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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모임] 추몽인 - 설백령

작성자
Lv.1 비평단
작성
04.06.24 16:42
조회
2,681

1. 들어가며

설백령은 그간 해학과 풍자, 가벼운 신세대의 코드에 주력하던 작품들 중에서 구무협에서 자주 등장하던 비장한 분위기를 다시금 들고 나온 작품이다. 작가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2. 소재의 참신함

완무자.라...... 설백령에선 완무자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그간 여기저기서 논란이 되거나 혹은 살짝 운만 트이던 무와 관의 경계에 대한 도전이랄까? 완무자라는 설정으로 인해서 글은 작가가 의도하려하던 분위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러명의 바램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 피와 살인에 익숙한 사람. 공명에서 벗어나 지극히 자신의 생각에 충실할수 있는 사람. 목적지에 대한 집착 등등이 완무자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쉽게 설명이 가능해지며, 글의 비장한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3. 표현과 문장

설백령은 주로 서문승의 생각을 독백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해석은 그의 관점에서 진행되며 가끔씩 우문비의 관점에서 서문승의 말과 행동을 조금씩 부연해석하고 있다. 완무자로서의 귀향길, 그리고 그사이의 얽히는 사건들과 사람들을 절제된 감성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있는데 이것은 글의 흐름에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덤덤하고 어딘가 무거운 표현이 완무자로서 짊어져야 할 숙명같은 것을 암시한다고나 할까? 게다가 사건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현재의 상황은 점점 주인공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으며 차츰차츰 다가가는 목적지와 함께 점차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표현에 있어서 필요 없는 부분이 간혹 눈에 뜨인다는 것이다.

"후수로 선수를 막는다. 무림십이대세가 중 만검무적세가의 후발검(後拔劍) 제선공(制先攻)의 묘리군. 당신은 서문세가의 사람이오?"

어딘가 딱맞지 않는 퍼즐을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크게두드러지진 않고, 그 동안의 무협에서 많이 사용되어온 부분이므로 글의 흐름을 좌우할만한 문제점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4. 완급의 조절

설백령은 완급조절의 면에서 어딘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무협은 한정된 표현양식을 지니고있으며. 그 행간의 완급이 글의 몰입도를 조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격투씬이라던가, 추적씬같은 것이 그러한데, 설백령에서는 지나치게 낮고 무거운, 어딘가 비장미가 물씬 풍기는 그러한 나직한 어조때문인가, 완급조절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아직은 초기부분이고, 사건의 전모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는 단계인지라, 그 정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지나치게 정적인 문장의 흐름은 자칫 글이 길어져나갈수록 주의를 흐트리기 쉽다. 뭐랄까 박진감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때론 격투에서 짧고 명료한 문장하나가 잔잔한 설명보다 더 큰 생명력을 전달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5. 사건의 흐름.

완무자로서의 책임감과 귀향, 상관수경과의 혼약, 윤희와의 인연, 만노야 및 에스델과의 인연, 우문비와의 형제애, 금적상회와의 인연 등등이 현재 서문승의 삶의 연결고리인데, 여기에서 약간의 의문점이 드러난다. 작가는 지극히 절제된 설명을 통해 조금씩 그 내막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이 여행과 추적사이에서 어딘가 긴박감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사건들이 제각각 분산되어 과연 귀향의 여로에 있어서 어떠한 결과로 다가올지 독자에게 남겨지게 될 것이다. 여정은 하나인데 그 와중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고나 할까? 물론 작가로서는 나중을 위한 복선이겠지만, 그 우연의 일치가 너무 쉽게 일어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개연성을 크게 손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부분이다.

6. 서문

서문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서문은 글 전체를 함축하고 그 분위기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부분. 작가는 서문에서 상당히 공을 들였으며, 글의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이 옅보인다. 과연 서문의 서정성과 어딘가 아릿한 감성을 글의 마지막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는 알수 없지만, 그 흐름이 상당히 흥미로운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근래 들어 보기 힘들었던 서정적인 서문은 충분히 글을 읽는 이에게 상상력과 기대를 불러옴직하다. 하지만 한편 그만큼 글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이것을 잘 살리지 못한다면, 결국 독자들에게 외면당할수도 있음을 항상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서문승의 회상과, 현재의 사건들 가운데 이러한 서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많이 보이고 있다.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모두 돌아가야지.

육신이 못 가면 영혼이라도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모두 돌아가야지.

걸어서 못 가면 짊어지고라도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모두 돌아가야지.

너희들이 못 가면 나라도 돌아가야지."

사내는 육신의 울음보다 영혼이 보여주는 슬픈 노래를 불렀다.

다시는 부르지 않기를 바라며, 언제나 먼저 떠나간 동생들을 생각하며 부르는 이 노래에 그는 모든 혼을 담아 보였다.

한 소년의 절절한 울음소리와 한 사내의 비장한 노래 소리는, 이제 살아있는 무덤이 되어버린 이 전장을 더욱더 외롭고 비통하게 만들어버렸다.

작가는 상당한 감수성으로 독자들에게 무엇인가를 호소하고 있다.

7. 분위기

설백령은 무거운 주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귀향, 짐, 복수(로 귀결될 것이라고 보여진다.), 인연의 네가지가 서문승이라는 주인공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맞물리고 있는데, 그중 가장 커다란 부분인 귀향이 어두운 과거와 어두울 미래를 암시하듯 분위기가 상당히 낮다. 나직한 독백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나 할까? 간간히 들어가는 서정적인 회상과 상념에서 간신히 그 숨막힐 것 같은 중압감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긴 하지만, 어딘가 2프로 부족한 것은 아마도 시종일관 같은 목소리를 내고있기 때문인 듯 하다. 물론 이러한 어조가 글의 개성과 매력포인트로 작용하고있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감 혹은 무거운 느낌을 가져오기에 그 수위의 조절이 상당히 중요한 글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무협시장을 구성하는 독자군의 선호도 중 가장 큰 코드는 가볍고 즐겁고 유쾌한 해학과 풍자일텐데, 설백령에서는 그러한 점을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지만, 과연 그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글 자체가 비장미에 눌려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작가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8. 맺으며.

설백령은 읽는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절제된 설명과 주인공의 과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짤막짤막한 암시는 독자로 하여금 추리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것처럼 몰입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게 나직한 어조와 완급조절이 부족한 흐름을 개선한다면, 충분히 사랑받는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매력적인 소재와 매력적인 표현, 거기에 매력적인 사건의 흐름까지 더해진다면 간만에 좋은 작품으로 다가올수 있을 것이다. 너무 위트와 낭만과 영웅주의가 넘치는 무협의 코드에서 어딘가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감수성이 과연 얼만큼 독자들에게 어필할수있는지 상당히 기대된다.

----------------

비평이 상당히 늦어졌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작가님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 무판돌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6-20 02:13)


Comment ' 2

  • 작성자
    Lv.1 담적산.
    작성일
    04.06.24 21:18
    No. 1

    음? 벌써 비평 신청을...? 이건 반칙인데..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위즈1
    작성일
    04.06.25 10:24
    No. 2

    비평단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습니다. 이게 조금만 빨리 나왔어도...
    현재 설백령은 연재를 접은 상태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두개 연재의 압박과 생각보다 진전이
    없어 지금 방을 내렸습니다.
    우선, 여러가지 장점을 먼저 지적해준 것에 대해 감사
    드립니다.
    솔직히, 단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장점을 찾기
    는 쉽지가 않습니다.
    습작작가에게 필요한 것이 단점보다는 장점의 개발이
    니, 차후 수정시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언제나 좋은 비평 하시길 바라며, 발전하는 비평
    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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