의 덩어리가 인간이긴 하지만 그 저변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은 결코 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  

4. 문장 관련

사물을 설명함에 있어 핵심을 짚어 내어 묘사하는 작가의 문학적 소양은 탁월하다. 이 소설 전체가 워낙 음울한 것이라 그런 묘사가 자주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한번씩 드러나는 묘사는 참으로 신선하다.

홍장환은 갈등으로 인해 밤을 하얗게 새우는 상황에서 동녘 하늘에 해가 서서히 떠오르면서 하늘이 점차 물들어가는 과정을  “하늘은 벌에 쏘인 처녀의 허벅지처럼 분홍빛으로 물들어가고...” 라고 묘사하고 있다.

젊은 작가에게서 이러한 문학적 표현이 떠오르는 자체가 미스테리한 일이다.

그러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일까. 어떤 사물을 설명함에 있어 중언부언하는 면도 없지는 않다. 앞서 설명한 부분을 그 뒤에 설명함에 있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인데 이 부분을 보느라니 설봉의 소설이 문득 떠오른다. 설봉도 이런 오류를 곧잘 범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5. 나오며

한상운의 소설에는 천재성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한상운에게 있어 천재성이란 사물에 대한 깊은 인식과 그로인해 나오는 통찰력이다. 현상 속에 숨어 있는 핵심을 짚어내는 솜씨는 가히 발군이다. 인간에 대한 다년간 연구와 체험이 녹아 있지 않으면 쉽사리 발견하기 힘든 심리 상태도 정확히 찾아내는 특출난 작가이다. 이것이 한상운의 장점의 최대 장점이자 무협의 질을 한 차원 올리는데도 분명 일조할 것이라 여겨진다. 그의 소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독자들에게 크나큰 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Comment ' 14

  • 작성자
    Lv.1 근로청년9
    작성일
    06.07.06 17:44
    No. 1
  • 작성자
    독행지로
    작성일
    06.07.06 18:00
    No. 2

    몇 번을 봐야 이런글을 쓸 수 있을런지...
    감탄하며 추천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2 천하天下
    작성일
    06.07.06 18:04
    No. 3

    멋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노란병아리
    작성일
    06.07.06 20:10
    No. 4

    멋진 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북풍마황
    작성일
    06.07.06 20:39
    No. 5

    입만 벌어집니다.
    너무 멋진 글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유랑강호
    작성일
    06.07.06 21:12
    No. 6

    한상운.... 특공무림을 제외한 전작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비객만을 읽고 난후 주화입마를 두려워하여 더이상 읽기 주저하게만드는 비급전문 천재제작자.... -_-;; 주화입마 넘 무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호좁무사™
    작성일
    06.07.07 00:59
    No. 7

    이런글이 비평란에 가장 필요한
    글이라 생각되네요

    잘 쓰셨습니다. 추천한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約鮮
    작성일
    06.07.07 01:12
    No. 8

    비평란에 참으로 필요한 비평이군요. 추천하고 들어갑니다.
    좋은 비평 많이 써주세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Juin
    작성일
    06.07.08 09:02
    No. 9

    잉. 추천이라고 하셔서 감추란인지 알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양몽환
    작성일
    06.07.08 12:29
    No. 10

    내 일찌기 인정은 하고 있었지만서도
    역쉬...좌조님이로다. 헐헐헐
    논단에다 글을 올리는 논객으로 초빙해도 될 듯...^-^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 구어체고수
    작성일
    06.07.08 13:39
    No. 11

    정말.. 이런 글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잘 쓴 글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성의있는 비평글들이 쭉~ 올라올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비정강호.. 몇번이나 볼까 망설이다 접었던 글인데.
    오늘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다비주
    작성일
    06.07.10 21:45
    No. 12

    추천!!

    멋진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서재
    작성일
    06.07.23 21:38
    No. 13

    멋진 글인데… 제목보고 푸흡!
    벌이 처녀의 허벅지에 쏘였어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초심짱
    작성일
    08.12.23 12:03
    No. 14

    와~ 2년도 더된 비평글을 읽어보면서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습니다.
    정말 윗분 누군가의 말씀처럼 몇번을 읽어야 이러한 글을 쓸 수 있을지....
    아마도 엄청남 문장실력과 문학적 소양 그리고 장르문학에 대한 이해가 아니고서야.... 감히.... 허~ 엄두가 안나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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