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초보자로 탑 클리어
작가 : 최장혁
출판사 : 문피아 연재
평론을 하다 보면 평하기 힘든 작품이 있습니다. 소설 자체를 처음 써 보는 새파란 아마추어 소설가의 글. 이런 글은 평론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준이라 평론 포기 알림을 보내 따로 이야기를 합니다.
‘초보자로 탑 클리어’ 같은 경우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나은 것이 있다면 문장이 형태를 갖췄다는 것. 그리고 글이 좋아질 수도 있었던 지점이 있습니다.
초보자로 탑 클리어는 회귀와 게임 시스템이란 문피아를 대표하는 양판소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회귀와 게임 시스템이 들어간 모든 소설이 양판소란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소재를 어떻게 사용해서 이야기에 어울리게 할 것인지. 이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찰하지 않고, 단순히 요즘 회귀 물과 게임 소설이 잘 나가니까 혹은 내가 그런 소설을 좋아하니까 똑같이 써보고서 싶어서 쓰는 소설은 양판소와 다를게 없습니다.
초보자로 탑 클리어의 주인공은 탑을 올라가다 99층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과거로 회귀하에 13층에 있었던 때로 돌아갑니다. 영웅이었던 주인공은 전의 삶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닳고 이번 생에는 조용히 살려고 합니다.
줄거리만 보면 좋은 이야기입니다. 미스터리 한 요소도 좋습니다. 어차피 이 세계에서 죽어봐야 실패하는 것뿐. 아무런 페널티가 없는데. 왜 주인공은 죽음에 연연하고 과거로 돌아온 것에 즐거워 하는지. 이렇게 의문을 제시할 수 있는 요소는 독자가 계속 이야기를 읽어 나가게 해주는 좋은 원동력이 됩니다.
문제는 사건의 전개가 이야기의 줄거리와 전혀 들어 맞지 않습니다. 평범하게 사려고 했던 주인공이 ‘기연’을 얻어버려 순식간에 강해지지 않나.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 아닌 자극적인 장면의 연속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군다나 게임 시스템으로 스탯을 설명하고 스킬을 운운하는 것. 분명 여러 차원의 다른 인물들이 탑에 들어왔음에도 탑 안의 시스템이 게임 시스템이라 게임에 익숙한 한국인만 주요인물로 나오는 것. 설정 자체는 글을 매력적으로 풀어나갈 가능성이 충만한데 정적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 장면들은 양판소에서 질리도록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입니다.
차라리 중세에서 온 한 나라의 왕이 난생처음 겪어보는 게임 시스템에 당황하면서도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가기 위해 탑을 오르며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가 더 흥미를 돋궜을 겁니다. 회귀, 게임 시스템 같은 소재는 이야기와 연결되었을 때 빛을 발하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론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만약 작가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지향한다면 유행하는 소설의 소재, 키워드, 장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식으로 문장을 구상하여 상황을 연출하는지를 살펴보고 연구할 것을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작품의 2차 창작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를 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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